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해 (2010)
감독: 나홍진 (추격자-2008)
배우: 하정우, 김윤석, 조성하, 임예원.
영화 소개 및 평 :
추격자(2008)를 단숨에 장편스릴러영화의 반열에 오르게 한 나홍진 감독의 차기작으로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킨 필름이다. 필자 역시 이 영화를 2010년 마지막 날 저녁에 보게 되었다.
줄거리는 중국 연변에 사는 조선족 구남(하정우 분)이 마작으로 거액의 빚을 지자 중국 채권자들에 의해 변제 독촉을 받는다. 구남은 결국 같은 조선족이자 살인청부업자인 면가(김윤석 분)를 소개받고 한국에 있는 남자를 살인하라는 청탁을 받는다.
구남은 면가로부터 선금을 지급받고 채권자들에게 일부 변제를 한 다음 한국에 가 있는 아내(탁성은 분)를 찾을 겸 한국에 밀항한다. 한국의 체육 교수를 살해하려는 시도는 곧 다른 고용인에 의해 시행되고 이를 목격한 구남은 살인죄의 누명을 쓰고 경찰 및 청부살인을 의뢰한 김태원(조성하 분)사장 무리에게 쫓기게 된다.
일이 꼬이자 연변에 있던 면가 무리들도 한국에 입국하고 구남을 쫓는다. 이제 구남은 도망자가 되어 경찰 및 김태원 조직, 면가 무리에게 표적이 돼버린다. 그러나 영악한 김태원은 무대뽀로 보이는 면가 무리들을 야간에 제거하려 하다가 면가를 놓친다.
면가 역시 김태원에게 보복하려 이들의 아지트로 가게되고 아내의 시신을 간접 확인한 구남은 자신을 꼬이게 한 주모자를 찾아 나선다.
개봉 직후부터 잔혹하고 너무 노골적이다 라는 후기가 난무해 심신을 매우 불안하게 만드는 수준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나홍진 감독은 유혈 분장 효과를 매우 사실적으로 뚜렷이 묘사함으로써 어색함이나 김빠지는 것을 방지했다.
싸움씬에서 식칼이나 회칼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13일의 금요일>보다도 더한 도끼질이 과도한 폭력 장면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조선족의 격투방법을 특이하게 보여준 것 같다.
남우조연상(타짜의 아귀 역), 남우주연상(추격자의 전직 형사 역)으로 발군의 연기력을 입증한 김윤석이 도끼질 상해를 굵직하게 연기한다.
하정우 역시 공사판식 격투씬을 여과없이 잘 소화해낸다. 그리고 화면이 터질듯한 강렬한 도로 추격씬과 충돌씬은 극장 수퍼사운드와 맞물려 <매드 맥스1>같이 스피디한 쾌감을 준다.
김태원과 면가까지 죽은 것을 확인한 구남은 저축은행에 들렸다가 그간 벌어진 모든 가공할 싸움을 일으킨 장본인이 살해된 체육 교수의 젊은 아내(임예원 분)임을 발견하고 허탈해한다.
얌전하게만 보이던 한 여자의 교활함에 모든 소동이 빚어진 것을 뒤로 하고 구남은 어선에 오르지만 곧 숨을 거둔다.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인 이들은 결국 모두 허망하게 최후를 맞은 것이다.
강우석 감독의 <이끼> 마지막 장면에도 박해일이 진범을 간파하고 너무 놀라서 한 여인을 바라보는 씬이 있다. 그녀의 눈과 표정에 엄청난 음모와 반전이 발견된 것... 비슷한 맥락이다.
<황해>는 '북한의 도끼만행사건은 저리 가라'고 할만큼 강한 폭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면가 조선족들이 개고기를 개걸스럽게 먹는 광경이나 그 묵직한 뼈로 사람을 내리쳐 죽이는 장면은 멜 깁슨의 <브레이브 하트>폭력씬에서도 비슷하게 다뤄진 일이 있다.
제일 마지막, 구남의 아내(탁성은 분)가 중국 연변에 도착하는 기차에서 내려서 아무도 없는 플랫폼을 거니는데 이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제일 마지막 설정과도 같다.
죽어서 분골가루가 된 그녀가 성한 외모로 연변에 도착하는 상상 장면은 무고한 자의 영혼은 결국 근원지로 돌아간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상징한 것은 아닐까. 필자는 탁성은을 서영희로 착각할 뻔 했다.
황해(2010)의 도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