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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운의 수필 & 소설

물소리, 바람 소리,

작성자작은구름|작성시간19.02.24|조회수272 목록 댓글 7




물소리, 바람 소리,          소운/박목철


동양 철학을 알려 하면 理나 氣에 대한 학설과 마주치게 된다.

理氣一元論이니 理氣二元論이니 하는 학설이 그것이다. 내로라하는 性理學의 대가들은 나름대로

이원론이나 일원론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내 세우고 이를 학문적으로 체계화시켜 자신의 門派를 세우기도 했다.

난해하고 복잡한 이론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기를 쓰고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에, 理는 존재하는 것,

氣는 작용하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정리하면 문학적 표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웬 무식 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스스로 소리를 내거나 움직이지 못하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도 많다.

바위가 그렇고 물이 그렇고 나무도 그렇고 풀도 그러하다. 기가 깃들지 않은 것 들은 그렇다 쳐도 살아 있는

생명체인 식물을 보면 주어진 운명(환경이라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삶에

연민의 정을 느끼게도 된다. 나이가 들면 시골에서 살아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강원도 봉평에 지은 집은

겨울이면 눈도 많이 내리고 바람도 유난히 많이 부는 그런 곳이다. 어쩌다 시골집에서 자는 밤이면 밤새 바람

소리와 나뭇가지가 떨고 있는 아픈 소리에 잠을 설치기도 하였다.


裸木      


朔風 몰아치는 산야에

나무가 울고 있다

바람 소리라 하지만

울고 있다.


모두가 둥지 찾아

바람 소리 자장가 삼아 깊이 잠든 밤

제자리가 운명인 것을,        


-시집, 세월에 실린 나그네 부분 발췌


존재는 하지만 제소리가 없기에 들어낼 자기가 없는 안타까운 존재를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된다.

이런 침묵을 깨는 고마운 현상을 문학적 표현으로 氣라 하고 싶다. 바람에 흔들리는 강가의 억새가 내는

소리, 따뜻한 봄기운에 녹아 흐르는 냇물의 소리, 가을을 장엄하는 색색의 단풍이 바람에 날려 한 번에

지며 내는 소리는 환상이라 하겠다. 만개한 벚꽃이 바람에 뿌리는 꽃비 내리는 소리를 들어 보셨는가?


시계 째깍거리는 소리가 신경 쓰인다고 시계를 곁에 두지 않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자연이 내는 소리는 평온한 느낌을 주어 오히려 깊은 잠을 자게 하는 자장가와 같다.

바다 가까이 있은 잠자리에서 듣는 파도 소리나 밤새 졸졸거리며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그렇다.

함석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좋아했지만, 요즘 집은 빗소리를 듣기도 어렵다. 아침에 창문을 열고

내다 본 후에야 밤에 비가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 함석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

가 너무 좋아 이담에 집을 지으면 함석지붕으로 해야겠다고 했더니, "너 이담에 커서 시인 되겠다"

그분 말대로 시인은 됐지만, 짓겠다던 함석지붕 집은 짓지 못했다.


양평에 둥지를 튼 후 오가는 길에 강변에 차를 세우는 일이 잦아졌다.

겨울 강가에서 꽁꽁 언 강을 바라보노라면 강변의 억새들이 합창하듯 서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군무를 하기도 하고, 볼을 에이는 찬 바람은 내가 살아 있다는 존재를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바싹 말라 생을 다한 듯 측은해 보이기까지 하던 억새들의 아우성과 군무는 부활을 보는 것 같아

경이롭기까지 하다.


* 강의 본류는 유속이 빠르니 얼음이 거의 녹았다.



양수리 인근 강변은 물안개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자욱한 안개 사이로 꿈결같이 보이는 강변 풍경은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안개 얘기는 다음에 다루려 한다. 양수리에서 또 하나 유명한 것은 한겨울 얼음이 갈라지며 내는

소리라고 한다. 추위가 심해지면 밤새 얼던 강이 응력을 못 이겨 쩡 하는 소리를 내며 갈라진다고 한다.

언젠가 이 소리를 한번 들어 봐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온난화로 인해 강이 예전 같이 얼지도 않으니 쩡! 하고 갈라질 일이 있기나 할지 모르겠다.


조물주께서는 정말 대단하시다.

理만 존재하는 삭막한 환경뿐이라면 시인의 감성 소재도 바닥날 것 같다.

죽은 억새도 춤추고 노래하게 하고, 나뭇가지도 흔들고, 꽃비도 날리게 하고 물결도 일렁이게 하는,

바람, 기를 불어넣어 존재를 작용케 하는 바람 덕에 이 겨울이 덜 삭막하지 않은가?

( 학문적 이와 기와는 무관한 문학적 표현입니다.)


* 양수리를 지나면 강변을 따라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 샛강 쪽은 아직 살어음이 살짝 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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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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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휘봉초 | 작성시간 19.02.27 멋져요
  • 답댓글 작성자작은구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2.27 네, 감사합니다.
  • 작성자리피터 | 작성시간 19.03.09 만개한 벚꽃이 바람에 뿌리는 꽃비
    내리는 소리를 들어 보지는 못하고
    꽃비가 내리는 광경은 과거에 일산
    대화동 성저공원에서 수차 목격한 적이 있어요.
    만개한 벚꽃도 아름답지만
    봄바람에 꽃잎이 휘날리는 광경 역시
    매우 아름다운,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으로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하단의 억새풀 사진들 잘 찍으셨습니다.
  • 작성자어울더울 | 작성시간 19.03.28 춘풍이 부는 계절에 겨울 풍경을 보고 감니다
    앙상하던 나무가지에도 파릇파릇 눈이 틔이고
    성급한 나무들은 꽃망울이 활짝피어 바람에 날리고 있는 계절입니다
    사진을 같이 올려 드려야 하는데 오늘은 눈 호강만 조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내탓이요 | 작성시간 19.10.22 현대인들이 자주 들어야 할 소리입니다~~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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