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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엣대주교님묵상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다리(사순 제3주일)

작성자빠다킹신부|작성시간17.03.19|조회수227 목록 댓글 2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다리(사순 제3주일)


복음 요한 4,5-12

그때에 5 예수님께서는 야곱이 자기 아들 요셉에게 준 땅에서 가까운 시카르라는 사마리아의 한 고을에 이르셨다. 6 그곳에는 야곱의 우물이 있었다. 길을 걷느라 지치신 예수님께서는 그 우물가에 앉으셨다. 때는 정오 무렵이었다.
7 마침 사마리아 여자 하나가 물을 길으러 왔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하고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8 제자들은 먹을 것을 사러 고을에 가 있었다.
9 사마리아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은 어떻게 유다 사람이시면서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마실 물을 청하십니까?” 사실 유다인들은 사마리아인들과 상종하지 않았다.
10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대답하셨다. “네가 하느님의 선물을 알고 또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하고 너에게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네가 그에게 청하고 그는 너에게 생수를 주었을 것이다.”
11 그러자 그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두레박도 가지고 계시지 않고 우물도 깊은데, 어디에서 그 생수를 마련하시렵니까? 12 선생님이 저희 조상 야곱보다 더 훌륭한 분이시라는 말씀입니까? 그분께서 저희에게 이 우물을 주셨습니다. 그분은 물론 그분의 자녀들과 가축들도 이 우물물을 마셨습니다.”
13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이르셨다.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14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15 그러자 그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목마르지도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이리 나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16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가서 네 남편을 불러 이리 함께 오너라.” 하고 말씀하셨다.
17 그 여자가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 한 것은 맞는 말이다.
18 너는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지만 지금 함께 사는 남자도 남편이 아니니, 너는 바른대로 말하였다.”
19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이제 보니 선생님은 예언자시군요. 20 저희 조상들은 이 산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네는 예배를 드려야 하는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고 말합니다.”
21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아, 내 말을 믿어라. 너희가 이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닌 곳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22 너희는 알지도 못하는 분께 예배를 드리지만, 우리는 우리가 아는 분께 예배를 드린다. 구원은 유다인들에게서 오기 때문이다. 23 그러나 진실한 예배자들이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사실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이들을 찾으신다. 24 하느님은 영이시다. 그러므로 그분께 예배를 드리는 이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
25 그 여자가 예수님께, “저는 그리스도라고도 하는 메시아께서 오신다는 것을 압니다. 그분께서 오시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려 주시겠지요.” 하였다. 26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말하고 있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27 바로 그때에 제자들이 돌아와 예수님께서 여자와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러나 아무도 “무엇을 찾고 계십니까?”, 또는 “저 여자와 무슨 이야기를 하십니까?” 하고 묻지 않았다. 28 그 여자는 물동이를 버려두고 고을로 가서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29 “제가 한 일을 모두 알아맞힌 사람이 있습니다. 와서 보십시오. 그분이 그리스도가 아니실까요?” 30 그리하여 그들이 고을에서 나와 예수님께 모여 왔다.
31 그러는 동안 제자들은 예수님께 “스승님, 잡수십시오.” 하고 권하였다.
32 그러나 예수님께서 “나에게는 너희가 모르는 먹을 양식이 있다.” 하시자, 33 제자들은 서로 “누가 스승님께 잡수실 것을 갖다 드리기라도 하였다는 말인가?” 하고 말하였다.
34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 35 너희는 ‘아직도 넉 달이 지나야 수확 때가 온다.’ 하고 말하지 않느냐? 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눈을 들어 저 밭들을 보아라. 곡식이 다 익어 수확 때가 되었다. 이미 36 수확하는 이가 삯을 받고, 영원한 생명에 들어갈 알곡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그리하여 씨 뿌리는 이도 수확하는 이와 함께 기뻐하게 되었다. 37 과연 ‘씨 뿌리는 이가 다르고 수확하는 이가 다르다.’는 말이 옳다. 38 나는 너희가 애쓰지 않은 것을 수확하라고 너희를 보냈다. 사실 수고는 다른 이들이 하였는데, 너희가 그 수고의 열매를 거두는 것이다.”>
39 그 고을에 사는 많은 사마리아인들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그 여자가 “저분은 제가 한 일을 모두 알아맞혔습니다.” 하고 증언하는 말을 하였기 때문이다.> 40 이 사마리아인들이 예수님께 와서 자기들과 함께 머무르시기를 청하자, 그분께서는 거기에서 이틀을 머무르셨다. 41 그리하여 더 많은 사람이 그분의 말씀을 듣고 믿게 되었다. 42 그들이 그 여자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믿는 것은 이제 당신이 한 말 때문이 아니오. 우리가 직접 듣고 이분께서 참으로 세상의 구원자이심을 알게 되었소.”



