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영화 이야기

<영화에세이> 나바론 요새

작성자월산처사|작성시간25.12.17|조회수37 목록 댓글 4

나바론 요새(The Guns of Navarone)

 

최용현(수필가)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3년, 영국군 2천명이 에게 해에 있는 케로스 섬에 고립된다. 독일군 정예부대가 공격준비를 하고 있어서 이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연합군이 케로스 섬으로 구원부대를 보내려면 나바론 섬을 경유해야 하는데, 그곳에는 독일군의 레이더가 유도하는 거대한 대포 2대가 포진하고 있다.

   영국군이 파견한 함대는 이 대포에 격침당했다. 다른 순양함이나 전함을 보낸다 해도 이 대포를 없애지 않으면 격침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영국군은 다시 전폭기를 보내 나바론 절벽을 폭격하지만, 절벽 중간의 동굴에 대포를 숨겨놓고 있다가 공격할 때만 셔터를 열고 포격하기 때문에 대포가 있는 동굴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가 없어서 제대로 폭파시킬 수가 없었다.

   공중 폭격마저 실패하자 연합군은 나바론 섬의 120m 수직절벽을 오르기 위해 독일어에 능통한 암벽전문가 맬러리 대위(그레고리 펙 扮), 화학교수 출신의 폭탄전문가 밀러 상병(데이비드 니븐 扮), 그리스 레지스탕스 출신의 전사(戰士) 스타브로(안소니 퀸 扮), 도살자로 불리는 단검전문가 브라운(스탠리 베이커 扮), 나바론 출신의 킬러 스피로스로 특공대를 구성하여 프랭클린 소령(안소니 퀘일 扮)의 지휘 하에 현지로 파견한다.

   7일 후에 연합군의 구축함 6대가 케로스 섬에 있는 영국군을 구출하기 위해 그곳을 통과할 예정이므로 이들은 6일 안에 나바론의 대포를 파괴해야 한다. 특공대원들은 그리스 어부로 위장하여 낡은 어선을 타고 에게 해를 지나가다가 독일 순찰선의 검문을 받는다. 신분이 발각될 위기에 처하자, 이들은 승무원들을 사살하고 순찰선을 폭파한다.

   다음날, 거센 폭풍우를 만난 특공대원들은 악전고투하다가 가까스로 나바론 해안에 도착한다. 무기와 폭약만 겨우 건졌을 뿐, 타고 온 어선은 난파되고 만다. 대원들은 맬러리 대위의 선도(先導) 하에 절벽을 오르는데, 프랭클린 소령이 미끄러져 다리가 골절된다. 그곳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는 스피로스의 누나 마리아(이렌느 파파스 扮)와 그녀의 친구 안나가 특공대에 합류한다. 안나는 독일군에게 잡혀서 심한 고문을 당하고 풀려났다고 한다.

   이제 맬러리 대위가 특공대의 지휘를 맡게 된다. 이들은 프랭클린의 다리를 치료할 의사를 찾아가다가 독일군에게 체포되는데, 스타브로의 기지(機智)로 독일군을 제압한다. 독일군의 제복으로 갈아입은 특공대원들은 프랭클린을 적진에 남겨둔 채 그곳을 빠져나온다. 프랭클린은 연합군이 나바론 해안으로 상륙할 것이라는 가짜 정보를 주어 독일군 병력이 해안으로 이동하도록 만든다.

   밀러 상병은 가져온 시한폭탄의 회로와 도화선이 고의로 파손된 것을 발견하고, 안나가 범인임을 밝혀낸다. 추궁 끝에, 안나는 독일군에게 잡혔을 때 심한 고문을 당하지 않고 풀려나기 위해 독일군의 스파이가 됐다고 자백한다. 맬러리 대위가 차마 총을 쏘지 못하자, 마리아가 안나를 쏴 죽인다.

   6일째 밤에, 독일군의 차를 탈취한 맬러리 대위와 밀러는 대포가 있는 동굴에 들어가 육중한 출입문을 잠그고 대포와 승강기 아래 두 곳에 폭탄을 설치한다. 스타브로와 스피로스는 추격해오는 독일군과 교전을 벌이다가 스피로스가 총에 맞아 쓰러지고, 브라운과 마리아는 탈출용 보트를 탈취하다가 브라운이 독일군 수병의 칼에 찔려 죽는다.

   폭탄 설치를 마친 맬러리와 밀러는 줄을 타고 절벽 아래 바다로 내려가 마리아가 몰고 온 보트에 탑승한다. 팔을 다친 스타브로도 맬러리의 도움으로 보트에 오른다. 이때 독일군이 출입문을 부수고 동굴에 진입하여 대포에 설치된 폭탄을 해체하지만, 승강기 아래에 설치된 폭탄은 보지 못한다.

   드디어 고립된 영국군을 구출하기 위해 출동한 6척의 구축함이 모습을 드러내자, 독일군은 대포를 발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승강기 아래에 설치된 고성능 폭탄이 터지면서 하늘을 찌르는 굉음과 함께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대포는 날아가 바다로 떨어진다. 스타브로는 마리아와 함께 고향으로 가고, 구축함에 승선한 맬러리 대위와 밀러는 불타오르는 나바론 요새를 바라보면서 영화가 끝난다.

   ‘나바론 요새(The Guns of Navarone, 1961년)’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이 독일군에게 패한 도데카니사 전투를 다룬 알리스테어 맥클린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케로스 섬에 포위된 영국군 2천명을 구하기 위해 파견된 특공대의 활약상을 다룬 J. 리 톰슨 감독의 전쟁영화이다. 영어제목에 나오는 ‘Guns’는 ‘대포들’을 의미한다.

   이 영화는 특공대의 행적을 시간대 순으로 보여주는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한 스토리로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어서 특공대 영화로서는 단연 첫손가락에 꼽히는 걸작이다. 아울러 호화배역으로 이루어진 각 분야 전문가들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 얼개를 제시하여 특공대 영화의 클리셰를 구축했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나바론 요새’는 골든 글로브 작품상과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았다. 당시로서는 비교적 저렴한 6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서 29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니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작된 지 13년이 지난 1974년 7월에 ‘나바론’이란 제목으로 개봉되었는데, 서울관객 24만 명을 기록하였다. 이후 KBS와 MBC, EBS 등 지상파에서 여러 번 방영하였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독일군의 철옹성 나바론 요새를 파괴하는 연합군 특공대의 6일간의 활약상은 ‘나바론의 신화’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나바론에 특공대를 파견한 적이 없었으며, 케로스 섬에 고립된 영국군은 모두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다고 한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나폴리 | 작성시간 25.12.18 참 반갑네요~
    정말 너무 오랫동안 다음카페를 잊고 있었네요~ 휴면해제를 하고 들어오니 옛영화의 추억이 이곳에 있어 잠시 감상에 젖어봅니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월산처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12.19 네, 그러시군요.
    일주일에 한편씩 올릴 계획입니다.
    옛날 영화 중에 좋은 영화가 참 많지요.^^
  • 작성자한아름 | 작성시간 25.12.19 학창시절 재미나게 본 영화
    그레고리 팩과 안소니킨의 젊을때 활약상을
    보나 새삼 새로운 추억이 생각나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월산처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12.19 네, 그럼죠.
    특공대 영화 중에는 '콰이강의 다리'와 함께 탑 클라스에 들어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죠.^^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