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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야구도하기 (一夜九渡河記)-열하일기 中 명문장

작성자오한택요한|작성시간16.10.19|조회수164 목록 댓글 2

일야구도하기 (一夜九渡河記) '박지원'   인문고전의 향기 

 

박 지 원

강물은 두 산 사이에서 흘러나와 돌에 부딪쳐 싸우며 흐르고 있었다

그 놀란 물너울, 분노한 물결, 애원하는 듯한 여울은 내달아 들이받고

뒤말려 곤두박질치며 울며 으르릉거리며 부르짖으며 고함치며

항상 장성을 쳐 부술 기세이다. 전차만승(戰車萬乘)과 전기만대(戰騎萬隊)

전포만가(戰砲萬架)와 전고만좌 (戰鼓萬坐)로써도 그 우르르쾅당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만족하게 형용하지 못할 것이다

 

모래 위엔 거대한 돌들이 우뚝우뚝 늘어서 있고 강둑에는 버드나무들이 어두컴컴한

모습으로 있어, 흡사 물귀신들이 다투어 나와 사람 앞에 뻐기고 있고 좌우의 교리들이

움켜잡기라도 하려는 듯했다 어떤 사람은 이곳이 옛 전쟁터 였기 때문에 강물소리가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강물소리는 듣기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다.

 

나의 집이 있는 산중 바로 문 앞에 큰 내가 있다. 해마다 여름철 폭우가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냇물이 갑자기 불어나 마냥 차기와 포고 소리를 듣게되어 마침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되었다. 나는 일찍이 문을 닫고 드러누워 그 냇물소리를

유별해서 들어본적이 있었다. 깊숙한 솔숲에서 울려나오는 솔바람 같은 소리

이 들음은 청아하다. 산이 찢어지고 언덕이 무너지는 소리, 이 들음은 분격해 있다

뭇개구리들이 다투어 우는 듯한 소리, 이 들음은 교만스럽다 .수많은 축(중국

현악기의 한가지)이 벌갈아 울려대는 듯한 소리, 이 들음은 노기에 차 있다

별안간 떨어지는 천둥같은 소리, 이들음은 경악에 차 있다. 약하거나 세거나

한 불에 찻물이 끓는 듯한 소리, 이 들음은 흥취롭다. 거문고가 궁조 (宮調)

우조(羽調)로 울려나오는 듯한 소리, 이 들음은 슬픔에 젖어있다

종이 바른 창문에 바람이 우는 듯한 소리, 이 들음은 회의에 설레이고 있다

 

이 모두가 똑바로 듣지 못한 것이다. 단지 흉중에 머금어 진 뜻이 있어 이에 따라

귀가 받아들여 소리로 만든 것일 따름이다. 지금 나는 밤중에 한 강을 아홉번

건넜다. 강은 새외로 부터 흘러나와 장성을 뚫고 유하. 조하, 황화, 진천등의

여러 줄기와 합쳐서 밀운성 밑을 지나 백하(白河)가 된다.

나는 어제 배로 백하를 건넜는데 이는 바로 이강의 하류였다

 

내가 아직 요동땅에 들기전 ,바햐흐로 한여름이라 퇴악볕 속을 가는데 홀연히

대하(大河)가 앞을 가로막아 시뻘건 물길이 산같이 일어나서 대안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대개 천리밖 상류지방에 폭우가 쏟아진 때문이었다.

물을 건널적에 사람들이 모두 머리를 젖혀 하늘을 우러러보기에 나는 그들이

모두 하늘을 향하여 묵도를 올리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야 알았지만

물을 건너는 자가 물이 소용돌이치기도 하고 용솟음치기도 하며 탕탕히 내닫는

것을 보면, 몸은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고 시선은 흐름을 따라 내려가는 것 같아

문득 현기가 나서 물에 빠질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머리를 젖혀 하늘을 우러러

본것은 하늘에 기도하기 위함이 아니라 숮제 물을 외면하고 보지 않기 위함이었다.

