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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엣대주교님묵상

세상의 밀알(사순 제5주일)

작성자빠다킹신부|작성시간18.03.18|조회수208 목록 댓글 0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세상의 밀알(사순 제5주일)


복음 요한 12,20-30

20 축제 때에 예배를 드리러 올라온 이들 가운데 그리스 사람도 몇 명 있었다. 21 그들은 갈릴래아의 벳사이다 출신 필립보에게 다가가, “선생님, 예수님을 뵙고 싶습니다.” 하고 청하였다. 22 필립보가 안드레아에게 가서 말하고 안드레아와 필립보가 예수님께 가서 말씀드리자, 23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가 왔다. 24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25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26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27 “이제 제 마음이 산란합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합니까? ‘아버지, 이때를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할까요? 그러나 저는 바로 이때를 위하여 온 것입니다. 28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십시오.”
그러자 하늘에서 “나는 이미 그것을 영광스럽게 하였고 또다시 영광스럽게 하겠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29 그곳에 서 있다가 이 소리를 들은 군중은 천둥이 울렸다고 하였다. 그러나 “천사가 저분에게 말하였다.” 하는 이들도 있었다. 30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 그 소리는 내가 아니라 너희를 위하여 내린 것이다. 31 이제 이 세상은 심판을 받는다. 이제 이 세상의 우두머리가 밖으로 쫓겨날 것이다. 32 나는 땅에서 들어 올려지면 모든 사람을 나에게 이끌어 들일 것이다.”
33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으로, 당신께서 어떻게 죽임을 당하실 것인지 가리키신 것이다.



비옥한 땅 위에 밀알 두개가 나란히 앉아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첫째 밀알이 자신의 간절한 소망을 이야기합니다. “나는 단단한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서 반드시 새싹으로 태어날거야. 그리고 따뜻한 봄이 오면 여린 새싹을 흔들며 행복한 봄을 맞이하고 싶어. 뿌리는 비록 아직 시린 땅속에 있지만 온 얼굴로 땅위의 따뜻한 봄햇살을 느끼고 상큼한 이슬 방울을 나의 어린 잎사귀 위에 간직하고 싶어.” 그 후 꿈을 간직한 밀알은 푸르른 잎으로 자랐습니다. 옆의 밀알이 중얼거렸습니다. “나는 너무나 두려워. 만일 깊은 땅속에 뿌리를 내린다면 깜깜한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을거야. 그리고 그 깊은 땅 속에서 태어난 새싹이 땅위로 나오려면 많은 상처를 입을거야. 또 땅위로 나온다고 해도 어린 잎만 노리고 있는 애벌레들에게 금방 먹혀버리고 말거야. 그래도 참고 예쁜 꽃을 피우면 개구장이 아이들이 와서 마구 나를 꺽어버릴거야. 난 너무나 무서워. 그래서 더 안전할 때가 올 때 까지 여기서 기다릴거야” 그 밀알은 땅속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계속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던 암탉이 때를 기다리고 있는 밀알을 발견했습니다. 암탉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 밀알을 얼른 삼켜버리고 말았습니다.

씨앗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 반드시 썩어 없어져야 하는 것이 씨앗의 운명입니다. 많은 수확을 얻고자한다면 파종시기에 아낌없이 씨앗을 뿌려야합니다. 신선한 야채를 식탁에 올리려면 텃발에 많은 씨앗을 뿌려야 할 것입니다. 창고에 아무리 많은 씨앗이 있다고 해도 그 씨앗이 야채나 곡식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땅 위에 뿌려진 씨앗 또한 그렇습니다. 씨앗이 땅속 깊이 묻혀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고 썩을때만이 싹이 트고 나무가 되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씨앗은 썩어 없어져야만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삶과 같습니다. 섞어 없어진다는 것은 자신을 희생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입니다. 농부가 많은 수확을 거두고자 한다면 새벽 일찍 밭에 나가 하루 종일 궂은 비와 햇빛을 맞으며 열심히 일할 때만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섞어 없어진다는 것은 자신에게 익숙한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고통을 의미합니다. 태아가 하나의 생명으로 태어나려면 그 동안 영양분을 주었던 안전하고 편안한 어머니 자궁을 벗어나야하고 어린 아이는 학교라는 사회에 발을 들여놓기위해서 부모님을 떠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게 됩니다. 이처럼 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포기로 점철된 긴 사슬과 같습니다. 포기한다는 것은 고통이 따릅니다. 그러나 그러한 고통을 통해 성장할 수 있고 나의 가족과 사회가 같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것을 포기함으로써 인생은 더욱 풍요롭고 아름다워지며 의미있는 삶이 될 것입니다.

