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슬*/이채율
파리한 한낮 눈꼬리
찹찹한 볕살 따라다닌다
생채기 입은 저 무리 눈앞
풀빛 귀뚜라미 울음도 스친다
이 계절 여읨이란 낯 푸른 종족과 헤어짐이다
시간에 삭은 시간
갈바람 맥박을 찾아 기화하면서
나무 허릴 잘근잘근 밟고 여름을 건너왔다
서서히 무너지는 잎파랑이 몰락
혼잣말 하기 좋은 시간이다
혼잣말한다는 건
외로움이 갈빛으로 물들었다는 말
그럴 땐 우린
가슴 한편 자신만의 가을을 건국하고
떠난 이들이 남겨둔 숨 한 움큼씩 마신다
허공을 흔드는 가지에서 나부끼는
음악방송 두 시의 데이트 노래
<슬픈 계절에 우리 만나요 해 맑은 모습으로>
떠나온 왕국으로 되돌아가는
하늘 종족 나그네새 돌단풍 목소리
몸까지 내준 처절한 이별 노래다
*가을:제주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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