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저우 여행14 - 어여쁜 졸정원을 걸어서 구경하다가 소동파와 조조를 떠올리다!
2023년 10월 26일 쑤저우 북광장 커운짠(客运站) 정류소에서 遊(유) 1 버스를 타고 북사탑(北寺塔)
을 구경하고는 7~8분을 걸어서 쑤저우 비단박물관 을 찾으니...... 소주사조박물관
(苏州丝绸 博物馆 Suzhou Silk Museum) 은 비단을 제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무료 입장 입니다.
그러고는 비단박물관을 뒤로 하고 15분 가량을 걸어서 북사탑을 지나 좌회전을 하여 지도를
보며 졸정원 을 찾아가니 긴 줄이 보이는데...... 여긴 쑤저우 역사박물관
(苏州 歷史博物馆) 이고 다음은 태평천국의 난 충왕부 건물이며 그 다음 건물이 졸정원 입니다.
줘정위안 (拙政园, 拙政園 졸정원) 은 중국 쑤저우에 있는 정원이니..... 51,950 m²
의 면적으로 쑤저우에서는 가장 큰 정원 중의 하나이며 또 쑤저우의 4대
명원 중에 하나로, 중국 강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나라 때 륙귀몽(陸龜蒙) 의 개인 사저 였고, 원나라 때는 다홍사라는 절 이 되었으며
1510년 명나라 때 왕헌신(王獻臣) 이 절을 사들여 개인 정원 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왕헌신의 친구이자 명대의 유명한 화가인 문징명 (文徵明) 이 전체적인 개조의 디자인을 맡았고,
공사는 16년 후인 1526년에 완공되었으며 완공 후 1526년에 졸정원에 대한 글인 “왕씨
졸정기 (王氏拙政記)” 를 그리고 1533년에는 “졸정원도영 (拙政園圖詠)” 이란 그림도 남겼습니다.
졸정원 (拙政园) 이란 이름은 서진(西晉) 의 학자인 반악(潘岳) 한거부(閑居賦) 에 나오는 말로
'차역졸자지위정야 (此亦拙者之爲政也)' : 졸자(拙者) 가 정치를 하는구나'
라는 구절에서 따왔는데.... '졸저(拙著)', '졸고(拙稿)' 등의 경우와 같이 자신을 스스로
낮추는 경우에 '拙(졸)' 이란 말을 쓰는데,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낮춰부르는 의미입니다.
왕헌신 사후에 부자가 3대를 못간다고 아들이 도박으로 졸정원을 잃었고, 계속 주인이 바뀌었으며 1631년
부터 정원이 동, 중, 서로 쪼개어 팔리기도 했고 변용되고 방치되다가, 1949년 세 정원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고 1952년에 복원되었으며 1997년 에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이 되었습니다.
한 때 졸정원을 셋으로로나누었으니...... 동부(东部) 는 출향관(秫香馆),
부용수(芙蓉榭), 천천정(天泉亭) 및 주출입구 등 이라고 합니다.
중부(中部) 는 小飞虹(소비홍), 远香堂(원향당), 待霜亭(대상정, 또는 北山亭 북산정)
등이며.... 서부(西部) 는 삼십육원앙관 (三十六鸳鸯馆), 유은각(留听阁), 부취각
(浮翠阁), 여수동좌헌(与谁同坐轩), 탑영정(塔影亭) 그리고 파형랑(波形廊) 이랍니다.
사연이 많은 정원을 거닐다 보니..... 문득 성균관대 이준식 교수가 동아 일보에
'이준식의 한시 한 수' 칼럼에 올린 “소동파의 음주” 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근심 걱정 모르는 어린 아들, 앉으나 서나 내 옷자락을 잡아끈다.
아이에게 막 화내려는 참에, 철없는 애 아니냐며 마누라가 말린다.
애도 아둔하지만 당신은 더하구려. 즐기면 되지 무슨 걱정이시오.
이 말에 창피해서 돌아와 앉았는데, 술잔 씻어서 내 앞에 내놓는다.
그 옛날 유영(劉伶)의 부인보다 훨씬 낫구나. 구질구질 술값을 따졌다던데.
(小兒不識愁, 起坐牽我衣. 我欲嗔小兒, 老妻勸兒癡. 兒癡君更甚,
不樂愁何為. 還坐愧此言, 洗盞當我前. 大勝劉伶婦, 區區為酒錢.)
