지혜로운 선택
1945년 해방 후 대한민국을 건국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할 것인지 사회주의 체제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이 있었다. 그때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이 고집스럽게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였기에 오늘의 한국이 있게 되었다. 1945년 조국이 일본제국주의의 지배에서 해방된 이래 극심한 혼란기를 겪게 되었다. 소위 좌우파간의 갈등과 대립이었다. 복잡한 내용이 있지만 단순화시켜 이해하자면, 좌파는 사회주의를 우파는 자유민주주의를 신생독립국 대한민국이 지향하여야 할 이념과 체제로 선택하려 하였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당시의 세계적인 추세는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를 선호하는 것이 시대정신(時代精神)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새롭게 탄생한 신생독립 국가들이 무려 120여 나라에 이른다. 그런데 당시의 신생국의 지도자들은 대개가 사회주의를 선호하였다. 예를 들어 중국의 모택동이나 인도의 네루 같은 지도자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해방 이후 미군정청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들 중에서 70%가 사회주의를 선호하였고 자유민주주의는 불과 17%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시대에 이승만 박사가 초대 대통령이 되어 고집스럽게 자유민주주의를 국시(國 是)로 삼아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헌법을 통과시키고 민주주의 선거를 강행하였다. 그 시절 국민들은 선거에 대한 아무런 경험이 없었기 에 고무신 한 켤레에 표를 찍어주고 막걸리 파티를 열어 표를 몰아가던 시대였다. 그러나 이승만 박사는 당시로는 다른 지도자들과는 달리 시대를 보는 안목이 있었기에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였다. 이승만 박사는 하버드에서 석사를 받고 프린스턴에서 박사를 받은 최고의 학력이었다. 그런 지적인 바탕 위에서 앞으로의 세계는 자유민주주의 여야 한다는 안목이 있었다. 이 박사의 그런 혜안과 고집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된 기초가 되었다.
1961년 박정희 장군이 5.16혁명을 일으켜 성공한 후에 한국 경제의 방향을 결정할 때다.
그 시절 인기 있는 주장은 당시의 북한과 같이 민족 자급자족 경제로 나가는 길이었다. 당시로서는 북한이 남한보다 더 잘 살고 있던 때였다. 남한의 국민소득이 80 불을 오르내리던 때에 북한은 200불을 넘어서고 있던 때였다. 경제를 외세에 의존하지 말고 자력갱생의 경제로 나가자는 주장이 민족적 자존심을 높여 주는 인기 있는 주장이었다.
이런 주장에 반대되는 다른 주장은 수출 지향적으로 나가자는 대외 개방경제였다. 이 주장의 근거는 우리처럼 자원 없는 국가가 자급자족하여서는 결과가 불 보듯이 환하다는 주장이었다. 당시의 정권 담당자들 사이에서 두 주장 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때 소위 혁명 주체격인 소장 장교들은 민족자급경제를 선호하였다. 그 주장이 민족의 자존심을 높여주는 민족주의에 부합되는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인기 있는 주장’ 대신에 ‘지혜로운 주장’을 선택하여 해외 개방경제를 선택하였다. 그때의 그 선택의 공으로 남한은 잘 살게 되고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하게 되었다.
1980년대 초반 수출을 늘여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좋은데 외국상품과 외국인 투자까지 국내로 받아들여야 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논쟁이었다. 당시에 ‘인기 있는 주장’은 우리 기업도 어려운데 외국 상품까지 들여오게 하여서는 안 된다. ‘우리의 알짜 기업들을 외국인들이 소유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은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였기 때문에 인기가 있었다. 말하자면 개방론자와 폐쇄론자 사이에 일어난 논쟁이었다.