사실 어느 겨를에 그 잠깐 동안의 위급한 목숨을 위해 기도 할수 있었으랴

 

 

그 위험하기가 이와 같았는데도 강물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모두 말하기를 요동

들이 평평하고 넓기 때문에 물이 성을 내어 울어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강물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요하(遙河)가 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지 밤중에

건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에는 물을 볼 수 있으므로 오로지 눈으로 위태로움을

보는 데만 쏠려 ,바햐흐로 벌벌 떨며 도리어 눈을 가진것을 걱정해야 할판에 도대체

무엇이 들리겠는가. 지금은 밤중에 강을 건너는지라 눈이 위태로움을 보지 못하느니만큼

위태로움이 오로지 청각으로 쏠려 귀가 바햐흐로 벌벌 떨며 그 우구(憂懼)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야 도()를 깨달았다. 마음을 유적하게 하는자는 이목(耳目)

이 누()가 되지 않고 이목을 믿는자는 보고 듣는 것이 자세하면 할수록 더욱

병통이 되는 것이다.

 

나의 마부가 말에 발을 밟혔기 때문에 뒷수레에다 태우고 ,드디어 말재갈을 풀고

강물에 떴다. 무릎을 오그리고 발을 모아 안장위에 앉았다. 말에서 한번 떨어지기만

하면 강물이다. 그럴경우 강물로 땅을 삼고 ,강물로 옷을 삼고, 강물로 몸을 삼고,

강물로 성정(性情)을 삼을 것이리라. 이에 한번 떨어질 것을 마음에 각오하자, 나의

귀에는 마침내 강물소리가 들려오지 않았고, 무릇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너는 데 조금도

걱정이 없어, 마치 안석과 자리 위에서 조와기거(坐臥起居) 하는 것 같았다

 

옛날 우()가 강을 건너는데 황룡이 등으로 배를 졌다 하니 이는 지극히 위태로운

것이다. 그러나 사생의 판단이 마음에 분명해지고 보면 용 이라고 해서 크게 보일 것도

도룡뇽이라고 해서 작게 보일 것도 없었다

 

소리와 빛은 외물(外物)이다

외물이 항상 이목에 누가되어 사람으로 하여금 그 시청(視聽)의 바름을 잃게 하는것이

이와 같다. 그런데 하물며 인간이 세상을 살아나감은 그 험하고 위태로움이 강물보다

심한 데가 있고, 보고 듣는것이 곧잘 병통이 되는데에 있어서랴

나는 또 나의 산중에 돌아가 다시 앞 냇물소리를 들어 보아 이것을 경험해 보고

그리고 몸 가지는 데 교묘하고 스스로 그 총명함을 자신하는 자들에게 경고하리라

 

 

 

 

필자소개

 

박지원 이조영조~순조때의 실학자 ,소설가 (1737-1805)

실학파의 대가로서 공리공론을 배격하고 사실주의 문학을 수립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그는 청나라 문인들과 교유하여 정치.경제.문학.천문.경의 등에도 관심을 갖고

연경에 다녀와 대문장 '열하일기' 26권을 남겼다

이 기행문은 당시 유학자들 사이에 많은 비난을 받았으나. 여러 방면에 걸쳐

청나라의 신문물과 실학사을 소개했고 우리 문학사상 귀중한 문헌으로

이책에 '허생전' '호질' ' 양반전' '광문자전' 등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출처 : 세계 명문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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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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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스테파노(무지개를 향하여) | 작성시간 16.10.19 큰어른들의 가르침에서
    온고지신의 새가치를 창조해 봐야겠지요.
  • 작성자홍영태미카엘 | 작성시간 16.10.20 박지원이 우리나라 몇 안되는 천재이며 명문장가라고 했던 것 같던데 강의를 들을 수 없어 아쉬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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