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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영화에세이>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작성자월산처사|작성시간25.11.28|조회수44 목록 댓글 0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

 

최용현(수필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 1964년)’는 피터 조지의 장편소설 ‘적색경보’를 원작으로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제작, 연출한 냉전스릴러영화이다. 이 영화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 ‘시계태엽 오렌지’(1971년)와 함께 스탠리 큐브릭의 미래 3부작 중에서 첫 번째 작품으로, 핵공격의 위험성을 블랙코미디로 희화화하여 비판한 반전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은 ‘Dr. Strangelov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닥터 스트레인지러브 혹은 나는 어떻게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게 되었는가?)인데, 너무 길어서 통상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로 쓰고 있다. 또, ‘Dr. Strangelove’를 파자(破字)해서 ‘박사의 이상한 애정’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핵무기의 사용권한을 가진 미국 군인 한 사람의 망상에서 비롯된 선제 핵공격이 상호확증파괴의 양상을 띠면서 미국과 소련 간에 핵전쟁을 일으켜 전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100대 영화중에서 26위, 100대 코미디영화 중에서 3위를 차지했다.

   미국 공군의 잭 리퍼 장군(스터링 하이든 扮)은 소련 공산주의자들이 수돗물 불소처리를 통하여 체액을 오염시켜 미국인의 신성한 혈통을 더럽히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있다. 그는 비상시 장성급이 핵폭격기를 출격시킬 수 있는 R작전명령을 부관인 맨드레이크 대령(피터 셀러스 扮)에게 하달하고, 소련의 위장통신공작을 막는다는 핑계로 부대 내의 모든 라디오를 수거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명령을 받은 공군 843폭격대대 항공기들은 소련 내의 목표물을 핵무기로 공격하기 위해 즉시 출격한다. 새벽 3시에 보고를 받은 공군사령관 터지슨 장군(조지 C. 스콧 扮)은 각 부대에 적색경보를 내리고 펜타곤으로 향한다. 이때 맨드레이크 대령은 리퍼장군을 찾아가서 라디오에서 평상시처럼 방송이 나오고 있다며 출격명령을 취소하고 폭격기들을 돌아오게 해야 한다고 강력히 건의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이때 펜타곤에서는 머플리 대통령(피터 셀러스 扮)이 안보위원회를 소집한다. 그 자리에서 터지슨 장군은 리퍼장군이 비상시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며, 지금은 모든 통신망이 두절되어 리퍼 장군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한다. 그러자 미국대통령은 소련대사를 불러 상황을 설명하는데, 소련 대사는 소련이 핵공격을 받는 순간 지구상의 모든 인류와 생태계가 파멸되는 ‘운명의 날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작동된다고 말한다.

   리퍼 장군은 자신을 찾아오는 미군 부대원들을 공격한다. 미국대통령은 소련 서기장에게 전화를 걸어 핵 보복을 하지 말라고 요청하면서 출동한 자국 폭격기들을 격추할 수 있도록 관련정보를 넘겨준다. 리퍼 장군이 욕실에서 쓰러져 뇌진탕으로 숨을 거두자, 맨드레이크 대령은 드디어 암호해제코드를 찾아내어 폭격기들에게 회항을 명령한다. 출동한 34대의 폭격기 중에서 3대는 소련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고 30대는 회항한다.

   그러나 미사일 공격을 받아 무전기가 고장 난 B-52 폭격기 한 대는 계속 날아가는데, 연료가 조금씩 새는 바람에 목표물을 가까운 ICBM기지로 수정하고 핵폭탄 투하를 준비하다가 투하장치 회로마저 고장 난 것을 알게 된다. 기장이 폭탄 적재함으로 내려가서 회로를 수리하다가 목표물 상공에 이르자 투하되는 핵폭탄과 함께 소련 ICBM기지로 떨어진다.

   한편, 안보위원회에 초청된 나치주의자였던 독일 출신의 스트레인지러브 박사(피터 샐러스 扮)는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운명의 날 프로그램’이 작동되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지하대피소에 대해서 설명한다. 건강한 남녀 수십만 명을 남녀 비율 1:10으로 선발하여 지하대피소에서 부지런히(?) 아이를 낳으면 인류가 멸망해도 20년 안에 인구가 획기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갑자기 ‘총통 각하!’ 하고 소리친다.

   다시 화면이 바뀌어, 소련 ICBM기지로 떨어진 핵폭탄이 가공할 위력의 핵폭발을 일으키며 주위를 초토화하자, 소련이 설치한 ‘운명의 날 프로그램’이 작동되어 세계 곳곳에서 연쇄 핵폭발이 일어나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에서 피터 셀러스는 머플리 미국대통령과 리퍼 장군의 부관인 맨드레이크 대령, 그리고 천재 과학자 스트레인지러브 박사의 1인 3역을 맡고 있다.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는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 ‘외계인 손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서 몸의 한쪽이 마비되어 늘 휠체어를 타고 있다. 그는 마치 ‘하일 히틀러!’라고 부르짖듯이 오른손이 수시로 번쩍 들리는데, 그럴 때마다 왼손으로 억누르고 있다. 이 영화 때문에 ‘외계인 손 증후군’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증후군’이라고도 불리게 되면서 전쟁에 미친 과학자의 대명사가 된다.

   여기서, 닥터 스트레인지러브가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 것은 그가 신봉하던 나치 독일의 파시즘에 대한 결핍을 은유한 것이고, 끝부분에서 스트레인지러브 박사의 ‘외계인 손 증후군’이 치유되면서 두 발로 일어서게 되는 것은 지하대피소가 파시즘적으로 운영되는 상상을 하면서 그의 몸이 일시적으로 회복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에 나오는 ‘운명의 날 프로그램’ 작동에서 비롯된 연쇄 핵폭발 장면은 미국 뉴멕시코 주 사막에서 행한 세계 최초의 핵실험인 ‘트리니티 테스트’를 비롯하여 그동안 미국과 소련에서 있었던 여러 차례 핵폭탄과 수소폭탄 실험 동영상을 보여준 것이다.

   소위 강대국들이 가지고 있는 핵폭탄을 모두 합치면 지구를 수십 번 파멸시키고도 남는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처럼 어떤 미친놈이 나타나서 핵공격을 하게 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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