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소본능(歸巢本能)
오늘이 "삼월삼진!" 제비가 오는 날 이라는데 역시 안 보이네요.
한 땐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 조용하던 하늘이 왁자지껄하며 우리들의 마음을 온화하게 해주었죠.
근데 봄에 분주한 것들 중에 유독 애처로운 게 제비였어요.
다른 것들은 자연스레 우리게 노출되었지만, 제비처럼 집짓고 새끼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날짐승들은 악조건에 날개가 휠 것이기에 말입니다.
도심지에서는 주로 간판뒤에다 둥지를 틀면 "옹기사발"을 부쳐놓은 것 같아야 하는데도 재료가 부족했던지 새끼까치집 같이 엉성했고, 소복한 새끼들이 용변을 어찌나 잘보던지! 엉덩이를 돌려 싸대도 간판이 잘 받아주는 걸 봐 왔지요.
당시의 제비는 초롬하게 윤이 난 것이 빨래 줄에 줄줄이 앉아 노란 립스틱 바르고 “누가뭐라디요? 제비몰러나온다구요?” 하는 듯이 떠들어대던 모습이 정자나무 아래 줄서서 "애향반장" 구령에 맞춰 학교가던 우리 모습과 같았지만
가끔씩 보이는 요즘제비는 외소하고 윤기도 없고 지쳐서인지 덜 빠르고 지저귐도 못 듣다보니 “`제비다리 고치는 것`과 `박씨`, `여유롭게 노닐다 추석전후로 때를 지어 남국으로 가는 장관이던 그 모습`”도, 이제 동화책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으며, 지구상의 강남(양쯔강 이남)에 마저도 제비 수가 줄어드나 봅니다.
문명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흙 내음 나는 정감을 가져가지요.
현대인들은 문명에 길들어지더니 여유가 생기자 나무를 심고 흙으로 집을 짓고 오래전 살았던 자연으로 돌아가려 귀소본능(歸巢本能)을 보이고 있고 전망 좋은 강가나 산자락에는 여지없이 맛 집 같은 멋진 집들이 들어서지만 제비가 둥지를 틀만한 공간은 없습니다. 마음 하나 쓰면 될 걸 말예요.
지구상의 제비는 모두 80여종이며 우리나라엔 4종이 온다기에 외소하고 윤기 없는 게 종류 탓도 있겠지만 우리가 환경을 회손 했으니 사람 탓도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우리 집에 거미가 많지만 참새나 종달새처럼 "순간멈춤비행"을 못해선지? 아니면 맛이 없는지? 도통 오질 않습니다.
항간에는 “제비집을 요리한다.”는 말에 의아했었죠.
“해초를 물고와 지은 집이라서 `대만`바닷가에서는 제비집을 요리재료로 쓴다고 합니다.”
세상이 변하면서 가난과 무기력한 흥부보다는 욕심 많고 적극적이고, 험한 세상을 잘 이겨낼 수 있는 놀부를 현대사회는 더 원한다 하지요. 그렇다 해서 외모 지성 매너 그리고 뛰어난 춤 실력의 강남의 그 제비를 원하면 안 되겠지만요.
건강한 날개로 높이 날아 아름답게 지저귀며 봄을 알리던 이 즈음이면 여자 아이들도 따스한 바람막이 담벼락 앞에서 고무줄놀이를 했었죠.
“♬정이월이 다 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며는 이 땅에 또다시 봄이 온다네!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강남에 어서 가세” 하면서요. 우린 고무줄 끊고 도망가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