이 논쟁에서도 결국엔 개방론자가 승리하게 되었다. ‘인기 있는 주장’ 대신에 ‘지혜로운 주장’을 선택한 것이다. 그때 과감히 개방한 것이 우리 경제를 도약시킴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국내 시장에서 우리 상품들이 외국상품들과 피나는 경쟁을 하였기에 해외시장에 나가 당당히 겨룰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개방되지 않았던 분야가 금융 분야였다. 그런데 다른 분야는 경쟁을 통하여 발전하였으나 금융 분야는 그런 경쟁이 없었기에 낙후되어 후에 IMF위기를 맞게 되었다. 경쟁을 통하여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인기 있는 주장’은 아니나 ‘지혜로운 주장’이다.
우리 사회에서 ‘인기 있는 주장’과 ‘지혜로운 주장’ 사이에 갈등이 계속 일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복지에 대한 왈가왈부는 끝날 줄 모르는 논쟁이다. 이 논쟁에 대한 정답은 간단하다. 웬만한 상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금방 정답을 알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런데, 한다하는 정치가들이 엉뚱한 주장을 하게 되면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그들이 그런 주장을 펼치는 이유 역시 간단하다. 그런 주장이 ‘인기 있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기에 매여 ‘지혜로운 주장’을 외면하고 ‘인기 있는 주장’에 매달리는 정치인들은 정치가가 되지 못하고 장사꾼 수준의 정치꾼에 머물게 된다. 무상급식을 선두로 하는 무상시리즈에 대하여 쉽게 생각해 보자. 날마다 생선을 세 마리를 잡는 어부가 있다 치자. 그 세 마리를 날마다 모두 먹어버리면 그는 평생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두 마리는 먹고 한 마리는 저장해 놓는다면 나중에 저장한 생선을 한 달 동안 먹으며 그물을 만들 수 있다. 그 그물로 한꺼번에 수백 마리 생선을 잡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후손들까지 잘 살 수 있게 된다.
남미의 베네수엘라, 일부 유럽 나라들은 날마다 잡은 물고기를 다 먹어버린 어부와 같다. 빚 때문에 온 나라가 꼼짝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라에 돈이 없어 다른 나라에 돈을 구걸하는 처지에 이르고 있다. 국민들의 수명은 늘어나고 있는데 복지에 쓸 돈은 마련할 길이 없다. 기성세대가 날마다 잡은 생선을 다 먹어치운 탓이다. 저축을 하지 아니 하고 투자를 하지 않았기에 청년 실업률은 엄청나게 높다. 복지를 늘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수입에 비추어 한 단계씩 지혜롭게 늘여 나가야 한다. 정치인들은 지금 다 먹고 말자는 주장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 인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주장이 후손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하여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런 정치가들이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는 사실이 국가적 재난이다.
복지 지상주의자들은 기업과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거둬들여 복지하면 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세금을 더 거두자는 생각은 그만큼 더 먹어치우자는 말과 통한다. 기업이 돈을 가지고 있으면 상당 부분 재투자가 된다. 그 투자는 바로 일자리로 연결되고 후손들을 위한 투자로 이어진다. 정부가 그 돈을 복지에 쓰면 투자할 수 있는 돈을 당장 먹어치우는 것을 의미한다.
세금을 많이 거둬서 최고의 복지를 실시하여 왔던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들도 요즘 들어 세금을 절반으로 내려 기업을 살림으로서 파국을 면하고 있다. 세금을 많이 거둔 나라가 잘 될 수 없음을 늦게나마 깨달은 것이다. 우리나라 에서 무상급식, 무상교육을 하자는 사람들은 매달 수천만 원씩 벌고 있는 부모의 자녀들에게까지 세금으로 공짜 밥을 먹이자는 것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 이 나라의 다수인 서민들에게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후손의 등을 쳐서 지금 잘 먹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그 돈은 기업에 남아서 투자에 사용되어져야 할 돈이다.
선택하여야 할 사항은 간단하고 분명하다. 우리가 지금 닥치는 대로 잘 먹고 말 것인가 아니면 지금 좀 참고 절약하고 투자하여 대대손손 잘 사는 나라를 세워 갈 것인가의 선택이다.
2025. 9.10. 素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