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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스크랩] 13월(에리히 케스트너)

작성자알모|작성시간15.05.17|조회수420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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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그에게 자기 소원을 말하게 한다면 어떻게 말할까?
한 달만 더 덤으로 달라고 할까?
열두 달로 만족하는 사람에게는 어쩔 도리가 없지.
열두 달 중 13번째라면 어떨까?

봄은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야 하리라.
쟈스민과 장미가 여름 축제를 벌이겠지.
그리고 사과는 무르익어 빨갛게 그리고 황금빛으로
가을 가지에 걸려 있을 테지.

전나무들은 자작나무 숲에서
하얗게 잘라 놓은 듯한 납작 모자를 쓰고 나올 테지.
그리고 계절의 시장에서
은방울꽃을 살 거야.

아담과 하와는 초원에 누워
그들의 오랑캐꽃 침상 속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을 거야.
어느 누구도 천국에서 그들을 쫓아내지 않은 것처럼.

콩은 노랗게 될 거야. 그리고 포도는 푸르게 되겠지.
우린 꿈을 꾸었지. 지구도 꿈이었을 거야.
13월, 너를 믿게 해 주오!
시간은 공간을 지니고 있으니까!

감히 너를 기다리는 우리의 변덕스러움을 용서해 주오.
베일이 나부낀다. 네 얼굴을 감싸고 있는 베일이.
사람들은 알고 있는 낡은 열두 그림에서
더 이상 새로운 그림을 그리려 들지 않았다.

그러니 너 스스로 만들어라! 들을 수도 없는 큰 소리로!
무지개도 보여 줄 수 없는 그러한 색깔로!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그 아름다움의 보물을 빼앗으리라!
너는 침묵하느냐?
그도 침묵하는데.

째깍 째깍 시간이 간다. 한 해가 원을 그린다.
늘 그랬듯이
시간은 가고 한 해는 반복될 뿐이다.
사랑하는 이여, 기다려라. 원을 그리며 여행을 가자.
그런데 12월 다음에는 1월이 오네.


- 에리히 케스트너, <13월/영학출판사/1988년> -

 

 

 

거의 3주 동안 숨가쁘게 달렸다.

목요일 밤부터는 긴강을 풀어선지 몸이 천근만근이다.

오전에 그대로 집에서 퍼질까 하다가 진달래와 함께 <버티고 책방>에 갔다.

진달래는 가운데 자리에 나는 창가 자리에 따로 앉아 책을 읽었다.

이탈로 칼비노의 책 <마르코발도 혹은 도시의 사계절/민음사>.

멋지다.

 

'버티고 책방'이라는 곳에서, 이 아침에, 커피 한 잔 홀짝이며, 책을 읽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이탈로 칼비노'라는 멋진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을까?

아마도... 확률은 매우 낮았을 것이다.

지난 2월 말 일산병원 근처에 생긴 '버티고 책방'.

이곳이 있어 알모의 삶은 더욱 풍성해졌다.

이탈로 칼비노, 비비안 마이어,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이런 작가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책방에 '버티고 책방에서 가져온 책' 코너를 따로 만들어야겠다.

 

목요일 밤 버티고에 들러 크림생맥주를 한 잔 마시며 <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윌북>과 함께 버티고 씨가 갖고 있던 오래된 시집 몇 권을 샀다.

그 중 한 권은 에리히 캐스트너 시집 <13월/영학출판사/1988년>이다.

에리히 캐스트너가 시집을?

몇 편 훑어보는데 눈에 쏙 들어오는 시들이 있다.

당분간은 에리히 케스트너와 이탈로 칼비노 그리고 역시 다니카와 슌타로 세 사람에게 둘러싸여 살게 될 모양이다.

 

버티고가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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