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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 대표(기본소득네트워크)의 ‘나눔문화’ 평화나눔아카데미 후기

작성자권문석|작성시간10.10.25|조회수76 목록 댓글 0


강남훈 한국기본소득네트워크 대표(한신대 경제학과 교수)가 2010년 10월 21일(목요일), 나눔문화(http://www.nanum.com)의 평화나눔아카데미(벌써 15기) 다섯 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주제는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이었다. 강남훈 선생님이 가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함께 갔다. 평소 평화나눔아카데미 분위기를 알고 싶어했던 차였다.

저녁 7시 30분, 나눔문화 사무실에 도착했다. 서울역사박물관과 구세군회관 길 사이로 300m가량 올라가면 사무실이 있다. 진학빌딩 3층인데 서울 도심에 이런 골목이 있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 장애인 접근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입구에 익숙한 빨간색(2008년 촛불집회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나눔문화 손 피켓의 그 색깔) 바탕에 ‘환영합니다’ 류의 친근한 말투로 쓰인 인사말 피켓이 바닥에 놓여있었다. 촛불과 함께...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피켓이 놓여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오른쪽에 테이블이 놓여있고 작은 살라(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여러 가지 뜻이 있다) 모양의 색지에 사람들 이름이 각각 적혀 있었다. 평화나눔아카데미 수강생들 명단인 듯하다. 처음 왔다고 하니, 나눔문화를 소개하는 리플렛과 신문을 주면서 예쁜 봉투 하나를 건넨다. 난 예약을 하지 않아 현장에서 이름을 이야기했고, 작은 살라에 내 이름을 써줬다. 평면 부착이 가능한 옷핀에 글루텐(불에 녹여 붙이는 물질)으로 작은 살라에 붙인 상태였다. 리플렛과 신문은 아주 친절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예쁜 봉투에 참가비를 넣어서 건넸다.

강남훈 선생님이 방금 중국(산둥성 청도)에 다녀온 길이었고, 맨 앞자리에 앉아계셨다. 잠깐 대화를 나누고 난 ‘나눔밥상’을 먹으러갔다. 메뉴는 정말 단순했다. 잡곡밥과 콩비지. 탁자마다 작은 그릇에 원하는 만큼 열무김치를 덜어 먹을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소박한 밥상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한 상 푸짐하게 차려 먹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순간 당황하였지만 먹다 보니 이내 마음이 차분해졌다. 모르는 사람들이랑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5분 후에 시작한다는 나눔문화 연구원의 말이 있었고, 어느 연구원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시작하겠다는 말에 강남훈 선생님이 강단에 서려 하자, 사회자가 아직 순서가 아니라고 했다. 분위기에 적응 못한 강남훈 선생님이 잠시 굴욕을... 첫 번째 시간은 음악 감상이었다. 중남미의 유명한 민중음악가의 체 게바라 추모곡이었다. 박노해 시인의 사진 촬영 컷과 시 구절이 함께 프리젠테이션으로 올라왔다. 간단한 설명이 끝나고 명상의 시간 비슷한 순서가 있었다. 종소리와 함께 눈을 감았고 박노해 시인의 멘트를 사회자가 낭독했다. 3번의 죽비 소리에 눈을 떴다. 그리고 사회자가 강연자와 강의 내용을 설명했다. 드디어 강남훈 선생님이 강의를 시작했다.

강남훈 선생님의 여러 해외 사례와 가능성, 기본소득 재원 설명과 타당성, 자주 나오는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관계자 분들도 계셨다. 아주 쉽게 강의를 진행해 참가자들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질문이 마구 쏟아졌다. 기억나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이처럼 매력적인 기본소득을 왜 진보진영이 제대로 의제화하지 못하느냐는 것이었고, 지난 지방선거 당시 사회당의 공약을 봤는데 별 설득력이 없다라는 말이었다. 강남훈 선생님이 정치는 누가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식의 답변을 했다.

강연과 질문이 끝나고 평화나눔아카데미 수강생의 한마디가 이어졌다. 엄마의 권유로 함께 수강을 하고 있다는 대학생 딸의 이야기였다. 사회참여에 대한 의식 향상, 친절하고 섬세한 나눔문화 연구원들, 가족 간의 재발견과 만남의 시간 등 여러 좋은 이야기를 했고 마지막에는 꼭 뒤풀이에 참석하라는 말도 했다. 사회자가 다음주 강의(이해영 선생님의 한미FTA)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사회자가 갑자기 뒷풀이 장소는 나눔밥상이라고 했다. 헐...

나눔밥상을 먹었던 장소로 가니 간단한 한과가 놓여있었고 자리마다 국화꽃이 담긴 잔이 있었다. 국화차와 한과가 뒤풀이였다. 완전 문화적 충격이다. 꼭 술 마시는 게 뒷풀이는 아니지라는 생각을 하던 차, 나눔문화 연구원들이 알아서 테이블마다 한 명씩 앉는 것이었다. 개강 또는 종강 시점에는 가끔 술이 나오기도 한다며, 회원님들이 집에서 만든 막걸리 등을 기증하면 그것으로 대접하기도 한단다. 좋은 분위기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졌다.

강남훈 선생님과 함께 나왔고, 강남훈 선생님이 중국에 다녀오신지라 바퀴 달린 가방을 들고 계셨다. 강남훈 선생님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관계자들이 술마시는 장소(역시 뒤풀이 ㅎㅎ)로 가셨고 난 귀가했다.

저녁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사무실의 전반적 분위기와 인테리어는 ‘차분함’과 ‘진지함’ 그 자체였다. ‘회원님’들의 소소한 소식부터 반전평화와 관련된 여러 소식이 교육장 벽면에 붙어 있었다. 교육장은 아주 아늑한 분위기였다. 맨 뒤에는 강연 진행에 필요한 도구들(기록을 위한 컴퓨터 노트북, 동영상 촬영 장비, 믹서 등의 각종 음향장비, 죽비 등)이 있었다. 나눔문화 연구원들의 사무공간은 적절한 유리, 칸막이 등으로 잘 분할돼 있었고 친근감을 높이는 분위기였다. 나눔밥상이라는 표지판을 주욱 따라가 보니 건물 뒤의 비상구 계단에 문이 있었다. 우왕~ 건물을 개조한 것이다. 나눔문화 사무실이 있는 진학빌딩 자체가 경사로에 있는데 뒤 건물(기와 담벼락이 있는)과의 공간을 활용해 바닥 공사를 하고, 마룻바닥을 깔고 기둥을 세워 아늑한 공간을 만든 것이다. 비닐하우스처럼 비닐로 위를 덮었고 전체를 덮진 않았다. 내가 밥 먹으려고 앉았던 공간은 뒤 건물과 맞닿은 곳이었는데 탁자 위에 은행잎이 떨어져 있었다. 뒤 건물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가을날의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는...





나눔문화 홈페이지에 평화나눔아카데미에 관한 브리핑(?)이 올라올 것이다. 어쨌든 신선한 문화적 충격이었다. 저녁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참석해 딱딱한 문건 같은 강의 자료를 받아 꾸벅꾸벅 졸다가 술 마시는 뒤풀이로 끝나는... 사회운동단체의 일반적 강연회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저녁 7시 30분 나눔밥상부터 시작하는 프로그램은 뒤풀이까지 포함하면 최소 밤 11시까지 진행된다.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내용도 충실하고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형태라 생각한다. 기획자들의 많은 준비와 노력, 좋은 강의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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