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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속기록] 기본소득과 노동자운동 - 5/7 울산

작성자맑은사람|작성시간10.05.14|조회수57 목록 댓글 0

120주년 세계노동절 맞이 기획토론회

기본소득과 노동자운동

 

2010년 5월 7일 금요일 오후6시30분

현대자동차문화회관 지하1층 현자노조노동대학원

 

금민: 기본소득의 개념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겠다. 기본소득은 1) 일체의 자산 심사나 소득 심사 없이, 2) 노동이나 활동에 대한 강제나 의무 없이, 3) 인간다운 삶을 충분히 보장해 주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참여가 가능할만큼, 4) 국가나 지방자치체 등 정치공동체로부터 5)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오직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격에만 기초하여, 개별적으로 지급되는 '보편적 복지'이다. 기본소득은 현금복지와 공공서비스의 형태로 나눌 수 있다. 현금복지의 측면에서 보자면 전통적인 사회보장제도인 사회보험이나 연금은 수혜자의 기여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그렇지 않다. 사전 기여 없이 지급된다. 사회복지제도의 측면에서 보자면 전통적인 사회보험과 연금제도는 완전고용사회를 전제하고 있다. 70년대에 들어서서 완전고용사회가 종식되면서, 사전 기여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되는 현금급여가 생겼다. 프랑스의 재통합금(RMI)이나 독일의 사회부조(Sozialhilfe)는 사회보험이나 연금과는 달리 기여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그러나 자산 심사와 소득 심사가 있고 가계별로 심사한다. 선별적 현금복지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이와 같은 제도는 신자유주의와 역사적 맥락을 함께한다. 최소한의 유연안정성의 공급이다. 반면에 기본소득은 현금급여의 형태의 경우 일체의 심사 없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지급되며 공공서비스의 경우에도 시장에서 구매하는 형태가 아니라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형태로 조직된다. 이 점에서 신자유주의적 현금복지는 선별 복지, 기본소득은 보편 복지라고 말할 수 있다.

 

다음으로 기본소득의 재원과 관련된 모델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분배 모델과 재분배 모델의 구분이 중요하다. 알래스카처럼 석유를 재원으로 할 경우 정치공동체가 공동의 재산으로부터의 수익을 개별에게 분배하는 분배 모델이다. 재분배 모델은 정치공동체가 조세를 통해 재원을 형성하고 개별에게 나누어 주는 모델이다. 재분배 모델은 재정조세정책과 직결된다. 한국의 기본소득네트워크는 투기불로소득 중과세를 기본으로 하는 국가재정혁명을 재원 형성 모델로 주장한다. 투기불로소득 중과세 이외에도 탄소세 등 여러 종류의 세목의 결합형태를 통해 한편으로는 투기, 버블, 환경파괴 등 당대의 경제적 왜곡을 시정하고 한편으로는 기본소득 재원을 형성한다. 탄소세는 친환경적 목적에 쓰는 것이 옳은 만큼 무상 대중교통수단 등의 환경보전과 관련된 공공서비스 확충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 재분배형 기본소득 모델에서는 재원의 문제가 중요하며 토지투기와 개발 등을 통한 지대적 수탈과 금융수탈이 심각한 한국에서는 특히 신자유주의 수탈경제를 극복하는 국가재정혁명이 기본소득 재원을 형성하는 방안으로 사고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기본소득은 재분배정책이지만, 사회화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로서의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말씀드리겠다. 재정조세혁명은 토지와 금융투기자산에 대한 점차적인 자산가치 하락을 유도한다. 이는 정치공동체나 지역사회에 의한 재매입을 용이하게 만들고 아래로부터의 점진적인 사회화를 가능하게 한다. 발표문에서는 주로 노동과 활동의 구분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을 대안사회로 나아가는 경로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는데, 자산가치의 점진적인 하락이라는 관점에서 소유의 문제에 있어서도 기본소득은 대안사회로 나가는 경로로서의 의미가 있다.

