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곳은 사막이다.
저녁 해거름에 노을과 더불어
아무 것도 없는 광야의 시나이 산과 같은
산을 한번 바라보고,
사제관 뜰의 성모상을 한 번 바라본다.
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적어도 20세이상 전쟁을 치룰 수 있는
결혼한 남자 60만명~그러니까
딸린 가족까지 하면 240만명 이상을,
아무것도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는 곳~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제대로 찾아
볼 수 없는 광야로 내몰아셨는가를
묵상해 본다.
그리고 십계명이 새겨진 두 돌판과
금항아리의 만나와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 맺은 아론의 감복숭아 나무가지를
모신 계약의 궤를 제일 선봉에 모시고,
아침 일찍 일어나 광야를 행군했는가?
천국을 상징하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가기 위해 건너야 했던 곳,
바로 그 요르단 강은 신약의 백성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죽음을 상징하는데,
그 요르단강을 사제들이 멘 계약의 궤로
말미암아 물이 갈라져,
순종과 감사의 백성들만이 여호수아의
인도로 건너가지 않았던가?
나는 영원으로부터 살아계시는
하느님의 말씀과 생명의 빵이시며,
영원한 대사제이신 예수님을 수태하신
계약의 궤이신 성모 마리아를,
왜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사도 요한을 통해,
교회의 어머니, 인류의 어머니로
신약의 백성인 우리에게 주셨는지를
깊이 묵상해 본다.
계약의 궤이신 어머니를 통해
광야와 요르단강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 길이 주님의 현존과 임재를 체험하고
천국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하고
안전하고 빠른 길이라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오늘도 사탄과 적대 관계인
어머니 성심께 봉헌하고,
어머니의 철저히 그리스도(하느님)
중심의 성덕을 본받으며,
어머니의 강력한 중재와 전구를
청하기 위해.
사막의 한복판에 앉아 시나이산을
닮은 사막의 산을 한번 쳐다보고
사제관 뜰의 계약의 궤이신
성모님을 한번 쳐다보면서,
삼천 오백년의 구약의 출애굽과
신약의 이 시대의 교회를 오고가며
묵주의 기도를 바치는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오늘 따라 내 눈에 비쳐지는 산을
넘는 붉은 저녁놀은,
성전에서 구원자 예수님을 만난
시메온과 안나 노인이 체험한 것 같은,
인생의 황혼의 성숙한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으로 다가오고,
영적으로는 구원의 확신을 보증해 주는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처럼 보인다.
참 행복한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