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을 마치고 부활대축일이
다가오면 흔한 질문을 하나 받게 된다.
'신부님, 이번 엠마오는 어디로
떠나십니까?'
아마 성삼일과 부활 대축일을 빡세게
보내고 사순절을 힘겹게 보냈으니
좀 쉬러 간다는 의미에서 엠마오를
거론하는 것 같다.
그럴 때 항상 등장하는 것이
부활 8부 수요일 복음인
루카 복음 24장 13~35절의 엠마오
제자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복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으로 말미암아
그들이 가진 모든 기대치와
현세적 정치적 메시아관이 다 무너져
낙향하던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하는 이야기다.
예루살렘에서 60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는 예루살렘에서 30리
<10리(4km)X3=12km> 떨어진
가까운 곳이다.
십자가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예수님의 죽음 앞에 허탈과 절망으로
삶의 방향과 갈피를 잡지 못하고
낙향하는 두 제자에게 예수님께서
동행하시며 구약의 율법과 예언서에
기록된 메시아이신 당신에 관한
이야기들을 뽑아 내어 자상하게
설명해 주신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길에서
당신 영으로 하신 말씀은 두 제자들의
심령을 뜨겁게 감동시켜준다.
그리고 날이 저물어 그들의 숙소에
도착할 즈음 예수님께서 떠나시려
하자 그들의 간청으로 말미암아
식사가 진행된다.
그들이 준비했지만, 예수님께서
주관하시는 저녁 제사는 기도요
성찬례이며, 미사요 영성체이다.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를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 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사라지셨다."
(루카24,30~31)
예수님께서 축성한 빵, 성체가
제자들에게 들어오니 그들의 눈이
열려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본다.
말씀으로 영혼이 가르침을 받고,
성체로서 심령이 채워질 때 주님을
체험하게 된다.
여기서 "눈이 열려" 에 쓰여진 동사는
부정 과거 수동태 완료형이다.
그러니까 주님께서 그들의 눈을
열어 주신 것이다.
그들의 영적인 눈이 열렸다는 것은
마음 곧 심령이 성령으로 가득찼다는
뜻이고, 성령으로 말미암아
주님을 알아뵙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주님께서 사라지셨다.
육안으로 더 이상 뵐 수가 없다.
영적인 몸인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성체(빵)안에 들어가 그들 안에
주인으로 온 것이다.
한편의 감동적 주님 체험 드라마인
엠마오 사건은 말하자면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가
합쳐진 미사성제이다.
우리가 늘 참례하는 미사 안에서
말씀과 성체성사를 통해서 부활하신
주님을 인격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을 증거해 주고 있다.
이제 엠마오의 제자들은
말씀과 성찬 안에서 주님을 체험한
사실을 다른 제자들에게 증거하고
선포한다.
그렇다면 부활 후의 우리들의 엠마오는
부활하신 주님을 인격적으로 체험하고
나누고 선포하고 증거하는 것을 말한다.
성삼일과 부활대축일에 만난 주님을
미사성제 안에서 함께 나누며
생활 속의 미사로 증거하는 것이
엠마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