 

기본소득은 사회주의에서도 필요하다. 내 생각에 사회주의라면 평균적인 소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소득의 50% 정도는 기본소득의 형태로 다른 사람과 동일하게 획득하며 50%는 자신이 기여한(일한) 결과로서 획득하는 분배 형태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업적에 기초한 두 번째의 50%에 대해서는 그보다 더 많이 또는 적게 획득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기에 개인소득에서 기본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개별적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동등한 자격과 개별적인 모든 구성원의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공통성에 기반하는 기본소득은 사회주의에서도 필요하다. 사회주의 사회가 고용을 보장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필요 없다는 것은 틀렸다.

 

이상으로 개념, 재원, 경로, 대안사회의 상 등에 대해 말씀드렸다. 오늘 주제인 노동자운동과 기본소득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민주노조 운동이 신자유주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신자유주의는 비정규직 등으로 쉽게 이해 할 수 있듯이 착취 강화와 금융 투기 부동산 버블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광범위한 수탈을 특징으로 한다. 착취의 개념과 수탈의 개념을 구분해 보자. 착취는 고용노동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수탈은 이러한 매개 없이 이루어진다. 말씀 드렸듯이 재분배형 기본소득은 수탈경제에 대한 국가재정혁명을 뜻한다.

 

정규직 형태의 완전고용이 불가능해진 시대에는 일자리나누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동시간 단축은 과로체제 해소만이 목표가 아니라 사회적 총노동량의 재분배를 통해 고용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시간의 급진적 단축이어야 한다. 또한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처럼 산별교섭 체제가 확립된 것도 아닌 상태에서 단사 중심의 협상에서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과연 가능한가? 현대자동차 노동자는 심지어 연간 3000시간을 일하기도 한다. 현대자동차에서 노동시간단축이 얼마나 급진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까?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사회 내부만의 의제가 아니라 전사회적인 의제이다. 확산이 필요하다. 사회적 총노동량의 재분배가 가능할만큼 노동시간이 비약적으로 단축되기 위해서는 보장체계가 수립되어야 한다. 그러한 보장체계가 기본소득과 보편복지이다. 그와 같은 보장체계가 수립되면 특근은 없어진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한다고 말하면 다들 오해한다. 그럼 현재의 정규직은 과연 정상인가. 서유럽 노동자의 두 배로 일하고 임금은 비슷하게 받고 자유시간은 거의 없는 정규직, 게다가 불황기에는 늘 해고의 위험 앞에 있는 정규직은 정상적 상태인가! 노동시간 주권을 노동자가 되 찾아와야 한다. 노동자운동의 역사를 보면 산재, 임금, 노동시간 문제로 의제가 발전했다. 그리고 이 시대에 노동시간 단축은 급진적으로 일어나야 사회적 재구성의 의미가 있다. 그와 같은 비약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할 수 있는 조건, 그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노동자의 노동시간 주권이 확보된다면 유연배치 가능하다고 본다. 정규직을 최선의 상태로 미화할 필요 없다. 정규직도 언제 잘릴지 모르고 불안정한 상태이다.

 

노동자운동의 위기를 타파하려면 보편적인 노동자 계급형성전략이 필요하다. 원래 공장노동자계급은 자본가가 공장을 지으면서 생산한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노동자계급은 공장을 중심으로 정치적 계급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분할되었고 심지어 개별화, 개체화되었다. 보편적 계급으로서 노동자계급의 재형성전략이란 무엇일까? 개별적 노동자를 묶는 공통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공장 단위보다 더 커야 한다. 기본소득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동등한 자격을 누구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잇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가진다. 이와 같은 정당성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통성에 호소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발표문에서 몇 번 사용한 영리노동 개념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화폐로 측정되는 노동, 즉 서비스이든 물건이든 상품을 생산하는. 영세 자영업자의 노동과 그 자체가 상품으로 팔리는 임금노동은 화폐로 측정되는 노동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화폐로 측정될 수 있는 것만이 노동이다. 그렇지 않은 것은 모두 자유로운 활동이다. 노동과 활동의 구분은 대단히 중요하다. 신자유주의에서는 화폐로 측정되지 않고 화폐화되지 않는 활동에 기초한 수탈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재가 그렇다. 활동이란 화폐적으로 계산되거나 평가되지 않는다. 기본소득도 활동을 화폐적으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누구의 활동은 60만원이고 누구의 활동은 40만원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오직 동등하게 취급하고 생계와 참여를 위해 필요로 하는 정도가 동일하게 지급된다. 기본소득은 모든 활동을 화폐적으로 동등하게 인정하는 것이지 서로 다르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이 점에서 기본소득은 활동의 노동화, 즉 활동을 시장에 끌어 들여 상업화하고 화폐로 평가하는 방식, 예컨대 가사노동의 상업화 등과 전혀 다른 방향의 해결책이다. 기본소득은 활동에 대한 인정일 뿐만 아니라 필요의 경제를 수립함으로써 노동시간을 급진적으로 단축하고 노동사회를 재구성하는 전략이다. 한편으로는 활동사회로의 이행전략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사회의 재구성 전략이다. 첫 번째 측면만 강조하는 것은 일면적이다. 노동사회는 당장 종식되지 않을 것이며 노동시간은 줄어들겠지만, 자유의 왕국은 먼 곳에 있다.

