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이채율시인

속눈썹을 붙이며/이채율

작성자나타샤|작성시간26.06.18|조회수5 목록 댓글 0

속눈썹을 붙이며/이채율


잠들지 못한 새벽의 흰자위를 비스듬히 들추고
나는 속눈썹을 붙이며
엄마에게로 망명하고 싶어 잠을 잡니다

핏기 없는 잠의 포대기 속으로 스며들어요
맨몸으로 골목을 훑으며
버려진 유년을 찾아 나선 나에게
재가한 엄마란 자라지 않는 속눈썹과 같아요

뜬눈으로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마냥
네 살 적 젖비린내를 뻐끔거리면
속눈썹은 자라지 못한 지느러미가 되지요
난 간수에 폭 절어진 손두부 같습니다

시계를 찾지 못한 그날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엄마는 인조 속눈썹을 길게 더 길게 붙였고
밤이 자라지 않듯
난 보육원에서 가축화된 물고기처럼 놀았죠

속눈썹을 붙이면
엄마는 마다하지 못하고 온다고 했던가요
엄마는 바람 앞에서
무수히 걷어 채인 멍든 밤의 가로등이었어요

몽고점 검푸른 빛이 더 짙어지는 오늘은
엄마가 달개비꽃으로 아롱거리고
모두 잠들고 나만 깨
윗목 깨금발은 더 높아지네요.

수년째 숨겨둔 속눈썹을 붙입니다
보육사가 건네준 요구르트를 마시며
솜털 같은 숨소리가 발효하는 창가에서
몽유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