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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필) 다섯 번 죽는다

작성자너나들이|작성시간24.03.01|조회수123 목록 댓글 3
(수필 : 2023-12-03)


다섯 번을 죽는다 >


정영인-






어느 글을 읽으니농익은 김치가 제 맛을 내려면 배추가 다섯 번을 죽어야 한다고 한다.
첫 번째 죽음은 배추가 배추밭에서 뽑히거나 칼로 도려질 때가 첫 번 째 죽음이라는 것이다두 번째 죽음은 통배추를 절이기 위해서 부엌칼로 허옇게 배를 가르는 것이라고 하고세 번째 죽음의 순간은 소금에 적당히 절여지는 순간이다네 번째 죽음은 매운 고춧가루와 짜디 짠 젓갈과 갖은 양념이 버무려진 속을 범벅으로 넣으면서 배추는 또 죽음을 맞이한다마지막 다서 번째 죽음은 김장독에 담겨져 땅에 묻혀야 비로소 긴긴 겨울을 제대로 된 김치 맛을 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 걸 보면 배추도 사람이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듯이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일생의 과정을 겪는다고 할 수 있다이렇게 배추는 다섯 번의 거룩한 죽음을 겪어야 김장김치가 되는 것이다.
김치가 여러 젓갈과 양념과 합하여 유산균에 의하여 발효되고 숙성되어야 다섯 번의 거룩한 죽음을 통하여 깊은 맛을 내고 푹 숙성된 김치가 되는 것이다.


어느 교수는 인간의 참된 삶도 풋내가 나는 겉절이가 아니라 농익은 김치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그러려면 두 가지 길이 있는 것 같다발효된 삶을 살 것이냐부패된 삶을 살 것이냐인간의 밀도 발효된 말이 있고부패된 말이 있다요즘 정치인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암컷어린 놈어린 새끼두 알 달린 남자 그들의 인생에는 메주나 누룩이나 엿기름 같은 발효 시키는 효소들이 전혀 없어 부패된 정치적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인간은 한 번 죽는데배추는 김치가 되기 위해 다섯 번 죽는다고 한다그런데 사람은 일생을 살면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겪기도 한다나도 죽을 고비를 열 번 넘겼다비 오는 날한 번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가 아닌 버스 앞으로 무당횡단을 하는 중이었다버스 앞을 바로 지나자 순식간에 차가 달려들었다아마 나와 한 5~10cm 남기고 획 지나갔다아차 하는 순간이었다아마 한 발만 더 내밀었어도 큰 사고가 날 것이 틀림없었다또 한 번은 다리 밑 블랙아이스에 미끄러져 뒤에 오는 트럭이 내가 탄 차의 조수석 앞 범퍼를 뜯어내고 지나갔다내가 탄 차는 360도 빙그르 돌아 경계석에 쳐 박혔다나는 그때 조수석에 타고 있었다우리는 병으로 사고로 아차한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배추는 1년을 살면서 다섯 번의 죽음을 맞이하는데수십 년을 사는 인간은 얼마나 많은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는지 모른다.




오늘도 나는 다섯 번을 죽은 김치를 먹는다나를 위해 배추는 다섯 번을 죽는다결국 김치는 사람 몸에 들어가 여섯 번 죽는 것이 아닌가?




사람은 누구를 위해 다섯 번을 죽을 수 있을까가끔 자기 신체를 남을 위해 제공하고 죽는 사람을 본다살신성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나의 친구 부부는 사후 시신 기증 서역을 했다고 한다참으로 아름다운 용기가 아닐 수 없다또 절친 중에 한 분은 자식에게 신장 하나를 떼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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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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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 작성시간 24.03.01
    다섯번 죽는다는 배추의 운명이 왠지 가슴에와 닫습니다.

    그렇게 다섯번이나 죽으니 우리 사람들이 좋아하나 봅니다.

    짧은 글을 통해 많은 것을 얻게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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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너나들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3.03 김치 원조 민족인 우리는 다섯 번 죽으면서 우리 입에 들어오는 김치의 살신성인을 생각케. 합니다.
    마치 명태처럼 모든 것을 인간에게 바치는 것처럼ᆢᆢ
  • 답댓글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 작성시간 24.03.03 너나들이 그래요.
    남을 위해 아니 타인을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말입니다.

    ㅎ.ㅎ.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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