 

기본소득과 최저임금제와의 관계를 설명하겠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주는 것이다. 저임금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은 콤비임금적인 효과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저임금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이 60만원이라면 최저임금도 60만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이 활동에 대한 인정을 통해 외부로부터 노동 내부에 개입하는 것이라면, 근대의 개막과 함께 시작된, 가장 역사가 오랜 노동보호제도인 최저임금제는 노동사회 내부에 대한 보장책이다. 기본소득, 노동시간단축, 최저임금제라는 3결합을 통해 노동자운동의 신전략을 짜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 정치는 기본소득과 함께 할 때에만 급진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

 

하부영: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좋으나 비현실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은 과격하고 폭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본소득으로 바로 넘어갈 경우 대중과 조합원들이 못 따라올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국가가 고용을 보장할 것인가, 소득을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 나는 아직 국가가 완전고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헌법에 완전고용 보장에 대한 내용도 있다. 하지만 완전고용 보장 사회는 노동시간 단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본소득제를 전면에 내세우려면 기존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돼야 그 실현 조건이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사회주의에 나는 반대한다. 사회주의 체제 유지를 위해 무력과 국가가 이용되는 것에 반대한다. 국가를 해체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기본소득 실시로 인해 국가가 강화된다면 이는 부정적이다.

노동운동 위기에 대한 진단은 100% 동의하고 세부적으로 분석이 상당히 잘 돼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적극 동의한다.

 

한국을 천민자본주의 사회라고 생각한다. 기업에 협조하면 협조할수록 국민의 고통은 깊어진다. 기본소득은 단계적인 실현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맑스가 이야기한 자유의 왕국은 불교에서 얘기하는 해탈 아니냐?

1. 기본소득이 50% 지급되면 누가 일하겠느냐. 2. 누가 추진할 능력이 있나,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3. 불로소득 중과세와 재정혁명은 가능한가? 기본소득은 너무 이상적이고, 높은 목표다. 단계적으로 설계하면 한국사회에서 실현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윤영: 기본소득과 관련한 자료를 보면서 일정한 혼란이 있었다. 현재 네트워크에서 제안하고 있는 기본소득이 새로운 복지제도를 제출하는 것인지, 보다 더 진보적인 정강 정책을 제출하는 것인지, 대안사회로 가는 변혁운동의 경로로서 제안하는 것인지 아직도 헷갈린다. 그 방점이 명확하지 않은 지점이 있다. 예를 들면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에 대한 것이라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과 연계해서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의 접근은 변증법적이지 못하고 평면적이라고 생각한다. 빠레이스 교수와 강남훈 교수의 주장을 보면 기본소득으로 인해 노동유인이 결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고, 또 다른 논자는 노동유인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본소득네트워크 내부에서 이러한 것들이 정리됐으면 좋겠다. 대단히 비변증법적 논리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임금 착취는 적고 수탈은 광범위하다는 문제의식은 문제가 있다.

