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라면 한사발 거뜬히 하고 집안 일을 하다.
어린시절 1970년대 돈이 귀하던 시절에..
라면 한사발을 먹어 보는것은 행운 이었다.
농번기에 어른들 밤새 탈곡 하는데 도와주러.. 볏단이나 보리단 나를때..
밤참으로 얻어 먹어 보던 새참은 국수에 라면 두어다발 들어간
글자 그데로 라면 향기만 살짝 나는 것이었다.
시커먼 국수만 먹다가 꼬불꼬불한 라면에 고소한 맛은..
글자 그데로 환상적이었다.
이다음에 커서 성공하면 라면을 맘껏 먹어보는것이 소원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이 촌아즘마는 라면을 먹어도 즐겁게 먹는다.
어린시절 그렇게 소원이던 라면 먹는 꿈을 이루었으니까..
오늘은 하루를 충실히 자연과 함게 보내다.
닭오리들에게 신선한 물을 갈아주고 모이를 주다.
그리고 텃밭을 돌아 다니며 파릇한 풀을 뜯어서 토끼들에게 주다.
내가 바깥에 나타나면 오리들은 괙괙 고함 지르고..
토끼들도 일제히 망 쪽으로 몰려와서 귀를 쫑긋 거린다.
금순이 여섯 아가들은 가는곳 마다 졸졸 따라 다니며 발에 채이네.ㅋㅋ
쬐끄만 넘들이 벌써부터 안아달라 놀자고 한다.
오늘 여섯아가들 일차 예방주사를 놓았다.
가축 약국에서 주사기와 약을 사다가 직접 한다.
집안을 돌아 다니며 씨앗이 영글어 말라버린 해바라기들을 일제히 거두어 들이다.
호박과 수세미 그리고 말라서 간간히 눈에 뛰이는 마른 콩도 따다.
수세미나 호박은 토끼들 먹이로 사용한다.
풀 한바게스를 들고 토기장에 갔더니 얼룩이가 반가이 마중 나온다.
그리고 토끼들의 화목한 식사 시간이다.
토끼들의 생활을 지켜보면 참 재미있다.
간단한 풀 만으로도 그들은 그림같은 행복을 연출한다.
저멀리 들판에서 달음질 치던 금순이가 도깨비 열매를 털에 잔뜩 붙힌채로 달려온다.
마른 풀섶을 달음질 치다가 온몸에 도깨비풀 투성이다.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금순이 눈빛이 순박하다.
서늘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장독대에 앉아서 수확한 무우 채썰기를 하다.
무우 말랭이를 만들기 위하여 검은 망사를 깔고..
도마 놓고 칼로 무우를 절단하고 굵게 채썰기를 하다.
맑은 가을하늘 아래.. 도마위에 무우 써는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자연속에 있으면 무념무상에 자주 빠져든다.
그리고 한참 시간을 잊어 버린다.
도마위에 칼소리도 청아하게 들리는 한낮의 오후..
코끝에 이는 작은 바람 조차도 소중한 하루다.
집안 여기저기 일을 하다 보면 출출하고 목이 마르다.
손 닿는 곳에 주먹만한 주황색 단감이 눈에 들어 오길레..
세개를 따서 감나무 옆에 있는 원탁에 앉아서 먹다.
강아지가 감달라고 발밑으로 달려온다.
강아지 감꼭지 붙들고 좋아라 한다.
저멀리 넓게 펼쳐진 빈 들녁을 바라보다.
아스라히 먼 곳에 도로가 있고 차가 지나간다.
그리고 그곳에는 마을도 보이고 세상이 있다.
나는 앞뒤가 꽉 막힌 산속보다는 탁튀인 평야 지대를 더 좋아한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도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11.09 오늘은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자연과 놀았 습니다.
아침에 라면 한사발.. 오후에 감세개 먹고도 만족한 하루 였답니다.
자연과 함게 하면 시간을 잊어 버리고.. 배고픔도 욕망도 잊어 버립니다.
맑은 하늘의 구름처럼 마음은 가볍고 자유롭습니다.
세속의 번뇌도 바람속에 놓아 버리고 참 평화를 찾게 됩니다. -
작성자언제나소녀 작성시간 11.11.10 아! 한펀의 풍경화를 보는듯 합니다. 계시는곳이 어디메인지.... 제 꿈이 가까운 날 그렇게 살아보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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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도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11.11 여긴 충남 예산에요. 삼년전에 자연이 좋아서 귀촌 했습니다.
시골에 사니까 마음이 풍요롭고 좋으네요. -
작성자나무로즈마리 작성시간 11.11.11 행복한 여자 맞습니다. 자주자주 행복한 모습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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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도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11.11 감사해요. 님에게 사랑과 평화가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