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뉴질랜드 광활한 초원에는 오래된 관습이 하나 있습니다. 양치기들은 겨울이 코앞에 다가온 늦가을, 가장 추운 계절을 맞이하기 직전에 양들의 털을 깎아냅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여름에 털을 깎아야 겨울이 오기 전에 다시 자라 양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을 텐데, 왜 하필 혹한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에 양들을 벌거벗기는 것일까요?
2. 물론 늦가을에 깎은 양털의 품질이 뛰어나다는 경제적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이 전통의 진짜 이유는 훨씬 더 깊은 곳에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것은 양들을 살리기 위한 선택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양들에게서 보호막을 빼앗는 것이 오히려 그들의 생존율을 높인다는 것을 양치기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3. 털이 풍성한 양은 자신이 가진 천연 방한복을 믿고 안심합니다. 두툼한 이불 속에 파묻혀 있는 사람처럼, 곧 닥쳐올 위험을 실감하지 못합니다. 먹이를 찾아 부지런히 돌아다닐 필요도, 바람을 피할 안전한 곳을 미리 찾아둘 필요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저 풍성한 털가죽이 주는 따스함에 취해 느긋하게 풀을 뜯을 뿐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영하의 폭풍우가 몰아치면, 그제야 당황합니다.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몸은 급격한 기온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그 두툼한 털가죽조차 생명을 지켜주지 못합니다.
4. 반면 털을 깎인 양의 운명은 전혀 다릅니다. 차가운 바람이 피부에 직접 닿는 순간부터, 양은 생존 본능을 깨웁니다. 추위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추상적인 위협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현실이 됩니다. 양은 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영양가 높은 풀을 찾아 더 넓은 영역을 탐색하고, 바위 틈이나 언덕 아래처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을 기억해둡니다. 끊임없이 걷고 뛰면서 체온을 유지하고, 그 과정에서 몸은 강해지고 면역력은 높아집니다. 털을 깎인 양은 겨울이 오기 전 이미 겨울과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짜 혹한이 닥쳤을 때, 이 양들은 이미 준비된 전사가 되어 있습니다.
5. 이 이야기는 우리 삶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양털'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20년, 30년 다닌 안정적인 직장,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 집 한 채와 적당한 저축, 익숙한 인간관계와 변함없는 일상. 이것들은 우리에게 안락함을 줍니다. 따뜻한 이불 속 같은 편안함, 내일도 오늘과 같을 거라는 확신,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는 안도감을 선물합니다.
6. 하지만 바로 이 안락함이 함정입니다. 우리는 '양털' 속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불편한 도전을 할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데 왜?"라는 질문이 모든 성장의 싹을 잘라버립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은퇴가 다가오거나, 회사가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거나, 세상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제야 깨닫습니다. 그동안 우리를 지켜준다고 믿었던 '양털'은 실은 우리를 약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7. 은퇴 후 잘 사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일찍부터 스스로 '양털'을 깎아낸 사람들입니다. 60세가 되어서야 새로운 것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40대에, 때로는 30대에 이미 자신을 일부러 불편한 곳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퇴근 후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주말에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실패할 수도 있는 작은 프로젝트들에 도전했습니다. 편안한 현재를 누리면서도, 동시에 미래의 '겨울'을 준비하는 지혜를 가졌던 것입니다.
8. 이들은 은퇴가 인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압니다. 회사의 직함이 사라진 후에도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자신만의 채널을 만들어두었습니다. 월급이 끊긴 후에도 스스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갈고 닦았습니다. 건강이 나빠지기 전부터 몸을 단련하고, 인지능력이 떨어지기 전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며 뇌를 자극했습니다. 무엇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의 근육을 키웠습니다.
9. '양털'을 깎아낸다는 것은 무모한 도박을 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직장을 당장 그만두거나, 모든 것을 버리고 낯선 곳으로 떠나라는 말이 아닙니다. 진짜 의미는 안전지대 바깥으로 한 발을 내딛는 용기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퇴근 후 한 시간을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주말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두렵지만 해볼 만한 작은 도전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지금 가진 것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그것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10. 당신 안의 '양털'은 무엇입니까? 이제 그 '양털'을 깎아내고, 인생의 '겨울'을 이겨낼 힘을 기를 시간입니다.
[참고 도서] 부자사전
저자ㆍ허영만
출판ㆍ위즈덤하우스(2005.4.25)
페이지수ㆍ375
사이즈ㆍ152*223mm
도서서적ㆍ13,050원(-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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