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새벽을 열며

2015년 3월 24일 사순 제5주간 화요일

작성자빠다킹신부|작성시간15.03.24|조회수1,460 목록 댓글 42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5년 3월 24일 사순 제5주간 화요일

제1독서 민수 21,4-9

그 무렵 이스라엘은 4 에돔 땅을 돌아서 가려고, 호르 산을 떠나 갈대 바다로 가는 길에 들어섰다. 길을 가는 동안에 백성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5 그래서 백성은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하였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
6 그러자 주님께서 백성에게 불 뱀들을 보내셨다. 그것들이 백성을 물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죽었다. 7 백성이 모세에게 와서 간청하였다.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불평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이 뱀을 우리에게서 치워 주시도록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그래서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8 그러자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9 그리하여 모세는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 놓았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복음 요한 8,21-30

그때에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21 이르셨다.
“나는 간다. 너희가 나를 찾겠지만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다.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22 그러자 유다인들이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하니, 자살하겠다는 말인가?” 하였다.
23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아래에서 왔고 나는 위에서 왔다. 너희는 이 세상에 속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24 그래서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라고 내가 말하였다. 정녕 내가 나임을 믿지 않으면,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다.”
25 그러자 그들이 예수님께 “당신이 누구요?”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처음부터 내가 너희에게 말해 오지 않았느냐? 26 나는 너희에 관하여 이야기할 것도, 심판할 것도 많다. 그러나 나를 보내신 분께서는 참되시기에, 나는 그분에게서 들은 것을 이 세상에 이야기할 따름이다.” 27 그들은 예수님께서 아버지를 가리켜 말씀하신 줄을 깨닫지 못하였다.
28 그래서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을 들어 올린 뒤에야 내가 나임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 내가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만 말한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29 나를 보내신 분께서는 나와 함께 계시고 나를 혼자 버려두지 않으신다. 내가 언제나 그분 마음에 드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30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많은 사람이 그분을 믿었다.



어제는 조금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부터 3일 동안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강남에서 교육을 받은 뒤, 주일에는 어느 성당에서 특강까지 있었거든요. 특강 후에는 편찮으신 부모님과 함께 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완전히 녹초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나흘 동안 바빠서 청소도 제대로 못해 집이 완전 난장판인데도 불구하고 그냥 누워 잠들고 말았습니다.

오랜만에 편안하게 푹 잠을 잔 뒤에 월요일 아침부터 집안 대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꺼번에 몰아서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이 싫어서 그동안은 매일 조금씩 청소와 정리를 했기에 특별히 대청소할 것도 없었는데, 어제 아침에 바라보는 제 방은 완전히 쓰레기 소굴 같았습니다. 청소, 정리, 빨래까지 어제 오전 내내 했습니다.

누군가가 깨끗하게 사는 방법은 잘 버릴 줄 알면 된다고 하지요. 저도 이 말에 공감하면서 잘 버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모아 버리려고 하는데, 이 물건들을 통해서 많은 기억이 나는 것입니다. 솔직히 지난 일 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면, 제게는 별로 필요 없는 물건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물건을 통해 떠오르는 기억이 저를 설레게 하기에 차마 버리지 못하고 남기게 됩니다. 분명히 앞으로 쓸 일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지요.

앞으로 쓸 일이 없다고 생각되었지만 이 물건이 가지고 있는 저와의 기억 때문에 차마 버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억이 없는 물건들은 과감하게 버려지게 되었지요. 이런 물건들만이 아니겠지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의 휴대전화 주소록에서 좋은 기억으로 설레게 하는 사람은 아무리 연락을 하지 않았어도 절대로 지우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가 믿고 따른다는 주님과의 관계는 어떤 것 같습니까? 주님을 떠올리면 가슴이 설레면서 기대를 하게 됩니까? 만약 그런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면 주님과의 기억이 없는 분이지요. 그래서 주님의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주님을 만나도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바리사이들처럼 “당신이 누구요?”라고 멍청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주님과의 기억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를 심판하실 가장 중요한 분임을 깨닫고 그분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설렘의 기억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기억으로 주님을 버리지 않고 언제나 그분과 함께 하는 소중한 만남을 계속 간직하도록 할 것입니다.

구리뱀을 봐야 살 수 있었던 출애굽의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십자가의 주님을 봐야 우리도 살 수 있습니다.

희망은 땅과 같다. 해마다 수확을 거두고 결코 바닥나지 않는 재산이다(로버트 루이스).


구리뱀을 세웠던 느보산의 십자가.


고구마의 법칙(오정환)

고구마를 찔 때 익었는지 확인하려고 젓가락을 찔러 본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젓가락에 많이 찔린 고구마가 더 빨리 익는다. 젓가락 구멍 사이로 뜨거운 김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인생도 그러하지 않을까?

어제 읽은 책에서 본 글입니다. 짧은 구절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우리 삶 안에서도 젓가락 구멍처럼 아픔의 상처를 갖게 될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 상처의 자국이 흉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고구마가 빨리 익을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완숙미가 넘치게 하는 것은 내게 다가오는 고통과 시련이라는 아픔의 상처임을 깨닫습니다.

고통과 시련을 무조건 없애고 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필요 없는 것은 없습니다.


젓가락으로 찔러 본 고구마가 빨리 익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건강이 | 작성시간 15.03.24 아멘♡
    신부님!
    감사합니다 ♡ ♡ ♡
  • 작성자푸른 산 | 작성시간 15.03.24 감사합니다. 신부님!!
  • 작성자행복이 | 작성시간 15.03.24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 작성자산숲나라 | 작성시간 15.03.25 "좋은 기억으로 설레게 하는 사람은 아무리 연락이 없어도 지우지 않는다 "
    저에게 그런 분이신 주님 하늘땅 만큰 감사합니다.신부님 봄 감기 조심하세요.울 님들도여~~
  • 작성자최길손 | 작성시간 15.03.25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