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도 어렵고 어정쩡한 것이 부부간의 호칭이다.
아마 무촌 관계라서 그런가 보다.
촌수가 명확한 관계는 호칭도 확실하게
‘오빠, 누나, 삼촌, …’라고 부를 수 있는데 말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내에 대한 호칭도
‘자기야, 여보, ~엄마, ~할머니’등으로 변한다.
어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랴.
그러나 남편․아내라는 존재 자체는 변할 리가 없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그러나 정작 남편이 아내를 부르기
적당한 호칭은 어정쩡하다.
그때 제일 휘뚜루마뚜루 써 먹을 수 있는 호칭은
‘여기(요), 저기(요), 이봐!’이다.
그렇다고 요즘 젊은 부부처럼 ‘자기(야), 오빠’
이것 또한 아리송하고 늘그막에 주책바가지가
되기 십상이다.
조선시대 남편이 아내에게 쓴 한글 편지를 보면
‘자네 여의고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가 없어
빨리 자네에게 가려고 하니 나를 빨리 데려가 주소서.’
라고 구구절절 죽은 아내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토하고 있다.
남존여비(男尊女卑), 여필종부(女必從夫)가 지엄했다던
조선조에 부부간에 이인칭의 ‘자네’ 라든지 ‘하소서’체의
종결어미가 사용된 것을 본다.
이는 그때도 안으로는 양성평등 시대인 것을
엿볼 수가 있다.
이즈음 젊은 부부들은 연애할 때나
결혼해서난 그저 “오빠!”이다.
우리 외손녀는 제 애비를 “오빠!"라고 부르기도 한다.
집사람과 포도주 한 잔할 때,“자네,
한 잔 들게나.”하면 운치가 돋는 것
같기도 하다.
작금의 우리도 ‘여보, 당신, 자내, 하소’
등으로 하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까?
아직도 여필종부니 남존여비니 하는
구석기 시대에 살고 있다면 빨리 뜯어 고치시게나.
지금은 여존남비(女尊男卑) 에다
여성 상위 시대임을 잊지 마시게나.
“여보, 한 잔 드시게나!”
어찌 닭살이 솟기도 한다.
집사람은 남편인 나를 부를 때 “할아버지!” 라고 부른다.
영 마땅치 않아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해도 여전히 그 타령이다.
남편의 말은 시큰둥하지도 않는다.
점점 나는 종이호랑이 시대에 접안했음을 느끼게 된다.
전에는 버럭 소리를 지르면 하는 시늉이나 했지만
지금은 어느 집 개가 짖느냐는 꼴이다.
하면서 툭 던지는 말이 “당신, 늙으면 두고 봐요.”
“아, 옛날이여!”
이선희가 부른 그 노래가 다시 듣고 싶다.
- 文霞 鄭永仁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