놋그릇에 고인 마음/전금순 시인
대청소 끝자락, 구석진 칸에서
잠든 달빛 하나를 꺼내 보았습니다
어머니의 부지런한 손길이 닿던 곳마다
그리움은 노란 꽃으로 피어납니다
무겁고 투박한 그릇 하나에
자식 입에 들어갈 따뜻한 밥 한 그릇
식지 않게 품어주시던 그 정성이
식어버린 내 손바닥마저 데워줍니다
세월의 때를 마른 수건으로 닦아내니
어느새 거울처럼 맑아진 금빛 속에
자식 걱정 주름 깊던 당신 얼굴이
환한 미소가 되어 담겨 있습니다
다시 닦고 또 닦아 봅니다
닦으면 닦을수록 빛나는 저 놋그릇처럼
당신이 내게 준 그 깊은 사랑도
내 마음속에서 영영 식지 않겠습니다
상사화 전금순
기다란 대롱 끝에 슬픔이 묻어있다
극락전 앞뜰에도 요사채* 앞 정원에도
대파 같은 대롱마다 애틋함이 피어있다
하늘 향해 기원하는 간절한 여심인가
기다란 대롱마다 서글픔이 묻어있다
마주 볼 수 없는 사랑 애절함이 피어있다
* 절에서 식사 마련하고 쉬는 공간
발표: 2026년 5월 20일 <시인뉴스포엠>
▲전금순 시인
<서라벌 문학> 시 부문 등단, <서라벌 문학> 수필 부문 등단
모윤숙 문학상, 울산 남구 문인상, 울산詩 문학상, 제4회 작가상 수상
현) 울산시인협회 회장
시집 『님 그리운 맘 가득 안고』 『푸른 어둠이 말을 걸어』 『바람이 허락한 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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