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선조님 등

가을날의 즉흥시〔秋日卽事] ··· 한포재 이건명 선조

작성자abigail|작성시간26.06.09|조회수26 목록 댓글 0

가을날의 즉흥시〔秋日卽事]

······················································· 한포재 이건명 선생

 

가을날이 봄처럼 따사로워 / 秋日暖如春

지팡이 짚고 앞 교외를 거니는데 / 杖策行前郊

꽃과 열매가 전답을 덮어 / 華實蔽田畦

청색 황색 어우러졌네 / 靑黃色相殽

문득 도랑 사이를 보니 / 忽看溝澮間

물이 얕고 탁하네 / 有水淺且淆

물가와 닿은 이곳은 / 此地接浦潊

여름 장맛비로 물고기가 많아졌다네 / 夏潦多魚蟊

오랫동안 번식할 터전 얻고서 / 生聚久得所

다투어 물거품 일으키며 노는데 / 出遊爭漚泡

낚싯밥 던질 수도 없고 / 釣餌無所施

그물질할 곳도 아니기에 / 網罟非可包

두렁을 뚫어 물을 빼자 / 穿壠放其水

물이 말라 물쑥과 띠가 드러나니 / 水涸露蓬茅

짐승이 우리 안에 들어온 듯하고 / 有如獸入苙

새가 둥지 태우는 것보다 더 심하네 / 殆甚鳥焚巢

물 잃은 물고기 의지할 곳 없어 / 窮鱗托無處

뻐끔거리며 서로 모여 / 戢戢來相交

거품 불어 준들 어찌 연명하리 / 濡沫豈延晷

눌어 붙은 아교마냥 모래에 던져졌네 / 委沙類着膠

아이들 몸을 굽혀 주워 담아 / 兒童俯手取

꿰미에 엮어 앞 다투어 내던지니 / 貫綴爭擲抛

크기는 푼치밖에 안 되지만 / 巨細較分寸

그래도 음식 만들기에 충분하네 / 猶足充廚庖

날 저물어 집에 돌아오니 / 日暮歸衡門

술이 또 바가지에 그득하네 / 有酒又盈匏

흥취가 잠깐 새 일어 / 趣味在造次

술에 취해 서로 왁자지껄하네 / 取醉相叫呶

이미 긴 칼 두드리는 건 면했으니 / 旣免彈長鋏

좋은 안주 부러워할 필요 없네 / 不須羨珍肴

온수에 낚시 간 / 何如溫水釣

한생(韓愈)이 스스로 견주며 조소(嘲笑)한 것과 어떠한가 / 韓生自比嘲

 

<출처 : 한포재집(寒圃齋集) 제1권 / 시(詩)>

 

[주-1] 새가 …… 심하네 : 물고기가 편안한 보금자리를 잃어 매우 위태로움을 말한 것이다. 《주역》 〈여괘(旅卦) 상구(上九)〉에 “새가 둥지를 불태우니 나그네가 먼저는 웃고 뒤에는 울부짖는다.[鳥焚其巢, 旅人先笑後咷.]” 하였다.

[주-2] 거품 불어 준들 : 함께 곤경에 처하여 서로 구조해 줌을 말한 것이다.《장자(莊子)》〈대종사(大宗師)〉에 “샘이 바짝 마르자 물고기들이 땅 위에 모여 서로 입김을 불어 축축하게 해 주고 거품으로 적셔 주었다.” 하였다.

[주-3] 긴 칼 …… 면했으니 : 대접을 매우 잘 받았음을 말한 것이다. 전국(戰國)시대 제(齊)나라의 풍환(馮驩)이 맹상군(孟嘗君)의 문객(門客)이 되어, 좌우로부터 천시를 받아 음식 제공이 형편없자, 풍환이 손으로 검을 두드리면서 노래하기를 “긴 칼아, 돌아가야겠다. 먹을 고기가 없구나.[長鋏歸來乎, 食無魚!]” 한 고사가 있다.《史記 卷75 孟嘗君列傳》

[주-4] 온수(溫水)에 …… 어떠한가 : 한유(韓愈)가 일찍이 후희(侯喜)의 권유로 온수(溫水)로 함께 낚시질을 갔는데, 종일토록 고기를 낚지 못하고는 후희에게 지어 준 시에 “우리 당의 후생(侯生, 侯喜)은 자가 숙기(叔起)인데 나를 불러 온수에서 낚시질하자 하네.……흐릿한 온수는 끊어졌다 흘렀다 하는데 깊이는 바퀴 자국만 하고 너비는 배 하나만 하다오. 개구리가 뛰어다니고 새 새끼가 목욕하니 고기가 있다 한들 잡을 만하게 뭐 있겠나.……반평생 허둥대며 벼슬자리 구하여 이름 하나 얻고는 늙어 버렸네. 인간 세상 사세(事勢)를 어찌 살펴보지 않았을까 한갓 스스로 고생만 하였으니 끝내 무엇하리.…숙기(叔起) 그대 지금은 기세등등하지만 내 말 절실하니 비웃지 마소. 그대 고기를 낚으려면 멀리 나가야지, 큰 고기가 어찌 습지에 살려 하리오.[吾黨侯生字叔起, 呼我持竿釣温水.……溫水微茫絕又流, 深如車轍濶容輈. 蝦蟇跳過雀兒浴, 此縱有魚何足求?……半世遑遑就舉選, 一名始得紅顔衰. 人間事勢豈不見, 徒自辛苦終何爲?……叔起君今氣方銳, 我言至切君勿嗤. 君欲釣魚須遠去, 大魚豈肯居沮洳?]” 하였다.《昌黎先生集 卷3 贈侯喜》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ㆍ한국고전문화연구원 | 전형윤 황교은 (공역) | 2016

 

작자(한포재 이건명 선생)는 가을날 무르익은 정취 속에서 근처 도랑에서 물고기 잡이를 하였다. 이때 작자는 당나라 때 한유(韓愈)의 시를 떠올리고 이를 빌어 자신의 인생에서 보람과 가치를 찾고자 한다면 가깝고 낮은 개울가에서 놀 것이 아니고 멀리 나가서 크고 깊은 물에서 놀아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