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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엣대주교님묵상

첫날(주님 부활 대축일)

작성자빠다킹신부|작성시간19.04.22|조회수155 목록 댓글 2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첫 날(주님 부활 대축일)


복음 요한 20,1-9

1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2 그래서 그 여자는 시몬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서 말하였다.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3 베드로와 다른 제자는 밖으로 나와 무덤으로 갔다. 4 두 사람이 함께 달렸는데,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5 그는 몸을 굽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기는 하였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6 시몬 베드로가 뒤따라와서 무덤으로 들어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7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은 아마포와 함께 놓여 있지 않고, 따로 한곳에 개켜져 있었다. 8 그제야 무덤에 먼저 다다른 다른 제자도 들어갔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
9 사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날, 그날은 유대인들의 풍습으로 안식일이 시작되는 첫째 날입니다. 이 날은 인간이 창조되기 이전 세상, 이 세상 역사의 첫날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당시 우주는 무질서함과 암울함, 우매함으로 가득 찬 세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수면 위로 나타나시자 빛과 어둠이 구분되고, 산과 언덕이 솟아오르고, 바다는 파도를 일으키는 등 비로소 우주의 틀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세상의 첫날, 우주를 창조하신 주님의 날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으로 믿음과 희망이 사라진 제자들은 겉잡을 수 없는 혼란과 절망에 휩싸였습니다. 절망과 불신, 두려움이 뒤섞인 참담한 슬픔, 세상 혼자 떨어진 것 같은 외로움으로 그들은 끝없는 나락에 떨어지고 자신의 모습조차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두려워 자꾸만 어둠에 숨어들었습니다.

그런 암울한 어둠에 이 세상 모든 것을 밝히시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의심했던 토마스는 갑자기 믿음이 넘쳐 나 부드러워졌고, 힘들고 지쳐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던 엠마우스의 두 제자도 예수님의 부활로 다시 밤을 지새며 갈 수 있는 열정적인 힘을 얻었습니다. 슬픔과 탄식으로 눈물 흘리던 막달레나는 미소를 지으며 탄성을 지었습니다. 배신의 죄를 짓고 참회의 나락으로 떨어지던 베드로도 자비의 위안을 받았습니다. 나약함으로 스승을 속였던 요한도 부활하신 스승을 만나자 기쁨이 넘쳤습니다. 혼란과 절망에 빠져있던 제자들은 절망과 위선, 나약함의 덫에서 빠져 나와 평온함을 찾았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죽음으로 혼란과 절망으로 가득 찼던 세상은 예수님의 부활로 다시 질서를 찾고 모든 것이 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숨을 거두신 후 제자들은 죽은 영혼과 다름없었습니다. 스승께서 돌무덤에 묻히셨을 때 절망과 의심, 슬픔, 고통으로 스승과 같이 자신들의 영혼도 묻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무덤 속에 갇힌 그들의 영혼을 부활하도록 절망과 나약함, 위선, 고통의 무덤을 헐어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 모든 영혼을 부활시켜주셨습니다. 우리의 영혼은 예수님께서 죽음을 맞이하셨던 날 그들의 영혼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일상의 번뇌와, 고통, 의심, 실패와 절망들은 우리 스스로를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꽉 막힌 무덤과 같은 죽음의 세계에 묻어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무덤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영혼의 무덤에서 벗어나려면 그리스도의 부활을 만나야만 합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만났을 때부터 사도들의 영혼은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들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가까이하면서 다시 먹고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스승과 제자가 따뜻한 불가에 둘러앉아 생선과 빵을 굽는 모습보다 더 흐뭇한 모습이 어디 있겠습니까? 가난하지만 소박한 밥상을 서로 나누며 앉아있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보다 더 따뜻한 모습이 어디 있겠습니까? 상쾌한 아침의 맑은 호수보다 더 예쁜 경치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물으셨습니다.

“너는 스승을 사랑하느냐?”

사랑으로 이루어진 만남은 사람들의 영혼을 삶의 원천인 사랑과 희망으로 살게 합니다. 사도들은 은총과 행복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첫 날, 주님 부활의 은총으로 새로운 삶이 시작된 날입니다.

미사 중에 주님의 부활을 만납니다. 그리고 성사 중에도, 기도 중에도 주님을 만납니다. 또한 불구가 된 형제를 만날 때, 어려움을 겪는 형제에게 마음과 물질을 나눌 때 주님을 만납니다. 이 만남들은 다시 영혼을 태어나게 합니다. 주님께서는 나의 몸과 행복한 가정을 주시고, 우리의 교회를 생명이 가득한 생활로 이끌어 주시어 희망과 사랑, 평화가 넘쳐흐르는 새 삶을 주실 것입니다.

오늘 주님을 따르는 형제 자매들이 세례를 받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이 형제 자매들의 죄를 씻어주시고 그들의 영혼을 맑게 하시어 주님 자녀로서의 새로운 삶을 주실 것입니다. 이로써 그들은 새로운 영혼의 삶이 시작되는 첫날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와 같이 그리스도의 가족이 된 것을 기쁘게 맞이하며 축하합니다.

부활절을 맞이하여 주님의 은총과 기쁨이 사랑하는 모든 형제 자매 여러분에게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함께 묵상해 봅시다.

1. 의심과 절망, 고통, 실패는 우리를 서서히 죽게 합니다. 지금 나에게 닥친 죽음은 어떤 것입니까?

2. 부활절을 맞아 주님과 함께 새롭게 살고자 하지만 나의 영혼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3. 그리스도의 부활을 만나는 것은 삶을 새롭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부활절에 그리스도의 부활을 만나기 위하여 무엇을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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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빠다킹신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4.22 죄송합니다. 늦게 올렸네요... 깜빡 잊었습니다.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19.04.23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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