 

기본소득은 국가 권력을 획득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국가 권력 획득의 경로가 빠져있다. "국가가 내게 해준 것이 뭐 있냐, 1등만 생각하는 더러운 세상" 인용에 문제가 있다. 개그 프로그램 인용은 튄다. 그리고 변혁운동의 경로로서 제안이라면 조직노선과 정치노선을 함께 밝혀야 한다. 기본소득이 유일한 정책 대안으로서 오해될 소지가 있다. 기본소득 주창자 중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 관여자도 있다. 어떤 지점에서 만나는 것인지 해명해 달라.

 

이향희: 잠시 쉬고 현장 질의 받고 패널 토론 하겠다.

 

이향희: 청중 질의 해 달라.

 

정동석: 최윤영 동지가 말씀하시면서 국가 권력 문제를 언급했고, 하부영 동지도 비현실적 문제를 제기하셨는데 그러면 무상급식과 무상의료도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일 것이고 국가 권력의 문제는 마찬가지로 남지 않나? 세 분에게 국가 권력을 어떻게 획득할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국가 권력인지를 묻고 싶다.

 

김화정: 하부영 동지의 문제제기 중에 "노동이 없는 세상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있다. 노동 자체에 대한 철학이나 태도가 담겨 있는 말 같다. 하부영 동지가 명확히 설명해 달라. 그런데 또 다른 곳에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완전고용 사회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점에는 금민, 하부영 두 동지 모두 어느 정도 공감하시는 것 같다.

 

최윤영: 국가 권력의 내용과 어떻게 획득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겠다. 예전에 전위정당 건설 운동, 사회주의 정당 건설 운동, 국가 권력 획득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정치조직들이 있었다. 이제 저는 어디에도 몸담고 있지 않는데, 그 이유는 수많은 정치조직이 명멸하는 것을 봐왔다. 나는 손쉽게 국가 권력의 상을 제시하지 못한다. 아래로부터 대중적으로 부단한 노력을 통해 만들어질 것이라는 원칙 정도만 있다. 모순이 완전히 사라진 완성된 세상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극단적인 자본과 노동의 모순은 존재한다. 혁명은 이것을 깨는 것이다. 계속적으로 이러한 모순을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재의 과제는 비적대적 모순을 줄여가는 것만이 아니라 노동과 자본 문제 같은 적대적 모순을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깨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부영: 국가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했다. 국가는 일부에게는 희생과 폭력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권력이 분점된 상태여야 한다. 인민 권력이든, 민중 권력이든, 국가로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권력이 필요하고 권력이 커지면 또 다른 폭력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래로부터의 공동체적 질서가 있어야하고 국가는 해체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노동 개념에 대한 질문. 나는 노동 자체에 대해 인간 본능의 문제로 생각한다.

 

금민: 국가 권력 문제에 대해 답변하겠다. 수탈자들에게 강한 국가, 그러나 생산자 대중에게 수평적 국가여야 한다. 국가는 강자에게 법의 지배를, 약자에게 법의 보호를 제공한다. 화폐와 서비스 모두를 기본소득 개념에 포함시키는데, 이 경우 기본소득은 어마어마한 재원이 필요하다. 수탈자에 대한 강력한 역수탈을 통한 기본소득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엄청난 재정을 굴리는 국가가 등장할 것이라고 하부영 동지처럼 의혹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전통적인 재정이란 국가가 조세를 거두어서 그것을 운영한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국가가 조세를 걷어서 그냥 나눠주는데 무슨 권력 강화이겠는가? 사민주의 국가는 재정을 통해 권력을 강화하고 후견성을 강화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자들의 담론 공세에 속수무책이었고 노동자들로부터도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혁명의 경우, 그러한 재정은 국가권력 강화로 나타나지 않고 대중권력의 강화를 낳는다. 강화된 기본소득 재원은 개별적 노동자의 교섭력을 증대시키고 사회적 경제의 자양분이 되고 협동조합이 많아진다. 노동 개념과 관련해서 한 말씀 드리겠다. 우리는 노동사회에서 활동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사회 재구성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은 반노동 패러다임이나 탈노동패러다임은 현재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 적절하지 않다. 난 동의하지 않는다. 노동사회는 엄연히 존재하고 축소되겠지만 지속될 것이다. 기본소득은 임금노동축소 전략이고 그런 면에서는 탈노동 패러다임이지만 노동사회 재구성 전략이기도 하다. 완전고용상태라고 할 때 이는 '8시간 일하는 정규직'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모두가 '4시간 일하는 정규직' 사회를 뜻하지 않는다. 모두가 4시간 일한다면 이미 노동자의 노동시간주권 아래에서 노동이 유연화된 상태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노동자의 노동시간의 급진적 단축과 사회적 총노동량의 재분배가 필수적이다. 여기에서 노동시간 단축 정치는 기본소득 없이는 급진적일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박성락: 세 분 모두에게 질문하겠다. 운동의 시작은 상대적 차별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옆 사람이 좋은 것을 가지면 나도 가지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현장을 보면 3공장은 물량이 많아서 특근이 많아서 임금을 많이 받아가니까 다른 공장은 부러워한다. 본관 앞에서 물량달라고 요구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가 얘기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 이룬 것이 없다. 합의도 파기됐다.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되면 노동시간 단축된다고 하지만 이것은 현상적인 것이다. 언제까지 노동자운동이 이렇게 가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던 중 기본소득을 듣고는 많은 부분 획기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조합원들은 기본급이 올라가면 잔업 특근 안한다는 얘기 많이 한다. 기본소득 주면 많은 부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이 노동자운동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부영 동지가 대답해 달라.

