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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엣대주교님묵상

2015년 11월 15일 연중 제33주일

작성자빠다킹신부|작성시간15.11.15|조회수197 목록 댓글 6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하나의 밀알로 살아가는 길


복음 마르 13,24-32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4 “그 무렵 큰 환난에 뒤이어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내지 않으며, 25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은 흔들릴 것이다. 26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27 그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
28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그 비유를 깨달아라. 어느덧 가지가 부드러워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된다. 29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사람의 아들이 문 가까이 온 줄 알아라.
30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31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32 그러나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



나는 로마에 갈 때마다 지하묘지를 방문합니다. 로마 교외에 있는 카타콤은 묘지의 지하 밑에 굴을 파고 통로를 만든 동굴로 그 길이는 수 킬로, 깊이는 지하 3-4층까지 깊습니다. 땅 속 깊은 곳에서부터 스며드는 차디 찬 공기와 무덤으로부터 전해지는 서늘하며 으슬으슬한 공기는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오싹하게 합니다.

그 옛날 초기 교회의 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깊은 곳에서 믿음을 지키기 위해 하루 하루를 죽음과 투쟁하며 살았습니다. 죽음이란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대를 초월하여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기 위해 시시 탐탐 노리고 있는 불변의 진리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순리적인 죽음이 아니라 나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공포는 극에 달할 것입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잔인한 박해를 피해 지하 깊은 동굴 속에서 주검과 함께 3세기 동안이나 숨어 지내야 했습니다. 아마 바오로와 베드로 성인께서도 이곳 어디엔가 계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세상의 온갖 권력을 가진 제국로마의 왕들이 자신들의 왕권을 노리는 사람들도 아닌, 자기 자신조차 방어할 어떤 무기도 갖지 못한 가난하고 나약한 사람들을 소멸하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는 것입니다. 그 권력자들은 300년이 넘는 긴 시간을 그리스도인들을 근절하기 위해 모든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그 세월 동안 왕들도 죽고, 많은 그리스도인들도 순교하셨습니다.

이곳을 지나며 주님의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요한 12,24)”

초기 교회의 씨앗은 이렇듯 지하 3, 4층이나 되는 깊은 땅 속에 묻혀있었습니다. 믿음의 씨앗은 이렇듯 300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깊은 땅속에 묻혀있었습니다. 그 깊은 땅 속에서 사도들과 순교자들은 섞고 부패해 갔습니다. 그러나 순교하신 분들은 영원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분들은 깊은 땅 속에서 거름이 되어 새싹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풍요로운 수확을 주셨습니다. 그 분들의 희생과 거름으로 더욱 굳건한 그리스도 교회가 세워진 것입니다.

오늘은 베트남 교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로마제국이 멸망하고 수백 년이 흐른 후, 17세기에 베트남에 복음이 전파되었습니다. 그러나 로마의 왕들과 같이 베트남의 왕들 역시 그리스도인을 박해하기 시작했고 잔인한 박해는 300년이나 이어졌습니다.

그들은 회유와 협박, 잔인한 고문과 형벌로 믿음을 지키는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그리스도인 가족을 한 명씩 뿔뿔이 이교도 집안에 보내 이교도들로부터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박해를 했습니다. 뜨거운 인두로 볼에 “이교, 사교(邪敎)”라는 글씨를 새기고 다니도록 했습니다.

신자들은 박해를 피해 오로지 믿음의 불빛을 지키기 위해 밀림 숲으로 들어갔지만 그 곳 역시 자연림의 맹독이 서려 있는 물을 마시고 많은 신자들이 죽어갔습니다. 붙잡힌 사람은 죽을 때까지 옥살이를 하고, 잔인하게 참수를 당하고, 네 마리의 말에 팔 다리를 묶인 채 능지처참을 당하고 심지어는 산 사람을 코끼리 발에 밟혀 죽는 형벌까지 내렸습니다. 그러나 가장 잔인한 것은 살아 있는 사람이 숨이 멎을 때까지 망나니가 그 사람의 살을 한 점 한 점 도려내며 죽이는 형벌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잔인한 박해에도 그분들은 자신의 믿음을 지켰습니다.

로마제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에서도300여년 동안 박해가 이어졌으며 10만 여명이 순교하셨습니다. 하느님께 생명을 바친 10만여 순교자들의 피가 이 땅에 묻히고 거름이 되어 교회의 나무가 싹이 트고 자라나 이제 6백만 여명의 신자가 있는 반석 위에 세워진 굳건한 교회로 성장하였습니다.

초기교회 로마 지하동굴에 묻힌 그리스도의 씨앗이 이곳 베트남에 까지 퍼졌습니다. 베트남 순교자분들의 죽음은 이 땅에 거름이 되어 씨앗이 새싹을 틔우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된 것입니다.

다시 한번 주님의 말씀을 되새깁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요한 12,24)”

교회 역사를 돌아보면 볼수록 주님의 말씀을 믿게 됩니다.

비록 지금 나의 믿음이 흔들리고 점점 사라져 갈지라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든 굴욕과 고난의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신 예수님과 같이 주님의 자녀들은 십자가 길 외에 어느 길도 갈 수 없습니다. 끝내 십자가위에서 고통의 죽음을 당하신 예수님과 같이 주님의 자녀들은 십자가 길 외에 어느 길도 갈 수 없습니다.

우리의 선조들이 오늘과 같은 견고한 교회를 세우시기 위해 그 많은 고통과 고난을 겪으신 그분들처럼, 우리가 처한 지금의 고통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주님을 위해 고통과 어려움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리고 그 시련과 고난을 통해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효성스러움을 지닐 수 있다면, 주님께서는 언젠가는 반드시 우리에게도 우리의 능력으로 이룰 수 없을 만큼 풍성한 수확을 주실 것입니다.

모든 순교성인과 순교자 분들께 기도 드립니다.

저희가 숭고한 순교정신을 본받아 어떤 환경 속에서도 주님만을 믿고 의탁할 수 있는 진실된 믿음을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멘





베트남 써끼엔 성당 외부 모습


베트남 ‘써끼엔 순교센터’의 순교박물관에 있는 박해시대 ‘이교, 사교(邪敎)’ 라는 문신을 한 그리스도인의 얼굴 모습.

함께 묵상해 봅시다.

1. 이 땅에 교회가 생긴 후 3세기 동안 수 많은 박해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교회는 여전히 전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2. 한국과 베트남에 복음이 전파된 후 받은 수 많은 박해를 되돌아 보십시오

3. 주님에 대한 믿음이 발전하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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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신베드로 | 작성시간 15.11.15 신부님 감사합니다. 아-멘!
  • 작성자아스피린 | 작성시간 15.11.15 이십년도전에로마지하무덤카타콤베에 들어갔을때의생각이떠오릅니다
    지금이라면 ~경건하게들어가고기도할수있었을텐데~~
    신부님~감사합니다~아멘|
  • 작성자강민주(요안나) | 작성시간 15.11.15 아멘~~ 묵상해봅니다,
  • 작성자아름다운 | 작성시간 15.11.16 순교자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묵상.
    영원한도움의 성모수도회 3회 카페로 옮겨 가겠습니다.^^
  • 작성자임꺽정 | 작성시간 15.11.19 찬ㅁ미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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