- ‘어린 아들(소아·小兒)’·소식(蘇軾·1037∼1101)
대문호의 집안 에서 벌어진 아기자기한 해프닝 이니...... 세상 걱정 없는 철부지 아이는 아빠만 보면 졸졸
매달린다. 일에, 인생살이에 지친 아버지는 아이에게 들볶이는 게 때로 성가시고 짜증스럽기도 하다.
낌새를 알아챈 아내의 타박. ‘애는 철부지라 그렇다 치고 세상에 즐길 것 도 많은데 굳이 얼굴 찌푸리고
살 게 뭐람’ 하는 핀잔이다. 뒤이어 술잔을 내놓는 아내의 마음새 에 시인은 금세 누긋해진다.
음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통적 예법에 반기를 들었던 위진 시대의 죽림칠현
(竹林七賢) 이니... 그중 하나인 유영(劉伶) 은 ‘주덕송(酒德頌·술 예찬론)’ 을
지어 ‘오직 음주에만 힘을 쓰니, 어찌 다른 일을 알겠는가’ 라 할 정도로 술에 탐닉했다.
유영의 아내가 술을 내다 버리거나 술병을 깨트렸다 는 일화는 전해지지만, 그녀가 ‘구질구질 술값을
따졌는지’ 는 알 길이 없다. 아내의 뜻밖의 대접에 놀란 동파가 상상력을 발휘해 본 건지도 모른다.
동파가 음주와 관련된 시 를 적잖이 남기긴 했어도 주량이 그리 세지는 않은 듯하다. ‘내 주량은 지극히 적지만
술잔 드는 것만으로도 늘 즐겁다’ 고 했고 바둑, 음주, 노래 셋만은 남보다 못하다는 걸 자인한 기록도 있다.
낙향한 명나라의 일개 관리인 왕헌신 이 이런 엄청난 규모의 정원을 조성했다니 놀라운데....
뇌물과 황제의 하사금 으로 졸정원을 조성했으니 양심이 있는지 부끄러웠던 모양 입니다.
해서 정원의 이름에 치졸하다는 졸(拙) 자를 다 붙였으니.... 북경의 이화원, 내몽고 승덕의 피서산장 그리고
여기 소주의 유원 과 더불어 중국의 4대 정원 이 되었으나 사후에는 아들이 가산을 모두 탕진했다나요?
여기 졸정원(拙政园) 정원에는 연못과 정자에다가 회랑 이며 기이한 소나무 등
볼거리가 많으나.... 시간상 이제는 나가야 한다는게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뒤돌아보다가 문득 동아일보 이기욱 기자 가 쓴 “중국 현실참여 문학사조,
조조가 창시... 간웅은 꾸며낸 이미지” 조조는 문인으로서 공로가 큽니다.
중국 전통문학이 조조로 부터 시작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라는 기사가 떠오릅니다.
2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택에서 만난 원로 중문학자 김학주 서울대 명예교수(87)는 조조(155∼220)
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밝혔다. 김 명예교수는 중국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시대 문학사를
정리하다가 조조가 현실 참여의 문학 사조 를 중국에서 처음 창시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세상에 간웅으로만 알려진 조조의 일생을 재평가한 책 ‘조조의 재발견’ 을 20일 출간했다.
김 명예교수는 조조 이전 중국의 시는 문인들이 황제에게 잘 보여 출세 하기 위해 지은 게 다수
라고 말한다. 중국 전한시대 문인 사마상여 (기원전 179∼기원전 117)가 한 무제
(기원전 156∼기원전 87) 에게 사냥하는 황제의 위엄 을 칭송하는 시 ‘상림부
(上林賦)’ 를 바치고 중랑장(中郞將· 황제 근위병을 통솔하는 장수) 벼슬에 오른 게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조조는 ‘역적이 나라의 권세를 잡아 왕을 죽이고 도읍을 부수었네’ 문구를 담은 한시 ‘해로(해露)’
를 통해 실권자 동탁 (137∼192)을 비판했다. 시에서 동탁이 한나라 수도 낙양(洛陽) 을 불태우고 장안
(長安) 으로 도읍을 옮기도록 헌제에게 강요한 사실을 애통해 했다. 김 명예교수는 “조조의 현실참여
문학에 감동한 문인들이 모여 중국 최초의 문단이라 할수 있는 건안칠자(建安七子) 를 형성했다” 고 설명했다.
조조의 간악한 이미지 는 유씨가 아닌 조씨가 한나라를 계승한데 대한 반발 에서 비롯됐다는 게 그의
견해다. 예컨대 소설 ‘삼국지연의’ 에서는 조조가 아버지의 의형제인 여백사의 일가족을 죽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 명예교수는 “사서 ‘삼국지’ 를 보완하는 주석마다 여백사 관련 기록이 서로 다르다."
