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름의 자유
류지인 신부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에게,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하고 물으셨다.
‘어떻게 해야 형제들을 좋은 수도자로 양성할 수 있을까?’
막연히 던진 저의 질문에 선배 수사님께서 명료한 답변을 주셨습니다.
“가장 좋은 양성은 애초에 좋은 형제를 수도원에 받아들이는 것이지!”
변화의 가능성보다 준비된 가능성에 무게를 둔 말씀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수도생활의 시작부터 성소가 확실하고 그 응답이 분명한 형제에게서 가장 신뢰할 만한 성장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수도자 양성 단계별 담당 수사님께서 ‘다른 길이 더 좋지 않겠나요?’라는 질문으로 형제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배경이 십분 이해가 됩니다.
저 역시 이전 과정을 어렵사리 넘어온 형제들에게 “포기하려면 지금 하십시오.
무엇이든 형제들이 예상한 그 이상의 과정을 감당해야할 것입니다.” 하고 엄숙히 협박한 뒤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더없는 간절함으로 기도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주님, 저 형제들이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지켜주십시오.’
당신의 삶에 특별한 방법으로 이미 부르심을 받은 열두 제자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주어집니다.
동행하던 무리들이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릴 때 제자들의 마음에는 강렬한 혼돈이 휘몰아쳤을 것입니다.
흔들리는 마음에 결단을 재촉하시는 주님께서는 최종적인 답변을 기다리십니다.
그러나 단호함 속에 숨어 있는 주님의 애타는 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얘야, 세상 끝날까지 나와 함께 머물지 않으련?”
* “저리 가!” 하고 외쳤지만 꼭 붙잡고 싶은 마음이 ‘사랑’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