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포핀스(Mary Poppins)
최용현(수필가)
‘메리 포핀스(Mary Poppins, 1964년)’는 호주출신의 영국작가 파멜라 트래버스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로버트 스티븐슨 감독이 연출한 뮤지컬 영화이다. 2006년 미국영화연구소(AFI)에서 선정한 최고의 뮤지컬 영화 25편중에서 6위에 뽑혔고,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과 편집상, 음악상, 주제가상, 시각효과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에 실사 애니메이션을 가미하여 어린이 관객들에게 이색적인 판타지와 신비한 체험을 선사하는 현대판 동화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 배우 줄리 앤드류스가 할리우드에 처음 얼굴을 알린 작품으로,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오드리 헵번을 제치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1910년대의 영국 런던, 브리티시 은행에 다니는 빈틈없는 성격의 조지 뱅크스(데이비드 톰린슨 扮)는 여성참정권을 부르짖는 운동가인 부인(글리니스 존스 扮), 그리고 어린 남매인 제인(카렌 도트리스 扮)과 마이클(매튜 가버 扮)을 둔 중산층 가장이다. 이 집에는 가정부와 요리사, 그리고 말썽꾸러기 남매를 돌보는 보모(保姆)도 있다.
집밖으로만 싸돌아다니는 남매를 보다 못한 보모가 보따리를 싸서 떠나버리자, 제인과 마이클은 자신들이 원하는 보모의 조건을 적은 종이를 아버지에게 준다. ‘상냥하고 예쁘며, 명랑한 성격에 뺨은 붉어야 하고, 재미있는 놀이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뱅크스는 이 종이를 찢어서 벽난로에 던져버린다. 그런데 이 종이가 바람에 날려서 하늘로 올라간다.
다음날, ‘더 타임스’ 신문에 난 보모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뱅크스의 집 앞에 몰려오지만, 때마침 불어오는 강풍에 모두 날아가 버린다. 이때 우산을 들고 하늘에서 유유히 내려온 메리 포핀스(줄리 앤드류스 扮)가 집안으로 들어온다. 뱅크스는 얼떨결에 이 여자를 보모로 채용하는데, 아이들은 신비로운 마법으로 가방에서 옷걸이며, 거울, 화분 등을 꺼내 방을 꾸미고 청소까지 하는 메리를 보며 신기해한다.
휴일이 되어 공원으로 산책 나온 메리 포핀스와 아이들은 거리예술가 버트(딕 반 다이크 扮)가 공원바닥에 그려놓은 시골풍경 속으로 함께 들어간다. 네 사람은 회전목마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말 경주에서 1등을 한 메리 포핀스가 이상한 주문(呪文)을 외우는데, 그러자 모두들 기분이 좋아진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공원바닥의 그림이 지워지고, 네 사람은 그림에서 나온다.
어느 날, 아이들은 메리 포핀스, 버트와 함께 삼촌 집에서 천장에 둥둥 떠서 빵을 먹고 차를 마시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메리 포핀스를 불러서 아이들에게 이상한 마법이나 주문 따위를 보여주지 말고 정직과 진실, 규율을 가르치라고 말한다. 그러자 메리 포핀스는 아버지가 다니는 은행에 아이들을 데리고가보라고 조언한다. 그날 밤, 메리 포핀스는 아이들에게 성 바오로 성당 앞 노파에 대해서 이야기해 준다.
다음 날, 아이들은 아버지를 따라 은행으로 간다. 마이클은 단돈 2펜스의 모이로 새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어제 들은 이야기 속의 성당 앞 노파를 발견하고 모이를 사려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은행으로 들어가 간부들을 만난다.
뱅크스가 아이들이 계좌를 만들고 싶어 한다고 말하자, 은행장은 마이클이 가진 2펜스를 은행에 저축하면 재투자되어 이자가 붙어 돌아온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마이클의 돈을 가져가자, 마이클이 돈을 돌려달라고 소리친다. 새 모이를 살 거라면서….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창구로 몰려가 예금인출을 요구하면서 뱅크런 사태가 발생한다. 아이들은 도망쳐서 은행을 빠져나온다.
길에서 굴뚝청소부 차림의 버트를 만나 함께 집에 돌아온 아이들은 거실의 굴뚝을 청소하다가 옥상으로 날아올라가서 버트의 친구들이 신나게 춤추며 노는 것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날 밤 뱅크스는 회사에 불려가서 해고를 당하게 되는데, 그 순간 메리 포핀스가 하던 이상한 주문을 외운다. 그러자 뱅크스는 갑자기 행복을 느끼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메리 포핀스가 떠날 준비를 한다. 슬퍼하던 아이들은 뱅크스가 고쳐 온 연(鳶)을 보자 금세 기뻐한다. 뱅크스 부부와 아이들이 손잡고 연을 날리러 공원으로 가는 모습을 보면서 메리 포핀스는 바람을 타고 떠나간다. 아이들과 함께 연을 날리던 뱅크스가 직장복귀 통보를 받으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에서 뱅크스의 부인이 여권운동가로 나오는 것은 여성참정권 요구가 거세게 일던 당시의 영국 상황을 반영한 것이고, 은행에서의 2펜스 소동은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금융대란으로 인해 은행들이 단돈 2펜스를 놓고도 다투는 것을 풍자한 것이다. 음악을 맡은 셔먼 형제의 곡들 중에서 왈츠풍의 ‘침침체리(Chim Chim Cher-ee)’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뮤지컬 ‘메리 포핀스’는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은 원작자 파멜라 트래버스에 의해 창작되어 2004년부터 공연무대에 올랐는데, 가족뮤지컬을 무대예술에 적절히 접목시킨 덕분에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영화가 밝고 경쾌한 분위기에 역점을 두었다면, 뮤지컬은 원작소설의 내용을 충실하게 반영했다.
2018년, 영화 ‘메리 포핀스’ 이후 54년 만에 속편인 ‘메리 포핀스 리턴즈(Mary Poppins Returns)’가 나왔다. 리메이크가 아니라 정식 시퀄(sequel)이다. 에밀리 블런트가 메리 포핀스 역을 맡았고, 제인과 마이클의 25년 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딕 반 다이크도 나오는데, 나이가 들어서 아예 다른 역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