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악함을 자세히 살피면
두려워하고 꺼려할 것 저절로 알게 되어
그것을 두려워하여 범하지 않으면
마침내 걱정이 없어진다.
(법구경)
사람들은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탄식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도를 걷는 이들은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것 같은데, 눈치껏 양지를 찾는 이들은 잘나가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비난만 할 일은 아닙니다. 급변하는 사회현상에
따라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신의 영달만을 위하여 대의를 무시하고 변신을 모색하는 것은 당장은 좋을 듯 싶지만 길게
보면 실패의 길을 걸어감을 알아야 합니다.
남전 본생경에 '배은망덕은 오역죄 못지 않은 큰 죄’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
서 나라를 다스릴 때 어느 마을의 바라문이 밭을 갈다가 잃어버린 소를 찾아 헤매다가 끝내 설산까지
갔다. 그는 방향을 모르고 헤매다가 진두나무를 발견하고 거기에 올라가 열매를 따먹던 중에 발이 미
끄러져 60주나 되는 깊은 구덩이에 떨어져 거기서 열흘을 보냈다.
이때 원숭이 한 마리가 갖가지 나무열매를 찾아먹다가 그 바라문을 보았다. 그 원숭이는 산중을 돌아
다니며 무거운 돌을 날라서 그것으로 발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바라문을 등에 업고 손으로 목을 붙
잡게 해서 끌어올려 주었다.
그렇게 힘을 많이 쓴 원숭이는 '나는 피곤하다. 내 곁에서 보초를 서 주시오. 사자, 호랑이, 표범, 곰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라고 말하고는 자신이 구해준 바라문을 보호자 삼아 잠깐 동안 잠이 들었다.
그러나 그 바라문은 '나는 지금 굶주려 있으니 이 원숭이를 잡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원숭이
들 사슴들 먹기 좋나니, 저 원숭이 죽인들 무슨 상관이랴. 어차피 죽은 동물들 맛있는 고기 되는 것,
그 고기 먹고 또 많이 가지고 나는 여기서 떠나자. 험난한 길을 넘어갈 때에 이 고기는 내 양식 되리."
이런 생각을 한 그는 자신을 믿고 의지하여 자고 있는 원숭이의 머리를 돌로 때렸다. 원숭이는 피투성
이가 된 채 일어나 눈물 흘리고 슬피 울면서 말하였다.
"당신은 행복하라. 당신은 내게 이렇게 하지 말라, 당신은 자기 목숨 유지하려 남의 목숨 빼앗는구나.
실로 당신 야비한 사람이여! 할 수 없는 일을 차마 한 사람이여! 너는 나에 의해 이렇게 험난한 깊은
산골짜기에서 구출되었다. 저 세상에서 꺼내어줬는데도 그대는 나를 해치려 생각했다.
그러한 악한 마음으로 악행을 저질렀나니, 그대 악을 행했더라도 신랄한 고통 겪지 않기를. 너의 삿된
업이 결국 너 자신을 해치는 것, 대나무가 열매 맺으면 열매가 대나무를 해치듯."
원숭이는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 나뭇가지에 올라 앉아서는 '어이 여보게 그대는 그 밑에서 가게, 나는
나뭇가지를 타고 그대에게 길을 가르쳐 주면서 가겠네' 하고 그를 길까지 안내해준 뒤에 호수에 머리
감고 눈물을 닦고 산기슭으로 사라졌다.
그후 그 바라문은 문둥병에 걸려 7년 동안 괴로움 속에 방황하였다. 그러다가 바라나시의 미가치 동
산으로 들어가 그 울타리 곁에 파초 잎을 깔고 고통스러워하면서 누워 있었다. 그때 바라나시왕이 동
산에 들어가 돌아다니다가 그를 보았다.
"너의 그 손발은 흰데 머리는 그 보다 더욱 희구나. 네 몸에는 반점 있나니 너는 문둥병을 앓고 있구
나. 네 등은 울퉁불퉁해 방추를 벌려 세운 것 같으며, 네 손발은 검고 또 마디마디 썩었나니, 너 같은
다른 사람 보지 못했다.
먼지를 뒤집어쓴 발은 떨면서 또 여위어 혈관이 드러났다. 굶주려 그 몸은 바짝 말랐나니, 너는 어디
서 온 자이냐? 너는 전생에 어떤 업 지었는가? 아무 까닭 없이 누구를 죽였는가? 그 무슨 나쁜 업 지었
기에 이런 고통을 받고 있는가?’ 하고 물었다.
바라문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원숭이의 저주를 받은 나는 뜨거운 고뇌에 괴로워하면서 온몸이 달
아오르기 때문에, 물을 마시기 위해 여기 왔나니. 호수는 햇볕에 타는 듯 붉은 피를 띄우고 내 온몸은
피고름처럼 변해 버렸네.
내 몸에 쏟아지는 물방울이란 물방울은 모두 베루바 열매의 반조각 같은 부스럼이 되고 말았네. 부스
럼이 터지고 더러운 내 몸에서 피고름은 줄줄 흘러내렸네. 내가 가는 길은 작은 마을에서나 큰 읍에서
나, 또 여자거나 남자거나 다 막대기 들고 내 길을 막으면서 너는 더러운 냄새를 풍기는구나.
우리들 사는 곳에 오지 말라고, 이런 고통 받아온 지 이제 7년 되었네. 이것은 일찍이 내가 지은 삿된
업의 그 과보이네. 그러므로 나는 당신에게 말하노니,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여라.
당신은 부디 벗들을 속이지 말라. 벗을 속이는 것은 삿된 일이네. 벗을 속이는 자는 나병을 앓아 그 피
부 희네. 벗을 속이는 자는 죽어서는 저 지옥에 떨어지네."
그 바라문이 왕에게 이야기 하고 있을 때 대지가 입을 벌려 바라문은 그 자리에서 죽어 무간지옥에 떨
어졌다. 바라문은 데바닷다요, 원숭이는 부처님이었다.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짓은 오역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오역죄는 부모를 죽이고,
아라한을 죽이고, 승가의 화합을 깨뜨리며, 부처님의 몸에 피를 나게 하는 다섯 가지를 말하는데 이를
범하면 무간지옥에 떨어진다고 합니다.
또한 은혜를 배반하는 배은망덕은 오역죄에 못지 않으니 어찌 두렵지 않으리오? 아무리 이익을 위하
여 시세를 따른다 할지라도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는 잊지 말아야 함을 유념하소서!
나옹혜근 선사는 노래합니다. "어리석음이 깊어 자기 자신의 힘을 헤아리지 못하고 남의 피를 실컷 빨
아서 무거워지니 날지 못하는구나. 남에게 빌린 물건은 본디 갚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반드시 본래의
주인에게 갚아야 할 날이 있으리라."
계룡산인 장곡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