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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글

(수필) 콩국수

작성자너나들이|작성시간24.06.08|조회수130 목록 댓글 5

(수필 2024-6-1)

콩국수 >

-文霞 鄭永仁

 

 

집사람과 87번 버스를 타고 드림 파크 야생화단지를 산책하고 점심을 먹었다곰탕을 먹을 것인가콩국수를 먹을 것인가아니면 콩나물국밥을 먹을 것인가나는 나주곰탕을 먹자고 했고집사람은 콩국수를 먹자고 한다요즘 퇴직 남자가 여자의 말을 거슬리는 자가 어디 있겠는가칼국수 집에서 하는 검은콩 콩국수를 먹기로 했다그 집은 오래 전에 바지락칼국수를 먹었는데 별로라고 생각한 집이었다잘 되는지 그전보다는 식당을 더 늘렸다들어가니 입구에는 무슨 방송의 맛집으로 두 번이나 선정되었다는 홍보가 벽면을 뒤덮고 있었다.

우리는 검은콩 콩국수를 두 그릇 시켰다큼직한 얼음이 든 거무틱틱한 콩국수가 나왔다국물은 검은 콩을 삶아 갈은 것이라 무척 텁텁하고 껄쭉하였다면은 국수를 삶은 것이었다국수는 점점 불어서 한 그릇 잔뜩 되었다하여간에 나는 이런 텁텁한 콩국수를 제일 싫어한다억지 춘향 격으로 먹는 둥 마는 둥 하였다집사람도 마찬가지다차라리 냉모밀이나 따끈한 칼국수를 시킬 것을 그랬다고 투덜거린다그래도 식당 안은 손님으로 가득했으니 말이다다음부터는 이 집에 다시는 오지 말자고 또 다짐을 하였을 정도이다음식 맛은 절대적으로 개인 취향이 다분하다.

 

콩국수는 우리의 여름철의 식물성 보양식이라 할 수 있다어렸을 적에는 여름철 별미로 가끔 해 먹었다콩국수는 생각보다 손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바쁜 농촌에서는 자주 해 먹을 없었다.

우선 하얀 해콩을 준비해야 한다묵은 콩은 고소하지 못하다밀가루도 햇밀가루면 더욱 좋다우선 콩을 불려서 적당히 삶아야 한다그리고 맷돌로 곱게 갈아야 한다지금은 믹서기로 팍팍 갈지만 맷돌로 간 것과는 맛의 차이가 난다지금 음식점에서는 그냥 간 것을 쓰지만 고운 체를 겅그리개에 올려놓고 뽀오얀 콩물을 내려야 한다고운체 위에 남은 것은 비지가 되고.

다음에는 콩물에 넣을 면()을 만들어야 한다대개 삶기 쉽게 국수를 쓰지만 어머니는 칼국수를 만들어 삶아 썼다밀가루를 여러 치대고 반죽하여 방망이로 얇게 밀어 쫄깃쫄깃한 면을 만들어 삶아 놓았다어머니는 면이 고소하라고 밀가루 반죽에 볶을 콩가루를 조금 넣었다여기서 핵심은 면이 꼬들꼬들해야 한다는 것이다인천에 어느 칼국수 집이 있다손님이 가면 커다란 반죽더미를 손님 보고 밟으라고 한다그러면 면이 쫄깃쫄깃해진다는 것이다.

그 당시는 냉장고가 없었다우물물이 냉장고였다만들어 놓은 콩물은 우물물에 담가 놓았다그리곤 온 식구가 두레반상에 들어 앉아 시원한 콩국수를 먹었다어머니는 늘 콩물이나 면을 여유 있게 하였다그냥 콩물만 마셔도 끼니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손이 하는 일들은 기계가 대신하는 시대이다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손칼국수수제돈까스손뜨게질손두부손빨래 자가 들어간 제품들이 귀하게 대접 받는 시대이기도 하다하기야 붕어빵도 수제이긴 하지만. Hand-made가 대접 받는 세상이다.

 

독일 문호 괴테는 손은 밖으로 나온 뇌라고 했다우리 민족이 세계적으로 창의적인 이유 중에 하나가 젓가락질을 잘해서라는 것이다어느 학자는 우리 민족이 유달리 창의적인 이유를 서너 가지를 들고 있다첫째표음문자인 한글과 표의문자인 한자를 같이 써 왔다는 것둘째젓가락질을 잘한다는 것셋째온대기후에 산다는 것넷째동성동본 혼인 금지 시킨 것다섯 째벼농사를 지었다는 것쌀 미(米 八十八)자를 보면 쌀 환 통을 얻기 위해선 88번의 손이 갈 정도로 손을 써서 벼농사를 지어야 하는 것이다.

젓가락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집는다들어 올린다쪼갠다찍는다젓는다옮긴다판다뒤집는다자른다벗긴다섞는다감는다 휘젓는다 등의 다양한 기능의 역사적 경험은 이기적인 유전자로 변형을 시켰을 것이다누가 그랬다우리 민족은 손의 감각적인 기능이 발달하여 손을 쓰는 운동을 잘한다고탁구배드민턴배구농구골프핸드볼펜싱유도 등악기 연주특히 피아노 등.

유난히 손재주가 많은 한 친구가 있다그의 손을 거치면 맥가이버처럼 척척 완벽하게 해낸다나는 그 친구가 무척 부럽다스위치 하나 고장 나도 벌벌 거리는 나로 보아서는 안 그럴 수 없다오늘도 그 친구는 고장 난 것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궁리할 것이다친구는 젓가락만으로도 생선이나 고갈비를 요리조리 잘 발라 먹는다.

어찌 보면 문명은 문()과 손()의 의해서 발전되는 것이 아닌지아무리 인공지능의 시대라곤 하지만 기초는

글과 손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그런 걸 보면 손은 바깥으로 나온 뇌이고젓가락은 손에서 나온 제3의 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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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Lee MY | 작성시간 24.06.08 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이니 영양 이 좋아요
  • 답댓글 작성자너나들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8 콩국수 먹는 계절입니다.
    잡수시고 건강하세요.
  •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 작성시간 24.06.08 그렇습니다.

    손은 바깥으로 나온 뇌이고, 젓가락은 손에서 나온 제3의 뇌입니다.

    일상의 얘기를 구수하게 잘 표현하셨습니다.

    아, 손칼국수 먹고 싶어 집니다.

    오늘 저녁엔 옆지기에게 부탁해 볼랍니다.

    ㅎ.ㅎ.
    오늘도 건강하십시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너나들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9 더구나 바지락이 흉년이라 수입산이 많다고 합니다.
    칼국수 값도 계속 올라가니 ᆢᆢ
    손을 자주 쓰던 우리 민족의 창의적 사고를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박종해 스테파노 | 작성시간 24.06.09 너나들이 고맙습니다.

    올라봐야 주머니 밑이겠죠.
    ㅎ.ㅎ.

    오늘도 강건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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