"몰살 자체가 꾸며낸 이야기” 라고 주장했다. 북위 사서 위서(魏書) 는 여백사의 아들들이 조조를
위협하며 그의 말과 소지품을 빼앗아 조조가 반격한 것 이라는 기록을 담고 있다.
김 명예교수는 “조조는 중국에서 정치, 문학적 업적뿐 아니라 인간성까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며 “이 책이 조조를 올바르게 평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라고 말했다.
이 아름다운 정원을 구경하는 중에 잠시 앉아 쉬면서 생뚱맞게도 중국과 미국의 관계 를
생각하다가.... 김현수 동아일보 뉴욕특파원이 동아일보에 쓴 기사에 “美中 반도체
전쟁 속 외교관 된 애플 CEO, 머스크에게도 팀 쿡이 있다면.…’” 이란 글이 떠오릅니다.
재계 관계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와 팀 쿡 애플 CEO를 모두 만나봤다” 며 “팀 쿡 이야
말로 스티브 잡스의 비전을 실현해 애플을 실질적으로 키운 인물” 이라고 평했다. ‘비저너리(미래
전망을 제시하는)’ 경영자인 머스크도 쿡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면서 결국 쿡의 능력을 치켜세운 말이었다.
쿡 의 대표 업적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효율적 공급망 을 건설해 애플을 순이익률 25% 수준의 세계 시가총액
1위 (2조7600억 달러) 기업으로 키운 것이다. 아이폰 조립은 중국 에서, 첨단 반도체는 대만 에 구축했다.
‘공급망 전문가’ 쿡은 다시 바빠졌다. 미중 갈등 이 격화되자 중국 조립 라인을 인도나 베트남 으로
옮기고, 대만산 반도체 비중을 줄이는 전략을 세웠다. 그는 최근 1년 새 공개적으로 유럽 일본
중국 인도 출장을 다녀왔는데 모두 공급망과 관련이 깊다. 그는 ‘중국 탈출’ 에 성공할 수 있을까.
반도체 전쟁 한복판에 서 있는 쿡의 행보에서는 세 가지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애플과 미국
정부의 언어가 같아지고 있으니 애플은 중국 양쯔메모리 테크놀로지 낸드플래시를 조달
하려다가 미 의회의 뭇매를 맞은후 ‘미국산’ 부품을 쓴다고 홍보하며... 대만 TSMC 애리조나
공장 장비 반입식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한목소리로 ‘아이폰 공급망 미국 상륙’ 을 축하했다.
둘째, 쿡이 다녀간 지역에는 TSMC 가 새 공장을 검토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애플은 세계 1위 반도체
구매자 이자 TSMC 매출의 26% 를 차지하는 큰손이다. 애플은 중국의 대만 해협에 대한 위협 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TSMC도 위험을 최소화 하려는 최대 고객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첨단 반도체 공장을 협력업체나 인력 기반도 없는 새로운 곳 에 짓기란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애플과 미 행정부의 공급망 전략, 각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재건
야심이 맞아떨어지면서 미 동맹국 일본이나 독일 이 첨단 반도체 생산지 로 고려되기 시작했다.
셋째, 그럼에도 중국에 외교적 수사 를 아끼지 않는다. 올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포럼을 찾은 쿡은 “중국과
애플 관계는 상징적” 이라 추어올리며 중국 달래기 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 매출 20%가 중국권
시장에서 나오기에 쿡은 중국 반발을 두려워 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단기간에 중국 및 대만 공급망 의존도
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탈중국 행보를 보이면서도 중국에 외교적 언어로 협력을 강조한 셈이다.
서방 진영의 중국 공급망 이탈 은 피할수 없는 시대 변화다. 하지만 ‘탈(脫)중국’ 은 당장 경제적
충격을 비롯해 쉽게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완전한 분리를 의미하는 ‘디커플링’ 이 아닌 위험
을 낮춘다는 의미의 ‘디리스킹(탈위험)’ 이란 수사가 등장한 것도 이 같은 고충이 반영된 것이다.
애플이 미국 정부와 해외 정부 그리고 TSMC 같은 협력업체와 적극적으로 중국 디리스킹 에 힘을
합치면서도 중국에 대한 외교적 수사 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한국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국내 기업도 ‘글로벌 반도체 전쟁’ 의 중요한 플레이어가 됐다. 정부와 한 몸처럼, 때로는
홀로 서서라도 필요한 외교적 수사를 구사하며 공급 및 판매망 재편 전략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