 

하부영: 나는 과소비 고비용 구조를 깨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이 벌고 많이 쓰는 사회는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노동시간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간연속 2교대제는 사기다. 더 이상 주간연속 2교대제 얘기하지 말고 노동시간 단축 얘기를 해야 한다. 현재 노동시간 상한제가 3000시간이다. 매일 잔업 특근해야 3000시간이다. 근데 3000시간 일하다 2400시간 하면 연봉 2천만원 깎인다. 그래서 과소비 고비용 구조를 깨야한다는 것이다.

 

정동석: 그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누구나 풍요롭게 살기를 원한다. 자본가들은 더 많이 쓰고 누리는데 여기서 과소비 고비용 구조를 제기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윤영: 금민 동지의 주장은 기본소득으로 노동 외부에서의 개입을 통해 사회적 힘을 갖고 노동사회 재편 의제를 강제하자는 것으로 이해한다. 매우 의미 있고 신선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 주창자들도 차이가 있는 것 같더라. 기본소득 제기의 출발이 신자유주의에 대응하는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이 주장만으로는 의미 있는 제기이다. 이 사회적 힘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보완해주면 좋겠다.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를...

 

금민: 기본소득 도입되면 고용재분배 효과 있다. 소득재분배만이 아니다. 기본소득이 도입된 사회는 권력문제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나 낡은 형태의 사회주의 아니다. 아래로부터의 당사자 자주관리로 가야한다. 공공서비스의 경우, 서비스노동자, 향유 당사자,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기본소득 지급하면 누가 일하겠냐는 하부영 동지의 반론에 대해서. 기본소득은 노동의 성격과 질의 변화를 만든다. 성격에 있어서 비자발적 노동에서 자발적 노동으로, 그리고 질에 있어서 지식기반노동, 창의적 노동으로의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노동유인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의미가 달라진다. 그리고 누가 일하겠는가라는 질문이 험한 일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런 험한 일은 당분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험한 일이 더 많은 보수를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리겠다.

 

앞으로 노동시간이 계속 단축되겠지만 노동사회는 당분간 엄연히 지속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을 노동사회 재편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기본소득 지지자들 중에서도 Basic Income Strong, 즉 후한 기본소득, 충분한 기본소득(독일 좌파당 등)과 약한 기본소득, 적은 기본소득 등 지급 액수에서의 차이가 있다. 나는 강한 기본소득의 입장에 선다. 하부영 동지가 말한 노동시간 상한제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지켜지냐는 거다. 근로기준법 2600시간으로 돼 있다. 지켜지는가? 법규에만 의지하는 것보다 기본소득을 통해 노동시간 줄이는 것이 현실적이다.

