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이치를 알면 알수록 경외감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상은 너무도 오묘하여 우리 인간의 생각이나 과학으로도 규명되지 않아 모르는 것이 많지만,
사람의 두려움은 모르는 것에서 비롯되니 말이다.
우리가 어떤 직업을 택하거나 여행을 가는 경우를 예로 들더라도,
우리의 두려움은 모르는 것에 대한 불안감에서 출발한다.
아무리 힘든 직업일지라도 일머리를 완벽하게 알거나,
아무리 위험한 외국이라 할지라도 그 지역의 생리를 완벽히 꿰뚫고 있다면 두려움이 줄어든다.
세상의 나무들은 혹한의 겨울을 넘어 꽃샘추위라는 복병까지 다 물리치면서 꽃을 피웠고,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과 무시무시한 태풍을 이겨내고 열매를 맺었다.
그 과정에서 꽃을 떨구었고 아프게 맺은 열매마저 떨구어 보냈다.
그 모든 과정이 자연의 섭리요 숙명임을 알기에 나무는 미련 두지 않았고 아파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많은 세월을 넘어온 어느 해 가을, 해 저무는 서산을 보다가 왠지 모를 두려움에
잠시 돌아보는 것은 아마 산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이 되면 가끔 산 너머 미지의 세상에 대한 불안으로 잠을 설치기도 하지만,
저 떨어지는 낙엽들도 어디로 쓸려갈지 모르면서도 아름답게 물들인 것을 보면 익어가는
가을에는 아름답게 물들여야 할 것이다.
산 너머 알 수 없어도 가을에는 가을처럼 노을처럼 아름답게 물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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