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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니다

5-3=2 2+2=4 4+4=8 -이지민-

작성자2천사|작성시간22.08.09|조회수87 목록 댓글 4

 

흐르는 콧물이 고드름이 되어버릴 듯 한파가 절정이다. 밖으로 나가기가 겁이 난다. 꼼짝달싹하기가 싫다. 목욕탕에나 가서 뜨끈한 물에 온찜질이나 하자며 집을 나섰다. 거리에 걸어다니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나만 춥다고 야단을 떤 게 아니구나 싶었다.

추워서 목욕탕에 가서 찜질이나 하자고 마음 먹은 사람이 많았던지 널따란 목욕탕이 꽉 찼다.

이벤트탕 언저리 온돌방에 얼굴에 오이를 붙인 할머니가 누워계셨다. 그 옆에 한 명이 더 누울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할머니의 물통과 지압 방석이 놓여 있었다.

‘내가 누우려고 미리 점찍었건만, 에이 헐, 뺏겼네!’

하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포기’는 김장 할 때 배추 셀 때나 하는 거라며 포기하지 않고 할머니에게 말해보았다.

“할매! 저도 좀 누웠으면 하는데 옆에 물통 좀 치워주시면 안 될까용?”

한 번 말해서는 어르신들은 잘 모르기에 연거푸 목청 높여 말했다. 들은 체도 않았다. 처음에는 어르신이니 그럴 수 있다고 나를 다그쳤다. 진짜로 ‘저 할마시가 두 귀가 먹었나’ 하며 짜증이 났다. 속으로 욕이 아닌 욕을 해대면서 할머니를 막 비꼬았다.

‘치! 할매면서 오이를 붙여 마사지 한다고 호박이 양파라도 된다냐, 꿈깨 셩, 할미!’

5분 여 지났을까. 할머니의 딸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와서 보청기를 건네었다. 순간 나는 큰 죄를 지은 듯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속으로 사죄했다.

‘어머나, 미안해요. 할머니. 평화를 빕니다!’

사정은 이러했다. 할머니가 귀가 어두워 보청기를 쓰시는데, 딸이 가지고 있던 중에 온돌방에 좀 누우러 왔던 것이었다. 그러니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들을 수가 없었다. 내가 안경을 끼지 않으면 ‘장님’이 되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나는 그것을 몰랐으니 ‘야박한 할매’라고 오해했던 것이었다.

사실 연세가 지긋하신 아버지도 귀가 어두워 연거푸 큰소리로 말해야 하기에 귀가 어두운 어르신들을 대하면 여사로 보이지 않았다.

‘5-3=2, 2+2=4, 4+4=8’ 서너 살 먹은 꼬맹이들도 다 아는 수식이다. 그러나 이게 그냥 일반적인 수식이 아니다.

“‘오해’에서 세 걸음 물러나면 ‘이해’가 된다, 그 이해와 이해가 모여서 ‘사랑’이 된다, 그렇게 사랑을 하면 ‘팔자’조차도 조옿게 바뀐다는 말”이다.

오늘 내가 목욕탕에서 겪은 일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오로지 나의 상황만을 고집한 채 남을 바라볼 뿐이었으니 내 속에서는 좋지 않은 마음만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할머니의 입장을 한 번 더 챙기고 배려했다면 서로 이해하여 ‘하하호호’ 웃을 수 있었는데다가 나에겐 할머니가, 할머니에겐 손녀가 새로 나올 수 있었을 터인데…….

버스는 떠나갔다.

하지만 오늘 일을 계기로 이해하고 이해하여 사랑스런 삶을 일구는데 한 표 던져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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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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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박종해 | 작성시간 22.08.09 으잉, 웬 한파!
    아뭏던 고맙습니다.

    한파 얘기하다보니 더위가 확 줄었네요,
    ㅎ.ㅎ.

    오늘도 건강하십시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서크리스티나 | 작성시간 22.08.09 잘 쓰시네요~감동입니다~
  • 작성자비안나 | 작성시간 22.08.09 상대편입장이면은 모든 것을 이해가 되고
    싸울 이유가 없지요.....즐거운 오후되세요
  • 작성자김민환 | 작성시간 23.11.30 살다보면 그보다 더한 실수를 하고 삽니다.
    나는 건망증 때문에 실수를 달고 살아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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