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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가리는 것은

작성자글라라120|작성시간24.02.22|조회수99 목록 댓글 1

                                              하느님을 가리는 것은

 

    새해가 되고 새 신부님이 오시더니 성당 제대 벽에 지난해에 걸었던

  ‘선교하는 사랑의 공동체’ 현수막이 내려지고 새 현수막이 걸렸다.

늘 제대를 향해 오른쪽에 앉는 내게는 천장에 달린 등 때문에 제목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희망을 향해... ...’까지 만 보여서 뒷말이 무엇일까 미사 시간 내내 궁금했다.

나름대로 상상도 해 보았지만 알맞은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미사가 끝나면 가까이 가서 보리라고 생각했지만 잠시 성체조배를 하는 사이에 잊어버렸다.

인간의 습관이란 묘한 것이어서 늘 같은 자리만 고집한다.

평일 미사에도 오른쪽 늘 앉는 자리에 앉았다.

다시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고 ‘희망을 향해’ 다음이 궁금했다.

하지만 가서 확인하는 걸 미사만 끝나면 잊어버렸다.

 

  이번 주일에는 작년에 ‘성경 완독자’들은 11시 미사에 따로 앉으라고 했다.

주일 11시 미사에 갔더니 지정된 자리는 왼쪽 두 번째 줄이었다.

자리에 앉았더니 현수막의 글들이 전부 보였다.

제목 ‘희망을 향해’ 다음은 ‘함께 걸어가는 해’였다.

붙여서 읽어 보았다.‘희망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해.’ ‘희망’이라는 낱말에 마음이 꽂혔다.

새해가 되면 올해는 작년보다 나아지리라는 희망으로 한해를 살았다.

하지만 연말이 되면 그야말로 희망으로 끝나는 일이 많았다.

그래도 희망이 있고 바란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득 제목을 가렸던 전등에 대해서 생각했다.

전등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가리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범람하는 각종 미디어들이 아닐까?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는 이미 고전이 되었다.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다. 유튜브에는 온갖 것이 다 들어있다.

정치, 요리, 여행, 옛날이야기 등 맘만 먹으면 다 검색해서 볼 수 있다.

뿐 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하면서 듣고 볼 수도 있고 장소에 제약도 받지 않는다.

쌍방향 소통도 가능하다. 실시간으로 보지 않아도 되니 시간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

 

 

  어느 날인가는 잠시 쉴 겸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유튜브를 보다가

거기에 빠져서 성경 읽기, 책 읽기를 모두 다음 날로 넘긴 적도 있다.

어느 때는 정치 이야기를 시청하다가 각성 상태가 되어서 잠을 설친 적도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각성 상태가 되어서 잠이 안 올 때는 나른한 목소리의 성인들 이야기를 켜 놓고 잠이 들기도 한다.

 

  전등을 치울 수는 없지만 자리를 옮길 수는 있는 것처럼

범람하는 미디어를 끊고 살 수는 없지만 적절히 잘 조절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대화하는 시간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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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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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창수선화 | 작성시간 24.02.23 정치 관심가지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가림당했어요.ㅠ
    희망의 새해~주님과 함께하는 새해~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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