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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글

(수필) 결혼을 졸업하다 / 문하 정영인

작성자너나들이|작성시간16.05.24|조회수104 목록 댓글 2

(수필) 2016-05-18

 

< 결혼을 졸업하다 >

문하 정영인

 

내가 아는 몇 사람이 퇴직해서 남편만 귀촌생활을 하고 있다. 늘그막에는 정작 부부가 같이 내려가 귀농생활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저 한 달에 한두 번 남편이 올라오거나 부인이 내려간다. 주말부부가 아니라 월말부부처럼 지낸다.

어렸을 적부터 시골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몸 박혀 농촌생활하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나이가 든 여자인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일종의 견우직녀 같은 만남의 생활이다. 부부도 나이가 들면 연인보다는 친구 같이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늙으면 애정(愛情)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우정(友情)으로 산다고 하지 않던가. 긴 세월을 같이 걸어 온 길벗이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정()이 무엇이기에 그저 늙음의 부부생활은 무덤덤한 경우가 많다. 거기다가 나이가 먹을수록 생체적으로 여자가 남성 기운이 많아지면서 더욱 그렇기도 하다. 옛사람들은 늙으면 부부의 존재는 등 긁어 주는 재미로 산다고 했다.

지금 일본에서는 황혼이혼에 이어 졸혼(卒婚)’이 늘고 있다고 한다. 졸혼이란 말 그대로 결혼을 졸업하는 것이다. 2004년에 소츠콘을 권함의 저자 스기야마 유미코는 기존의 결혼형태를 졸업하고, 자기에 맞는 새 라이프 스타일로 바꾸는 것이라고 졸혼(卒婚 )을 정의 한다. 서로 떨어져 살면서 한 달에 두어 번 만나 식사나 한다는 것이다.

마치 늙은 부부가 각방을 쓰거나 각 집에 사는 것인가 보다.

우리나라 어떤 언론인은 지방으로 귀촌하면서 해혼(解婚)을 했다고 한다. 이혼(離婚)은 하지 않으면서 서로 부부 각자의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이리라.

흔히 말하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해로(偕老)한다는 관념에서 졸혼, 해혼, 이혼 등 다양한 부부관계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아마 예전처럼 백년해로(百年偕老)라는 얽매이는 결혼생활도 백세세대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그런 문제가 의미있게 다가오고 있다.

결국 졸혼이나 헤혼은 이혼과 다르게 늙으면 우정으로 살아간다는 말이 진리인 듯하다. 서양의 격언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는 우정(友情)이라는 배다(The best beautiful ship is friendship)' 라고 하지 않던가!

결혼해서 부부로 84년을 해로한 미국의 장수부부의 비결을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배우자를 변화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바꿀 수도 없을뿐더러 그럴 수도 있다고 기대하지도 마라.“ 그러니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것이다.

 

집사람에게 졸혼(卒婚)에 대해서 물어보니 금시초문이다. 설명을 해주니 뜨악한 표정이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우리도 졸혼을 생각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내가 미쳤어요? 졸혼을 하게!”

말인즉은, 자기가 아팠을 때 두 달여를 남편인 내가 모든 수발을 들어주고, 지금도 힘든 일는 남편이 다해서 주어서 이렇게 편한데 왜 졸혼을 하느냐는 요지다. 그러면서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남편을 부리기 위해서라도 졸혼 절대 반대인 것이다.

 

결국 사람은 혼자 태어나 혼자 가는 것이 인생의 수순이 아닌가 한다. 졸혼은 그 수순을 미리 당기는 지혜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인생 후반부에서 이뤄보지 못한 자기만의 꿈을 이뤄보거나 꿈 꿔보는 것도 괜찮을 성싶은데, 집사람은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말란다.

졸혼을 꿈꿔 보는 나에게 한술 더 뜬다. 이젠 우리도 금혼식(金婚式)이 몇 년 안 남았으니 회혼식(回婚式)까지 살까?

꿈도 야무지다, 아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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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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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마이클 | 작성시간 16.05.24 글로는 그렇게 뵈지 않았는데..금혼식 이라뇨?
    젊은 글을 애용하시기 때문인가 봅니다.
  • 답댓글 작성자너나들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5.25 @@@ "나이야 가라 ! "
    요즘 유행하는 말인가 봅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가 한국의 나이든 사람의
    귀와 목소리를 흔들더니, "백세인생"이 뒤를 이었습니다. 미국이든 캐나다든
    '나이야가라' 폭포를 본적은 없지만 다 요즘 가다 붙이는 관행인가 봅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 외치다 허리 삐끗한 사람에, '백세인셍' 외치지만 신은
    데려갈 놈은 다 데려 갑니다. 여름이 푸르게 다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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