 

기본소득네트워크의 발전 상태를 설명하겠다. 독일의 경우 좌파당이 주도하면서 후한 기본소득을 추가하면서 자민당 등과 선을 그었다. 한국의 경우 네트워크는 단일하지 않고 앞으로도 그런 방식으로 확대될 것이다. 나는 그것이 의제 확산에 필요하고, 내부의 논쟁은 그러한 확산 속에서만 일어나야 한다고 본다.

 

정치노선, 조직노선 중요하다. 기본소득에도 원칙상의 정치노선은 있다. 그것은 기본소득이 만들어낼 여러 사회적 효과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를 보면 대중이 들고 일어나고 그러한 혁명의 등을 타고 전위가 집권했다. 대중은 그들이 어디로 가려는지 잘 몰랐다. 이제그런 일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권력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분명히 말해야 한다. 권력구성과 군력운용은 별도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대중에게 구체적으로 상황매개되어 있으면서도 대안사회 작동 원리와 구성까지 포함한 궁극 대안까지 하나의 체계에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편적 복지와 기본소득에 관한 단계적 접근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도 부분 기본소득, 단계적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노인, 장애인, 영유아 기본소득 주장한다. 근데 중요한 것은 그들의 처지가 열악하기 때문에 시혜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이 다른 모두와 마찬가지로 동등한 사회구성원이기 때문에 권리로서 부여된다는 것이 기본소득 정신이다. 동등성과 보편성이 기본소득의 정신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이제 그만 일하자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적게 일하자라고 말한다면 책임 있는 정치이다. 탈노동 패러다임은 종종 노동사회 재편 전략에 무관심한 비현실적인 입장으로 그치고 마는 문제점이 있다. 노동시간의 단축과 자유시간의 확보, 노동자의 시간주권의 회복 등을 의제로 하여 노동사회 재편을 주장해야 한다.

 

강병태: 하부영 동지한테 질문하겠다. 노동조합이 기본소득 쟁취를 위해 정치파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도 기본소득을 걸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대국민적으로 이미지 제고에도 좋다고 생각한다. 결코 손해 볼 일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현수: 지난 기획강좌 3강을 들으면서 충격이 있었다. 노동시간 단축을 부르짖어도... 이 사회의 정신세계를 바꾸는 것이 전제돼야 비로소 가능한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이형진: 노동공유패러다임으로 볼 수 있는가?

 

금민: 노동공유 패러다임?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일자리를 공유하겠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나도 같은 입장이다. 물론 기본소득의 원초적인 발상은 인류가 모든 대지와 자원을 공유한다. 그리고 각자는 공동체에서 동등하다는 관점, 공유와 평등이다. 한국 헌법은 세계에 몇 안 되는 기본권을 말하고 있는데, 일자리 보장이 기본권으로 되어 있는 헌법이라는 점이다. 이태리도 그렇다. 그러나 독일은 안 그렇다. 앞서 일관되게 주장했듯이, 일자리 보장해 주기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다른 방식으로 고용 창출할 수 있나? 그리고 근본적으로 환경재앙을 불러 올 정도의 생산확대는 올바른 해결방식인가? 민주노총이 기본소득 받아야 한다. 실업자가 10%가 넘는 나라에서 기본소득을 노조가 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독일 총연맹 위원장이었던 좀머가 일찍이 말했지만 독일 총연맹은 아직 기본소득을 받지 않고 있다. 기본소득 재원이 어마어마하다고 비현실적이지 않냐고 말씀 하시는 분들 많은데, 그보다 돈 적게 드는 무상의료 문제도 마찬가지 아닌가? 국가재정혁명 없이는 어떤 부문도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재정을 다루려면 정치권력 획득이 필요하다.

 

하부영: 기본소득과 관련한 편견을 많이 깨는 계기였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다. 산별노조를 건설해서 국가를 장악해야 한다. 그것밖에 방법은 없다.

 

최윤영: 신자유주의는 착취와 수탈도 중요하지만 노동자 운동의 전략 문제에서는 노동시장의 분할 중요하다. 이 점에서 기본소득은 중요한 대안이다.

 

첨부파일 기본소득과노동자운동_토론회속기록.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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