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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엣대주교님묵상

형제에게 나를 먼저 보여주십시오(그리스도왕 대축일)

작성자빠다킹신부|작성시간18.11.25|조회수169 목록 댓글 0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형제에게 나를 먼저 보여주십시오(그리스도왕 대축일)


복음 요한 18,33ㄴ-37

그때에 빌라도가 예수님께 33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하고 물었다.
34 예수님께서는 “그것은 네 생각으로 하는 말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하여 너에게 말해 준 것이냐?” 하고 되물으셨다.
35 “나야 유다인이 아니잖소? 당신의 동족과 수석 사제들이 당신을 나에게 넘긴 것이오. 당신은 무슨 일을 저질렀소?” 하고 빌라도가 다시 물었다. 36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37 빌라도가 “아무튼 당신이 임금이라는 말 아니오?”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옛날 어느 평화로운 나라 판시카에 두 왕자가 태어났습니다. 용감하고 정의로우며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왕자들은 온 백성으로부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편 이웃 나라 패롯왕은 판시카왕을 시기하고 증오하여 파멸시킬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중 판시카왕이 두 왕자를 얻자 그의 증오는 극에 달했습니다. 왕자들의 용모가 출중하고 용감하기까지 한데 비해 하나뿐인 자신의 아들은 너무나 모자랐기 때문입니다. 두 왕자를 죽이기로 결심한 그는 왕자들이 자주 사냥을 하는 길목에 관군을 매복시켜 동생인 파람왕자를 먼저 사로 잡았습니다. 동생의 실종소식을 들은 형은 급한 마음에 혼자 동생을 찾으러 숲으로 갔고 그 곳에 매복한 관군에 의해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왕자들은 서로 다른 암흑 같은 감옥에 갇혔고 바로 옆 방에 누가 갇혔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매년 패롯왕의 생일에는 포로들이 사나운 맹수들과 혈투를 벌이는 경기가 벌어집니다. 그러나 올해는 맹수대신 포로 두 명이 사자 가면을 쓰고 격투를 벌여 상대를 죽인 자는 석방을 해준다고 공약을 걸었습니다. 사자 가면을 쓴 건장한 두 명의 포로가 경기장에 등장하자 관중들은 환호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자 두 사람은 마치 서로에게 악을 품은 맹수들처럼 치열한 싸움을 벌였습니다. 싸움이 격렬해질수록 관중들의 환호는 땅을 진동했습니다. 한 시간 이상 격투가 지속되었지만 어느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둘 다 모두 지쳤지만 이 싸움에 이겨야만 살아날 수 있는 절대 절명의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을 죽여야만 자유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팽팽한 대립이 끝나고 한 사람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완전한 승자가 되기 위해 상대의 가슴에 비수를 꽂으려는 순간 패배자의 얼굴에서 사자가면이 떨어지고 칼을 꽂으려던 그는 경악했습니다. 그 동안 그렇게 우애 깊던 친 형제가 이토록 잔인하게 서로를 죽이려고 격투를 벌인 것입니다. 그 또한 자신의 가면을 벗고 동생을 끌어안고 울부짖었습니다.

서로 죽여야만 했던 상대가 그리 애타도록 그리워했던 형 아우라는 것에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팠고 그들이 흘리는 피눈물은 서로의 상처에 스며들어 다시금 형제를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피눈물을 흘린 채 서로를 껴안았습니다. 이를 보는 수 천명의 관중 또한 너무나 놀라 경기장은 오랜 침묵이 흘렀습니다.

사랑은 증오를 이기는 가장 큰 무기입니다.

비록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이야기라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기금 우리가 사는 인류 공동체에서도 여전히 일어나는 가슴 아픈 비극인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이러한 뼈 아픈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나는 악랄한 패롯왕이 씌운 사자탈을 쓰고 있지는 않은 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만인(萬人)은 만인의 적(敵)- homo homini lupus’이라고 하는 것은 형제를 형제로 인식하지 못하기에 일어나는 우매한 일들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적으로 규명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불이익과 불행을 간과하고 있는 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평화를 구축하려는 사람들과 국제기구만으로는 세상의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세상의 평화를 이루는 유일한 방법은 무기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와 같은 형제라는 것을 알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일을 하기 위해 세상에 오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빌라도 앞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진리는 하느님은 인류를 사랑하시는 우리의 아버지이시며 모든 인류가 그분의 자녀이며 형제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면을 벗어 서로를 드러내 보여줘야 알 수 있습니다. 가면 뒤에 감추고 있는 사람의 진실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그가 진실로 나의 형제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나부터 가면을 벗어 나를 드러내 보여주십시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군중들의 사나운 증오와 멸시, 야유를 받는 치욕의 순간을 통해 ‘주님은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 세상에 내려오신 하느님 사랑의 현신이십니다. 사랑으로 이 땅에 내려오신 그분께서는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의 고귀하고 무한한 사랑입니다.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증오로 불타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군중에 둘러 쌓여, 앞날을 가늠할 수 없는 참혹한 죽음의 순간에도 그분께서는 여전히 인류를 사랑하셨고 “사랑은 증오를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증오는 슬픔과 파멸을 가져다 주지만, 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악을 물리치셨고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신 최초의 분이십니다. 당신의 승리로 당신의 나라, 하늘 나라를 우리에게 열어주셨습니다. 진리를 앎으로써 나의 마음 속에 자라고 있는 거짓을 모두 뽑아버려야 합니다. 거짓이 없는 진정한 삶, 주님의 길을 따르는 삶을 살아간다면 지금 이 세상이 천국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님, 저희를 당신의 시민으로 받아주소서. 진리와 생명이 넘치는 세상, 정의와 사랑이 영원히 마르지 않은 세상에 살게 하여주소서. 아멘

함께 묵상해 봅시다.

1. 상대에게 나를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그가 먼저 보여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까?

2. 사랑과 증오 중 승리를 위한 무기입니까?

3. 사랑이 무기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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