베트남 남부에 있는 띠엔 쟝과 빈롱 두 마을은 띠엔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었지만 다리가 없어 아주 오래 동안 왕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미투언 다리가 생기면서부터 두 마을은 서로 왕래를 하기 시작했고 이제 한 마을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인간 세계와 영의 세계도 이렇듯 멀고도 가까운 강의 저편에 사는 사람들과 같지 않을까요? 인간이 하느님께 돌아가려면 강을 이어주는 다리가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 모든 민족과 신앙을 가로막는 장벽과도 같은 거대한 강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셨습니다. 그 분께서는 세상 모든 차별과 편견을 뛰어넘어 하느님께 다가갈 수 있는 다리이시며 주님의 말씀은 바로 인간의 삶을 영혼의 삶으로 인도해 주시는 다리입니다.

우물 옆에서 예수님을 만나 한 여인은 예수님을 마치 더러운 유대인을 대하듯 경멸의 눈빛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녀의 눈에 예수님은 그저 피곤에 지치고 목이 말라 먹을 것을 달라는 유대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자신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우물을 가지고 있기에 교만하였습니다. 옛날부터 셈족사람들은 물을 얻는다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삭막한 사막에서 물이 있는 곳이 바로 생명이 있는 곳이며, 초목이 자라고 가축을 돌볼 수 있는 풀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즉 물을 차지하는 민족만이 풍요를 누릴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그처럼 귀한 우물과 물을 길을 두레박, 그리고 가족과 가르디움 산 위에 견고하게 세운 성전도 있었기에 더 이상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허상은 예수님으로 인해 무너져 버렸습니다. 자신의 절대적 가치였던 우물이 영혼을 위한 생수가 아니라 더러운 우물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의 가족은 한시적인 가정이고 하늘나라에 영원한 가족이 있음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벽돌로 견고하게 지었지만 주님이 계시지 않는 성전은 영혼이 없는 위선의 성전이라는 것을 알게 하셨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교만했던 그녀는 이제 빈손뿐인 초라하고 나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찮은 겉치레를 벗어버리자 벌거벗겨진 자신을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안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마음 깊은 곳에서 믿음과 희망이 솟구치기 시작했습니다.

살기 위해 꼭 움켜쥐고 있던 그것들이 바로 영원한 생명의 근원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던 장애물이었습니다. 강을 막고 있던 돌들을 하나씩 걷어내자 강물은 다시 세차게 용트림하며 흘러갔습니다.

그렇습니다. 안락하고 편안함을 주는 터전들이 바로 나를 가두는 감옥일지도 모릅니다. 낡고 딱딱한 껍질을 벗어버린 애벌레는 찬란한 날개를 달고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자유를 얻습니다. 재물과 욕망, 영혼이 없는 믿음이 장막이 되어 그리스도의 빛을 가로막습니다.

오늘 복음을 되새겨봅시다. 장막으로 눈을 가린 그녀는 바로 앞에 계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갈증을 달래기 위해 물을 달라는 유대 남자로만 보았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유다 사람이시면서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마실 물을 청하십니까?”(요한 4,9)

그러한 그녀에게 예수님의 말씀은 칼날이 되어 그녀의 눈을 가린 장막을 벗겨주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가장 먼저 장막을 찢어 앞에 있는 사람을 보게 하였습니다.

