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작으나 어떤 풀보다도 커진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4,26-34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26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으면,
27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라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
28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데, 처음에는 줄기가, 다음에는 이삭이 나오고 그다음에는 이삭에 낟알이 영근다.
29 곡식이 익으면 그 사람은 곧 낫을 댄다. 수확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30 예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 무슨 비유로 그것을 나타낼까?
31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땅에 뿌릴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작다.
32 그러나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
33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이처럼 많은 비유로 말씀을 하셨다.
34 비유를 들지 않고는 그들에게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당신의 제자들에게는 따로 모든 것을 풀이해 주셨다.
✞과정은 결과들의 모음이 아니다
‘우리가 이룬 것만큼 이루지 못한 것도 자랑스럽습니다.’ 이 말은 스티브 잡스가 남긴 명언입니다.
사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웬만한 명사들이라면 한 번씩은 언급한 내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도 왜 우리는 항상 결과에 집착하고 결과에 비추어 판단하고
결과를 가지고 사람들을 재단할까요? 어쩌면 과정이란 것이 우리에게 보이지 않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그 조그마한 씨앗이 싹이 트고 자라는데 우리는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릅니다.
그저 잠시 눈길을 둘 때 그 과정의 어떤 한 순간을 접할 수 있을 뿐이지요.
저속 카메라로 연속 촬영을 한다 해도 우리가 감지하는 것은 사실 무수히 펼쳐져 있는 작은 결과들의 모음일 뿐입니다.
참된 의미의 과정은 지나간 어떤 장면 장면이 아니라 결과에 담겨 있는 모든 것입니다.
줄기에 담긴 땅, 이삭에 담긴 줄기, 낟알에 담긴 이삭이 과정입니다.
결단 안에 담긴 고뇌, 부활 안에 담긴 십자가, 구원 안에 담긴 죄, 예수님 안에 담긴 아담입니다.
그 과정을 감지하게 된다면 그다음은 겨자씨 안에 담긴 무성한 나무, 고뇌 안에 담긴 결단, 십자가 안에 담긴 부활,
아담의 죄 안에 담긴 예수님의 구원이고, 그것이 하느님 나라입니다. 잠시 멈추고 삶 속에 담긴 하느님 나라에 머무릅시다.
- 이승주 신부(서울대교구 신사동 성베드로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