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빵
펠리컨이라고 하는 새는 어미의 사랑이 지극하기로 유명합니다. 여느 동물들처럼 어미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입에 물어다 주는데, 새끼들은 덩치도 크지만 먹성도 좋아 웬만해서는 그 양이 잘 안 찹니다. 어미 새가 먹이를 구하러 멀리까지도 다녀오지만 먹이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새끼들은 어미 새만 쳐다보면서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치고 먹이를 달라고 떼를 씁니다. 안타까운 어미는 이제 마지막으로 자기의 가슴을 내어놓는다고 합니다. 새끼들은 정신없이 어미의 가슴을 파먹습니다. 어미가 쓰러지고 그의 깃털에는 붉은 피가 적셔져도 새끼들은 아무 생각 없이 주린 배를 채우는 데 열중합니다. 그리고 어미는 가슴을 뜯기는 고통을 참아가면서 죽어간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스스로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생명의 빵이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생명의 양식이 되시는 것은 십자가에서 귀한 피를 흘리심으로써 이루어 주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기적을 일으키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계셨고 얼마든지 돌을 빵으로 만드실 수도 있었습니다. 아니면 배고픈 사람이 하나도 없도록 세상을 바꾸실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내어 주신 것입니다. 돌로 만든 빵은 영원한 빵이 될 수 없습니다. 먹고 나서 얼마 후에 금새 허기를 느낄 수밖에 없고 썩어 없어질 유한한 빵입니다. 그러나 예수께서 십자가의 희생을 통해 내어주신 그 빵은 영원한 빵이며, 사랑의 빵입니다. 영혼과 사랑에 굶주린 우리들은 그것을 정신없이 먹습니다. 예수께서 당하신 고통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있는지…
많은 신자들이 감격적인 영성체를 합니다. 성체를 영하고 돌아오는 그 표정들은 세상 어느 곳에서 맛볼 수 없는 기쁨과 감격을 체험한 얼굴빛입니다. 어떤 분들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낙심과 실의에 빠진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줄 수 없는 용기를 얻기도 하고, 미움과 증오에 불타던 사람은 봄바람에 눈 녹들이 그 화를 가라앉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성체를 영하면서 내 몸 안에 예수님의 사랑을 담는다는 믿음으로 세상을 이기며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의 육신은 썩을지라도 내 안에 계신 예수님의 사랑은 영원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