“선생님이 저희 조상 야곱보다 더 훌륭한 분이시라는 말씀입니까?”(요한 4,12)

그 다음 장막을 산산조각 내어버리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이제 보니 선생님은 예언자시군요”(요한 4,19)

마지막 칼날이 남은 장막의 마지막 조각을 떨어뜨리자 자기 앞에 계신 분이 바로 구세주이신 예수님인 것을 알아보고 믿게 된 그녀는 믿음이 솟구치어 물동이를 버린 채 고을로 가서 이 사실을 전했습니다. 그토록 소중한 물동이였건만 더 이상 필요 없어지자 그 존재가치조차 잊어버렸습니다. 아니 물동이만 버린 것이 아니라 물동이와 함께 우물과 남편, 허울뿐인 성전까지 모두 버렸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말씀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허상 뿐인 삶을 찢고 조각 내었습니다. 세상의 보물이라고 생각하는 우물은 짧은 이세상의 삶의 조각들일 뿐입니다. 믿음의 샘물에서만이 하늘나라의 보물을 얻을 수 있는 새 생명의 싹을 피울 수 있습니다.

예수님 말씀은 길을 밝혀주는 등불입니다. 등불을 얻은 그녀는 확실하고 희망찬 새 삶을 행해 걷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영혼의 세계로 건너가는 다리입니다. 이제 물동이가 없어도 하늘나라의 영원한 샘물을 얻을 수 있기에 그녀는 세상을 연결해 줬던 낡은 물동이를 버렸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진정한 사랑을 만날 수 있기에 그녀는 짧은 이 세상의 인연들을 버렸습니다. 진리와 영만이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는 다리라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허울뿐인 성전인 세상의 다리를 버렸습니다. 깨달음을 얻고 과감하게 모든 장애를 버린 그녀는 마치 날개를 얻은 독수리처럼 어느 것에도 억매이지 않고 높은 하늘을 마음껏 날게 되었습니다.

앤소니 드 멜로 신부님의 독수리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길을 지나다 독수리 알을 발견한 어떤 사람이 그 알을 주어다 집 뒤뜰 닭장에 갖다 놓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을 까고 나온 독수리새끼는 다른 병아리들처럼 어미 닭을 쫓아다니고 땅을 쪼아 벌레를 잡아먹고, 꼬끼오 소리를 내며 병아리처럼 살았습니다.

어느 날 독수리는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창공을 거침없이 날고 있는 위풍당당한 거대한 새를 발견했습니다. 늙은 독수리는 이웃 수탉에게 물었습니다.

“저렇게 멋있게 나는 저 분은 누구지?”

“저분은 하늘 높이 계신 독수리님이야. 우리같이 땅에 사는 닭들과는 차원이 다른 분이니 꿈도 꾸지 말라고.”

그 말을 들은 독수리는 죽을 때까지 스스로 닭이라고 여기다 죽고 말았습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양 날개를 묶었던 세상의 가치들을 잘라버리자 독수리처럼 높은 하늘을 맘껏 날 수 있는 날개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습니까? 아직도 날지 못하는 닭인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가까이 보이는 강 저편을 건너지 못하고 이쪽에서만 머물고 있지는 않습니까?

여자는 모든 것을 버렸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가져가려고 움켜쥐고 있습니다. 아직도 속세의 꿈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재산과 욕망은 믿음의 강물을 가로막는 무덤입니다. 위선과 환상, 외형적인 믿음은 우리의 내면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장막입니다. 장막이 드리워진 눈으로는 주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주님, 주님의 말씀이 저의 진실을 가리우고 있는 장막을 찍어 주는 칼날이 되게 하여주소서. 주님의 말씀이 세상의 안위와 위선적인 믿음의 장막을 찢어주시는 칼날이 되어 주님을 볼 수 있게 도와 주소서. 주님의 말씀이 저를 가두고 있는 무덤을 무너뜨리고 믿음의 강물이 흘러 내리도록 하여주소서. 저의 모든 장막을 거둬 주시어 진정한 행복을 위한 사랑이 피어나게 하여 주소서. 아멘

함께 묵상해 봅시다.

1.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영과 진리를 깨우쳐 주셨습니다. 주님께서 하신 선교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2. 예수님께서는 물질적 부족함이 없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영혼의 부족함을 깨우쳐주셨고 이것은 곧 그녀의 삶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영적인 삶을 얻을 수 있는 참회의 은총을 받았습니까?

3. 예수님께서는 바로 은혜의 강, 행복의 원천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까?

4. 발전하는 세상을 쫓아가다 보니 삶은 더욱 더 고되고 혼란스럽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나의 영혼이 진정으로 갈망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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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오늘희망 | 작성시간 17.03.19 감사합니다!
  • 작성자아낄래요 | 작성시간 17.03.20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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