씨앗은 썩어 없어져야만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영적인 삶과 같습니다. 영적인 죽음이란 자신의 죄로 인해 죽는 것이고, 자신의 의지를 버리는 것입니다.

죄를 위해 죽는다는것은 주님의 율법에 어긋나는 욕망을 단절한다는 것이며, 죄의 나락으로 유혹하는 이웃과 사물, 장소로부터 격리되고자하는 결심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유혹하는 사람들과 물건, 쾌락의 장소들은 언제나 우리곁에 밀착되어있고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익숙하고 친근한 것과의 단절은 살이 잘려나가듯 많은 고통이 따릅니다. 그리고 단절을 통한 손실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현재의 "실"을 받아들인다면 미래에는 반드시 "득"이 될 것입니다. 그 "실"을 통해 "영원한 참 행복”을 얻을 것입니다.

영적 삶은 주님과의 일치가 이루어질때만이 가능합니다. 자신의 의지를 포기하고 주님의 뜻을 따를 때만이 주님과의 일치를 이룰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지를 포기하기 위해서는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해야합니다. 겟세마니 언덕에서의 예수님을 보십시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의 뜻을 포기하고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자신과의 처절한 투쟁과 피를 흘리시며 언덕을 오르셨습니다. 우리도 주님과 같은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을 통해 주님의 사랑하는 자녀로 거듭 태어날 수 있습니다. 고통이 없이는 어떤 결과도 얻을 수 없습니다. 주님의 뜻을 따를 때만이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지를 포기하고 주님을 향해 갈 때만이 주님을 만날 수 있고 주님과의 일치를 이룰 수 있습니다.

바오로 성인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주님을 얻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버려야합니다. 가장 고귀한 가치를 위해 평범한 것들을 버려야 합니다. 하늘 나라의 영원한 행복을 위해 이 세상의 일시적인 행복을 버려야 합니다.

주님, 황금빛 벌판을 보며 이러한 풍성한 수확을 위해 썩어 없어진 밀알의 고통을 떠올리지는 못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이런 아름다운 세상을 주기위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죽음의 고통을 견뎌냈는 지 알지 못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해 한알의 밀알처럼 죽어갔는 지 알 지 못합니다. 그분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이렇게 많은 열매를 얻고 있습니다. 주님, 우리가 이제는 그 한알의 밀알이 되게 하여주소서. 주님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가장 선한 것을 선택하는 지혜를 주소서. 그 선을 위해 한알의 밀알처럼 썩어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고서. 지금 현재의 안위가 아니라 하늘나라의 참 행복을 위해 영적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나만을 위한 좁고 비틀어진 자아를 벗어나 주님과 이웃을 위한 포용의 자아를 지니게 하여주소서. 이러한 영적 죽음을 통하여 새생명의 신비를 일깨우게 하여주소서. 아멘

함께 묵상해 봅시다.

1. 인간은 포기를 통해 성장하고 그 과정에는 고통이 따릅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 어떤 것을 포기할 때 가장 고통스러웠습니까?

2. 씨앗은 스스로 썩어 없어져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삶과 비교할 때 어떻습니까? 이것은 우리의 영적 삶에 어떤 의미입니까?

4. 예수님께서는 스스로 한알의 밀알이 되셨습니다. 나는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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