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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열며

2024년 12월 20일

작성자빠다킹신부|작성시간24.12.19|조회수1,328 목록 댓글 46

2024년 12월 20일

 

 

저의 스마트폰은 늘 무음입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미사를 비롯한 각종 성사를 집전해야 하므로 스마트폰은 늘 무음으로 맞춰놓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연락되지 않습니다. SNS 문자 메시지도 그날 저녁이 돼서야 확인하게 됩니다. 누구는 제발 빨리 좀 봐달라 하고, 또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무음으로 해 놓는 것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무음이 아닐 때, 모든 신경이 바뀌게 되기 때문입니다.

 

노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주5일, 하루 여덟 시간 근무’는 1926년, 미국 자동차 포드의 창시자 헨리 포드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스마트폰으로 인해, ‘365일 대기’ 중이 되는 것 같습니다. 미사 때 가끔 스마트폰이 울립니다. 그때 제대를 향하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바뀝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데 갑자기 SNS 메시지 알림 소리가 들리면 역시 대화가 끊어지고 맙니다. 정말로 급한 연락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급한 연락이 그렇게 매 순간 올까요? 어쩌면 ‘급한 연락이 와라.’라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아주 급한 연락보다 지금 자기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여전히 제 스마트폰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합니다. 새로운 소식은 제가 찾아봐야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바로 앞의 사람에게 충실할 수 있고, 무엇보다 주님께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커다란 장점이 많은데 과연 스마트폰의 무음을 바꿔야 할까요?

 

어디에 집중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주님께 집중하고, 또 주님의 사랑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것들로 인해 집중할 수 없다면, 집중할 수 있도록 나의 방법들을 바꿔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세상의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뜻도 알 수 없고, 주님께 대한 체험도 거의 없습니다. 당연히 주님도 알지 못하게 됩니다.

 

어제 복음에서 사제 즈카르야는 천사의 메시지를 믿지 않아서 벙어리가 되고 맙니다. 주님께 집중해서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떤 메시지를 들어도 믿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나이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세상에 집중하고 있어서 믿지 못했습니다. 그에 반해, 성모님께서는 굳은 믿음을 보여주십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주님께 집중하고 있으니, 처녀가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세상의 기준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굳은 믿음을 통해 하느님의 일이 자기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는 과연 어디에 집중하고 있을까요? 세상이 아닌 주님께 집중해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한 사람의 발에 맞는 신이 다른 사람의 발에는 꽉 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모든 경우에 들어맞는 삶의 비결 같은 것은 없다(칼 융).

 

사진설명: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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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치릴 로 | 작성시간 24.12.20 감사 합니다..
  • 작성자캐슬린 | 작성시간 24.12.20 주님께 집중하고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
    세상의 기준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고
    굳은 믿음을 통해 하느님의 일이 자기 안에서 이루질 수 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 작성자마리아로사 | 작성시간 24.12.20 아멘.
  • 작성자mods | 작성시간 24.12.21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감사합니다...신부님...
  • 작성자별내린 | 작성시간 24.12.21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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