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추운 겨울을 한데서 잤습니다.
현관이라도 들어오게 하면
놀라고 당황을 해 결국 밖에 둘 수 밖에 없었지요.
은별이를 마당에 내놓으면 둘이 뒹굴기를 하기도 했고
야자매트위에서 기지개를 피고 놀았었지요.
우린 아무것도 모른채 다른 길냥이들이 놀러와도 사료를 챙겨 줬는데 그게 문제였나봅니다.
길고양이 구름이는 서열이 낮아 어디서도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없었고 사료를 챙겨 주는 우리집에 왔었는데 눈치없이 다른 길냥이들도 사료를 주는 바람에 다른 길냥이들에게 공격을 받아 털이 뜯기기를 여러번이었습니다.
5월1일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을 한 내편.
병간호를 하며 일주일에 두어번 집엘 들리고 그때마다 구름이를 챙겼지만 잠시 머물며 반찬만 해 놓고 다시 병원으로 가야하니 구름이를 못 보고 갈 때가 많았습니다.
2주후 퇴원을 했는데 구름이는 보이지 않았고 구름이가 머물던 수돗가엔 구름이의 하얀털이 한 뭉터기가 있었습니다. 이번 공격은 심상치 않은 것 같아 조마조마하며
혹시나 오겠지 기다리고 기다리고 불러도 봤지만 나타나지 않는 구름이었습니다. 밖에만 나가면 혹시 구름이가 왔나 두리번 거려도 안 보였습니다.
엊그제입니다.
외출했다 돌아오는데 집 앞에 구름이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운전하던 내편이 구름이다 외쳤습니다.
급히 달려가 안아보니 반항할 기운마저 없는 구름이.
하얀털엔 풀씨들이 엉겨 붙었고 얼마나 말랐는지 뼈만 만져졌습니다.
주사기로 물을 주니 겨우 삼키고 호흡이 너무 약하고 짧네요. 츄르를 물에 섞어 주사기로 주니 아주 조금씩 넘김니다. 온 몸을 맛사지 하고 차가운 네발을 주물러 줬습니다.
따뜻하게 감싸주고 풀씨들을 빗어 냈습니다.
항문에 박혀 있는 똥도 빼 주고
귀 청소도 하고 발톱도 깍아 주었습니다.
동공이 풀린 구름이의 눈을 닦고 또 닦아줬습니다.
누렇게 말라 붙은 소변은 소금덩이로 털에 엉겨 붙어 떼내기가 어려웠네요.
눈꼽이 얼마나 나오는지 자꾸만 닦아야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풀숲에 웅크리고 못나온것인지……
구름아, 기운 차리고 이젠 집에서 살자고 구름아 살자고 했습니다. 내가 엄마 해 준다고 꼭 같이 살자고 했습니다.
얼마나 굶었기에 얼마나 무서웠기에
엄마를 못 찾아 왔냐고 제발 살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서너시간을 지나보내고
구름이는 풀씨도 다 빗어내고 똥꼬도 깨끗히 닦고 제일 예쁜 뽀얀 고양이가 되어 고양이 별로 떠났습니다.
하얀 털이 복실하고 예뻐서 구름이었고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귀 치료를 하던 그 예쁜 아가가 서둘러 고양이 별로 갔습니다.
고양이 별에선 대장 고양이 하라고 일러 뒀습니다.
아무도 겁내하지 말고 맛있는거 많이 먹고 신나게 뒹굴며
나아옹 소리도 크게 하라고 말해줬습니다.
구름이의 소식을 전해야만 구름이를 잘 보낼 수 있을것 같아 바람재에 구름이의 이야기를 올립니다.
내편은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월 초하루 편지를 쓰며 너무도 수상해서 무슨 일이 있으려는 것일까?
도대체 모든 것들이 이렇게 빛나게 예쁜 이유가 뭘까?
했었습니다.
호사다마라고 했나요. 그래도 병원에서의 2주간은 힘들지만 둘이여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살아있으니까 만나지는 것이지만 그래도 살아 있어 감사해야 하지만 기쁨뒤에 슬픔이 오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라고 하는 악뮤의 노래를 들으며 토닥토닥 위로해 봅니다.
이 정도는 일도 아니다! 하며 일상을 이어 봅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캔디(양평,독골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7 회복의 길은 멀기만 하네요.
퇴원 시키고
저까지 아프고 힘들었는데
우째우째
다 해지더라고요.
산 사람은 산다고
구름이 보내놓고 여전히
오늘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꽃님들 덕분에
마음껏 애도하여 감사히 생각합니다. -
작성자더듬이 작성시간 26.06.07 따뜻한 마음과 여린 생명에 대한 무한애정에 절로 울컥 합니다
저는 아무리 예뻐도 동물을 늘 끼고 살지는 못할거라 집으로 들이진 못해요
혼자 두고 외출하려면 너무 마음이 안 좋아서 일전에 앵무새를 키웠었는데,어찌나 짹짹대는지요,
모든 동물이 사람이 사랑주면 그 마음이 전해지겠지 했는데,누구의 개도 아닌 그냥 강아지 하나를 정들여
들여다보고 이뻐해주지만,그녀석은 늘 간식에만 관심 있나 싶어요
경황중에도 고양이이 임종까지 너무 잘 챙겨주시고 그동안도 잘 보살펴 주셔서 구름이도 행복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를 아껴주시던 님들의 사랑을 느끼며 떠났을테니 다행입니다
고생하셨는데,어여 나으셔서 또 일상의 소중함을 챙기시면 좋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캔디(양평,독골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7 그러게요.
그래서 다시는 안 키운다해 놓고
버려진 생명
불쌍해서 거두고
거두고……
그렇게 사는게지요.
내편은 시간이 좀
필요하고요.
그런데 오늘 바깥 창고에 갔더니
아기를 품고 있는
어미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세 마리나 되는데
뭘 먹고 젖을 빨리는지
생선캔 따 주고 왔습니다.
또 눈에 밟히는 생명이 생겼습니다. -
작성자콜라맘 작성시간 26.06.07 남편분 건강이 속히 좋아지시길 바랍니다
구름이는 사랑가득한 엄마를 보고 가려고 마지막 기운을 모아서 다가왔나 봅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보고 싶은 사람을 보고 가려고 기다린다고요
우리 하늘이도 그랬어요
행사가 있어서 외출했다 돌아왔는데 기다리고 있었어요
두시간 동안 제품에서 기도와 노래를 들으며 떠났지요
구름이는 캔디님의 따뜻한 사랑을 기억하며 잘 뛰어놀고 있을거예요
마지막 가는 모습을 예쁘게 단장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캔디(양평,독골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7 하늘이도 엄마를 기다렸군요.
구름이도
마지막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나봅니다.
찾아와 줘서 얼마나 고맙던지요.
생각할수록 감사한 일입니다.
살아줬으면 더 고마웠을테데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하늘에 흰구름을 보며
구름이를 추억합니다.
내편은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