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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글

(수필 꽃 중의 꽃 / 문하 정영인

작성자너나들이|작성시간16.08.08|조회수102 목록 댓글 0

(수필) 2016-06-14

 

< 꽃 중의 꽃 >

문하 정영인

 

꽃 중의 꽃은 무엇일까?

고전적으로 말하면 노래에도 있듯이 꽃 중의 꽃 무궁화 꽃, 삼천만의 가슴에~” 무궁화꽃일까?

요양원 한글반 할머니들한테 물으니, 어느 할머니가 꽃 중에 꽃은 인꽃이죠.”라고 한다. 사람꽃이란다. 백번 지당한 말씀인지 모르겠만, 요즘 사람꽃들이 하는 짓을 보면 그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얼마나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들이 지천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건 아주 전래적인 이야기이지만 꽃 중의 꽃은 목화꽃과 소금꽃과 웃음꽃이 아닌지 모르겠다.

목화꽃은 어느 임금이 왕비 뽑을 때 낸 시험 문제를 떠나서, 인류를 얼어 죽지 않게 한 꽃은 목화꽃이다. 하기야 목화꽃은 참으로 볼품없다. 내남없이 어려웠던 시절에는 목화꽃이 지면 달착지근한 목화다래 따 먹느라 이빨까지 녹색물이 물들었다. 그 추운 겨울을 솜바지 저고리나 이불이 없었다면 어떻게 났을까 생각을 해본다.

 

염부들은 소금꽃이 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햇볕 좋은 날에 햇볕에 졸이고 조린 진한 소금물이 소금 결정으로 엉겨 붙을 때를 소금꽃이 핀다고 한다. 이것 또한 자연의 신비가 아닐 수 없다. 마치 하늘의 둥둥 떠 있는 하얀 뭉게구름이 지상으로 잠깐 나들이 왔다가 소금밭에 붙잡힌 꼴이 아닌지. 소금꽃이 말한다. 꽃 중에 꽃은 나인거야! 음식에 간이 없으면 뭔 맛인겨? 그래서 세상사 간 보는 일이 그리 쉽지만 않다. 부부가 되기 전에 맞선으로 간을 보아야 하고,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선 면접으로 간을 본다. 이 사람이 소금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면서. 우리 아버지는 첫째 맛선으로 간 보기에 어머니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3년 후에 맞선을 봤는데 그 아버지에 그 어머니이라 연분이려니 하고 혼인을 하셨단다. 다시 간 본 덕이다.

염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뙤약볕보다 갑자가 쏟아지는 소낙비 같은 것이라 한다. 비가 쏟아지면 오밤중이라 해도 후다닥 뛰어나가 소금꽃을 살리기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바짝 졸여진 소금물을 가두는 일이라 한다. 그들은 그것을 비몰이또는 비설거지라고 한다. 아마 비설거지라는 말은 거기에서 나온 말인 아닌가 한다. 누가 그랬다. 소금을 만드는 일은 하늘이 내리는 농사라고 하지 않던가.

 

어렸을 적, 부지깽이라도 심부름을 시켜야 할 정도로 바쁠 때,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지면 어머니는 비설거지에 1인 몇 역을 해야만 하셨다. 마당에 넌 멍석을 덮으랴, 빨랫줄의 빨래 거두랴, 장독대에 열어 놓은 간장, 고추장독 뚜껑 닫으랴. 등에는 갓난아기 들쳐 업고 세로 뛰고 가로 뛰셨다. 거기다가 점심밥라도 지으시면 아궁이 밖으로 기어 나오는 불들 부지깽이로 다독거리랴. 조선의 여인네들은 철인 오종경기 선수 같았다. 게다가 시어미니 잔소리까지 삭히랴. 일하는 일꾼들의 새참까지 겹치면 말도 아니었다. 어머니의 적삼은 비와 땀에 절어서 후줄근해졌다. 그래도 틈을 타 배고파 칭얼거리는 새끼에게 퉁퉁 분 젖을 먹이셨으니. 그리고 햇볕이 나면 또 역으로 바빠지셨다. 나중에는 얼굴이나 팔에 땀이 말라 소금기가 버석거리셨다. 소금꽃이 따로 있겠는가. 그게 다 사람꽃이고 소금꽃이고 목화꽃이다.

 

내가 그렇게 자랐다. 그러니 어머니가 안 고마울 수가 있겠는가?

 

그런 중에서도 보통 칠팔 남매를 낳아 키우셨으니, 지금은 둘도 힘드니 하나만을 거쳐 아예 낳지도 않으니, 세월은 그렇게 변해만 간다. 내가 아는 어떤 어머니 중에 이런 분이 계시다. 10남매를 낳아 깔착없이 키우셨다. 이 어머니는 애기가 나올 때쯤 되면 남편 보고 짚 한 뭇 추려 방에 깔라고 하셨다. 그리고선 문 꼭 잠가 걸고 혼자서 낳고, 혼자서 태 자르고 하셨단다. 10남매를 그렇게 오롯이 키우셨단다.

그리고 가장 듣기 좋고 보기 좋은 꽃은 웃음꽃이 아닌가 한다. 웃음꽃이 피는 가운데는 행복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암세포 킬러 백혈구인 NK(Natural Killer)세포를 증가 시키는 방법에는 웃음, , 명상, 스킨쉽이라고 한다. 또 웃음은 만병의 치유사이기도 하다. 누가 그랬다. 웃으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서 웃는다고.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 일전에 비교 전시된 한국과 일본의 반가사유상의 오묘한 웃음은 최고의 웃음이라고 어느 세계적인 철학자는 말했다. 그러니 집안의 꽃은 웃음꽃이다.

 

아마 목화꽃, 소금꽃, 웃음꽃이 제대로 필 때 사람꽃도 제대로 피지 않을까 한다.

그러고 보니, 목화꽃, 소금꽃, 웃음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복인 의식주(衣食住) 꽃이다. 그 기본이 서야 사람꽃이 제대로 행복하게 필 것이다. 그게 소확행(小確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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