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세족례
성삼일을 시작하는 성목요일, 오늘 주님 만찬 저녁 미사를 시작으로 우리는 긴 사순 시기를 끝내고, 부활시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죽음을 앞두고 눈물도 흐를 만 하지만.. 이제 비극적 운명의 만찬이 시작됩니다.
열두 제자들은 정성껏 식탁을 차렸습니다. 오늘밤 미사는 예수님께서 십자가 죽음을 당하시기 직전에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거행했던 그 사건을 기념합니다.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되자 예수님께서는 아쉬움과 서운함을 접습니다.
배신의 쓴 맛과 십자가의 고통을 미리 다 알고 계신 상태에서도 마지막 큰 사랑으로 다가서십니다.
당시 몸종들의 몫이었던 일,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시지요. 그것이 바로 세족례인것입니다 베드로는 거절합니다 예수께서 발을 씻어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참으로 무한한 예수님의 사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녕 바보 같은 예수님의 사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거절하고 싶을 때가 있다. 감히 내가 그러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거절을 한다.
사랑이란 꼭 주는 것만이 아닙니다. 사랑을 잘 받아들이는 것도 사랑입니다. 사랑할 수 있도록 사랑을 요청하는 것도 사랑이지요. 예수님께서는 이런 사랑을 해야 한다고 직접 보여주신 것입니다.
높은 자리에서 내려다보는 사랑이 아닌, 가장 낮은 자리에서 올려다보는 사랑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려다보는 사랑으로는 주변 사람의 아픔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만찬(晩餐)은 이별이 아니라 또 다른 만남의 시작입니다.
예수께서 준비하시는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건너감(過越 Pascha)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