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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2년 9월 24일 연중 제25주간 토요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2.09.24|조회수330 목록 댓글 9

▥ 제1독서

<코헬렛의 말씀 11,9―12,8>


9 젊은이야,

네 젊은 시절에 즐기고 젊음의 날에 네 마음이 너를 기쁘게 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네 마음이 원하는 길을 걷고 네 눈이 이끄는 대로 가거라.
다만 이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께서 너를 심판으로 부르심을 알아라.
10 네 마음에서 근심을 떨쳐 버리고 네 몸에서 고통을 흘려 버려라.
젊음도 청춘도 허무일 뿐이다.
12,1 젊음의 날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불행의 날들이 닥치기 전에.
“이런 시절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아.” 하고 네가 말할 때가 오기 전에.
2 해와 빛,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고 비 온 뒤 구름이 다시 몰려오기 전에 그분을 기억하여라.
3 그때 집을 지키는 자들은 흐느적거리고 힘센 사내들은 등이 굽는다.
맷돌 가는 여종들은 수가 줄어 손을 놓고 창문으로 내다보던 여인들은 생기를 잃는다.
4 길로 난 맞미닫이문은 닫히고, 맷돌 소리는 줄어든다.
새들이 지저귀는 시간에 일어나지만 노랫소리는 모두 희미해진다.
5 오르막을 두려워하게 되고 길에서도 무서움이 앞선다.
편도나무는 꽃이 한창이고 메뚜기는 살이 오르며 참양각초는 싹을 터뜨리는데 인간은 자기의 영원한 집으로 가야만 하고 거리에는 조객들이 돌아다닌다.
6 은사슬이 끊어지고 금 그릇이 깨어지며 샘에서 물동이가 부서지고 우물에서 도르래가 깨어지기 전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7 먼지는 전에 있던 흙으로 되돌아가고 목숨은 그것을 주신 하느님께로 되돌아간다.
8 허무로다, 허무!

코헬렛이 말한다.

모든 것이 허무로다!

 

 

✠ 복음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9,43ㄴ-45>


그때에

43 사람들이 다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을 보고 놀라워하는데,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44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들어라.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45 그러나 제자들은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그 말씀에 관하여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다.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예수님께서 거룩한 변모를 이루신 다음, 산에서 내려와 더러운 영에 들린 아이를 고치시자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을 보고 놀라워합니다.

그런데 정작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수난을 예고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루카 9,44)

 

그러나 제자들은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루카 9,45 참조)

이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믿음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말씀은 믿음의 순명과 사랑의 마음이 아니고서는 따를 수가 없나 봅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합니다.

“하느님이 너에게 바라시는 것은 말이 아니라 마음이다.”

 

성경을 읽다 보면, 때로는 성경본문이 아무 말씀도 안 할 때도 있고, 전혀 알아들을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불투명한 말이나 난해할 때도 있습니다.

곧 말씀이 뜻을 감추고 침묵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말씀의 침묵은 우리의 대화가 단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으로도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며, 바로 그것을 통하여 성경 본문에 철저히 복종해야 함을 깨우쳐주기도 합니다.

또한 성경을 읽는 동안 그분을 기다리도록 도와주고, 우리 힘만으로는 이해할 수도 기도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우쳐주며, 우리를 훨씬 능가하는 분 앞에 서 있다는 의식과 함께 사랑의 자세를 깨우쳐주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말씀을 알아듣지 못한 채로도 사랑의 마음, 순명과 믿음으로 응답하고 따르도록 인도합니다.

그래서 오리게네스는 알아듣기 어려운 성경본문을 접근할 때, 중요한 것은 신앙이라고 이렇게 강조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믿으십시오.

그러면 그대가 장애라고 여겼던 대목들이 실로 크고 거룩한 유익이 됨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필로칼리아)

 

또한 사막의 마카리오는 역시 믿음으로 먼저 실행할 것을 강조합니다.

“여러분은 이해할 수 있는 분량에 만족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도록 애쓰시오.

그리하면 이해되지 않은 채 남아 있던 바가 여러분의 영에 밝히 드러날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들은 말씀을 비록 알아듣지 못한다 하더라도, 알아듣지 못한 채로 말씀하신 분에 대한 믿음으로 살라는 말씀입니다.

곧 신비를 살라는 말씀입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인생은 풀어야 하는 숙제가 아니라, 살아야 할 신비이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성으로 이해하는 바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신비를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곧 삶은 풀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당신께 오라고 주어진 선물입니다.

그러기에, 말씀, 혹은 삶은 품고 살아야 하는 선물이요, 그것을 통하여 그것을 주신 분을 만나야 하는 신비라 할 수 있습니다.

 

이토록 우리가 참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은 바로 그분과의 만남의 신비를 사는 일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죽음으로서 만나게 되는 신비를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사람의 아들이 사람의 손에 넘겨져 죽음으로써 되살아나셨듯이, 오늘 우리도 형제들의 손에 넘겨져 죽음으로써 되살아나는 부활의 신비의 삶을 살아야 할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 · 샘 기도>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루카 9,45)

 

주님!

믿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 이해하지 못해도 신비를 살아가게 하소서.

죽음에 넘겨져 되살아나는 부활의 신비를 살게 하소서.

죽어 사라져 되살아나는 사랑의 신비를 살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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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이기창 | 작성시간 22.09.24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2.09.24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예은 루치아 | 작성시간 22.09.24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아낄래요 | 작성시간 22.09.24 감사합니다.~
    주말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2.09.24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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