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일의 터전에서 사도직과 공동체를 실천하기
필리 1,18ㄴ-26; 루카 14,1.7-11
연중 제30주간 토요일; 2020.10.31.; 이기우 신부
오늘은 전교성월이며 문화의 달이기도 했던 10월의
마지막 날이라서 복음화 강론 시리즈의 결론을 맺어보겠습니다.
그 전에 먼저 전체 흐름을 간추리자면 이렇습니다.
첫 날은 추석 명절이어서, 조상 공경의 의미 속에서 대군대부이신 하느님을 기려 보았습니다.
그리고 개천절이었던 10월 3일부터 한글날이었던 10월 9일,
그리고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 기념일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날이었던
10월 18일의 전교주일까지 각각의 뜻에 따라서 문화의 복음화에 대하여
여러 각도에서 두루두루 살펴본 바 있습니다.
특히 교회학자로 선언된 데레사 성녀가 전해준 지혜가 각별했습니다.
즉 우리는 기도로써 하느님께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은총을 깨달아야 하고,
그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에서 믿음을 거저 얻은
특권을 봉사라는 사회적 책임으로 갚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그 봉사는 「관찰-판단-실천」의 세 단계로 공동선에 기여하는 것으로서,
이 경우에 우리가 실제로 사도직 활동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공동선의 몫은 아주 적을 것이지만,
그래도 그 몫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우리는 최고선이신 하느님께 합일할 수 있는
더 커다란 은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 작은 몫에 정성껏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로서 매우 깊은 영성적 지혜였습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귀족들이 실천하고 있는 사회적 책무의 역사적 사례를
상기시켜 드리면서 의사 장기려, 법관 김홍섭, 사회운동가 장일산 같은 인물들이
실천해 보인 신앙인의 사회적 책무도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렇게 복음적 가치에 헌신한 선배들의 고귀한 삶의 발자취를
뒤따라가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교회의 복음화에 대해서도 부연해 드렸습니다.
교회의 복음화에 있어서 주교와 신부 등 성직자들에게 맡겨져 있는 교회 제도의 쇄신 과제와,
수도자들에게 기대할 만한 복음화의 선도적 역할 과제도 매우 중요하기는 합니다만,
우리로서는 삶과 일의 현장에서 실천하도록 평신도들에게 맡겨져 있는
실질적인 교회의 복음화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평신도들이 주도해야 할 실질적인 교회 복음화의 요체는
최근 발표된 교황청 문서를 기준으로 하여, 공동합의적 논의구조를 바탕으로
서로의 신앙 감각을 존중하는 가톨릭 민주주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사회의 민주화도 독재에 대한 저항과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정의감의 발로였듯이,
사회의 복음화를 위하여 가톨릭 민주주의로 현장에 교회를 건설하는 과정 역시 교구나
본당의 제도 교회에 기대는 나머지 기복신앙으로 도피할 것이 아니라
삶과 일의 현장에서 실천하려는 대속(代贖) 신앙의 발로여야 합니다.
평신도들이 책임을 지고 있는 삶과 일의 터전에서 발 벗고 나서서,
그리고 하느님께로부터 거저 받은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과 대속 신앙을 실천하려는
동기와 지향으로 사도직 활동을 개척하고 이를 위해 공동체를 세울 때에만
가톨릭 민주주의를 통한 교회의 복음화는 이룩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서
민족 사회의 복음화 과업도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직자들에 의한 제도 교회의 쇄신과 수도자들에 의한 복음화 선도 역할은
그제서야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지난 2019년도는 가정 복음화의 해였고, 2020년도는 본당 복음화의 해였으며,
오는 대림시기부터 시작될 다음 해는 교구 복음화의 해입니다.
교구의 복음화는 가정과 본당의 복음화를 기본으로 이루어집니다.
가정은 기초적인 교회요, 본당은 신앙생활의 학교입니다. 가정을 성화시키고,
성사생활을 본당에서 해야 하지만, 우리가 자주 만나는 사람들,
주된 인간관계 역시 옆집에 사는 이웃이나 본당에서 만나는 교우들만이 아닙니다.
그래서 지역 사회의 복음화라든지, 직장 내지 직업의 복음화와 관련해서
대속 신앙을 실천할 수 있는 사도직을 찾고 이 사도직을 위해서
가족과도 같은 공동체를 건설할 선교적 필요성이 여기서 생겨납니다.
이때 명심할 자세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끝자리에서 섬기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돋보이는 자리에 앉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고, 오늘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고백한 대로,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를 전한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뜻에 따른 가치를 실현하는 목표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도직과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며 정성을 들여야 합니다.
냉담자가 교적상 신자의 80%를 웃돈지가 한참 전인데,
이러한 현실이 유감스럽게도 우리 교회의 복음화 성적표입니다.
자칫하다가는 이대로 현 추세가 굳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박해를 이겨낸 순교성인들의 후손이며, 우리에게는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신앙을 용감하게 증거하던 신앙적 유전자가 영혼에 들어 있습니다.
이해관계에 얽혀있거나 최소한의 의무 때문에 해야 할 일에
그치지 말고 잉여의 사랑 가치를 발휘할 장을 찾아 나서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선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가정의 성화는 기본이요, 본당에서의 성사생활은 필수입니다.
나머지 즉 일터와 직업과 관계된 인간관계에서
대속 신앙을 증거하는 일은 선택이기는 하지만 필수 선택입니다.
가정의 성화를 기본으로 하되, 본당에서 배운 성사적 은총을 바탕으로
그곳에서 사도직 활동거리를 찾고, 공동선에 기여하면서 공동체를 건설하십시오.
예수님을 닮고 하느님과 만나는 지복직관의 은총이,
또한 치열한 경쟁도 필요없는 블루오션(Blue Ocean)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