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5일 대림 제3주일
지금은 본당신부라서 외부 강의를 나가지 않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강의 청탁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한 번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돈이 없어서 강사료를 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도 오시는 분들 생각해서 강의해 주십시오.”
갈까요? 안 갈까요? 당연히 갑니다. 제가 필요하다는데 당연히 가야 합니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가고, 또 즐겁게 강의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소품을 준비하거나, 선물 같은 것은 준비하지 않습니다(무조건 나눠주기에는 제가 그렇게 부자가 아닙니다).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신부님 강사료로 ***원 잡았습니다. 강의해 주시겠습니까?”
강사료 액수가 상당히 컸습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 갖가지 배려를 해 주십니다. 갈까요? 안 갈까요? 역시 당연히 갑니다. 이 강의를 위한 준비를 아주 열심히 합니다. 이런 강의를 해달라면서 부탁하면 어떤 부탁이든 다 맞춰줍니다. 또 어떻게 하면 강의 듣는 분에게 도움이 될지 오랫동안 준비합니다. 완전히 다른 강의를 하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돈 때문일까요?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강의했다고 저에게 특별한 이득이 있지 않습니다. 강사료는 강의 때 나눠드리는 선물값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어려운 곳이나 필요한 곳에 모두 보냅니다. 특별히 돈 쓸데도 없고, 가지고 있어 봐야 욕심만 커지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두 경우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를 인정해 주신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인정한다고 생각하니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맞습니다. 상대가 인정하면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주님과 우리의 관계를 떠올려 보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자라고 있다는 것만 해도 우리를 사랑하고 인정하신다는 표시입니다. 이렇게 주님께서는 우리를 인정하시고 계속해서 기회를 주시면서 배려해 주시는데, 우리는 과연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살고 있나요?
벌써 대림초의 불이 세 개나 켜졌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이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것을 눈으로 보게 됩니다. 그런데 주님의 탄생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우리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요?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세례자 요한의 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모든 이를 위한 정확한 규범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회개하고 메시아의 오심을 준비하고자 한다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고,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말며, 아무에게도 빼앗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주님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면서 겸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세례자 요한이 이렇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주님께 인정받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그 인정에 보답하기 위한 삶을 사셨습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끊임없이 요구만 하면서, 주님의 인정과 사랑에 반대되는 행동만 하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의 명언: 우리는 우리가 행복해지려고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에이브러햄 링컨).
사진설명: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별내린 작성시간 24.12.15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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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캐슬린 작성시간 24.12.15 주님께서는 우리를 인정하시고 계속해서 기회를 주시면서 배려해 주심에
감사드리며 보답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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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mods 작성시간 24.12.15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7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신부님... -
작성자sdhhope 작성시간 24.12.16 신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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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Silvester 작성시간 24.12.17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