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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멋진 글

천국에서 들은 말

작성자2천사|작성시간23.01.12|조회수136 목록 댓글 0

30여 년 앞서 여느 날과 다름없이 학교 갔다가 오는 길에 횡단보도를 걸어가다가 억울하게 차에 치여 죽었다. 남다른 부모님의 간호와 현명한 처치에 저 위에 계신 하느님도 감동하셨던지라 기적적으로 55일 만에 환생(還生)하였다.

내가 죽었을 때 하늘 나라에서 거기가 물이었는지, 뭍이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하느님이 내게 하신 말씀만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가라, 가라, 니는 아직 올 때 아이다

라고 사투리까지 곁들이셨다. 아마도 내가 당시에 사투리를 곧잘 쓰는 개구쟁이 소녀라서 그랬을 터이다.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는 생명을 받았다면, 그만이 할 수 있는 아니,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가보다.

다행스럽게도 하늘이 분부한 그 일을 다하지 못한 나는 하늘 나라에 올라갔으나 쫓겨나고 말았다.

나의 이런 삶은 애인에게 차 산 걸 자랑하고 싶어 운전면허증을 딴지 일 주일 만에 과속에다 신호 위반까지 하며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여중생의 삶을 뭉개버린 초보 운전자 때문이었다.

학교에 죽도록 가고 싶어 가고 싶어 복학을 어렵게 했다. 어머니와 같이 학교에 다녔다. 당연히 나에게는 학업보다는 몸이 중요했다. 그랬기에 다른 친구들은 공부만 하면 되었지만 나는 그게 아니었다. 학업(공부)과 치료와 운동 삼박자를 매일 해야 했다.

 

 

어느 날은 너무 힘들어서 어머니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어머니! 친구들은 공부만 하면 되잖아, 나는 왜 학교 공부도 하고 치료도 받아야 되구, 운동도 해야 되냐구요? 너무 힘들어 죽겠어요.”

지금 와 생각해보니, 나는 당사자니 당연히 해야 하지만, 어머니는 자신의 생활 다 접고 어머니라는 그 끈끈한 천륜 때문에 같이 했었다. 여기서 한 번 더 느낀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강하다

공원에서 산책하다 보면 엄마와 손잡고 걸으러 나온 네댓 살 먹은 꼬맹이들이 내 뒤에서 엄마에게 말을 건넨다.

엄마! 저기 이모는 발을 옆으로 휙휙 차며 걸어. 이상해.”

내 한 쪽 다리는 무릎을 굽히지 못하고 옆으로 휙휙 차며 걷는다. 그래서 부축을 하더라도 내 왼쪽에는 서지를 못한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내 왼쪽에서 부축을 했다가는 바지가 흙 투성이가 된다.

얘기하기 쑥스럽지만, 중학교 복학해서는 똥을 싸버린 웃슬픈 이력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몸이 자유롭지 못하니 그런 실수도 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느님께 왜 내가 찍혔을까?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게 내버려두지 말이다.

그렇다면 부족하기 짝이 없는 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진정 무엇일까. 글을 짓는 재주를 나에게 주셔서 작가가 되도록 만드신 것도 다 하느님의 계획이요, 뜻일 게다. 지금은 거저 글 꺼적거리는 정도 밖에 못 된다. 그러나 노력을 이기는 건 없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오뚝이 정신으로 많이 생각하고 쓰고 읽어준다면 부족한 나라고 감동적인 글을 쓰지 말라는 법도 없을 터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일이 나를 위한 일이 아니라 저 위에 계신 하느님이 분부하신 일임을 마음에 담고 아무리 더워도 정진할 지어다.

 

하이! 근데 덥긴 진짜 마이 덥긴 덥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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