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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2년 10월 4일 화요일 ·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2.10.04|조회수170 목록 댓글 5

▥ 제1독서

<사도 바오로의 갈라티아서 말씀 1,13-24>


형제 여러분,

13 내가 한때 유다교에 있을 적에 나의 행실이 어떠하였는지 여러분은 이미 들었습니다.
나는 하느님의 교회를 몹시 박해하며 아예 없애 버리려고 하였습니다.
14 유다교를 신봉하는 일에서도 동족인 내 또래의 많은 사람들보다 앞서 있었고, 내 조상들의 전통을 지키는 일에도 훨씬 더 열심이었습니다.
15 그러나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나를 따로 뽑으시어 당신의 은총으로 부르신 하느님께서 기꺼이 마음을 정하시어,
16 내가 당신의 아드님을 다른 민족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그분을 내 안에 계시해 주셨습니다.
그때에 나는 어떠한 사람과도 바로 상의하지 않았습니다.
17 나보다 먼저 사도가 된 이들을 찾아 예루살렘에 올라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아라비아로 갔다가 다시 다마스쿠스로 돌아갔습니다.
18 그러고 나서 삼 년 뒤에 나는 케파를 만나려고 예루살렘에 올라가, 보름 동안 그와 함께 지냈습니다.
19 그러나 다른 사도는 아무도 만나 보지 않았습니다.
주님의 형제 야고보만 보았을 뿐입니다.
20 내가 여러분에게 쓰는 이 글은 하느님 앞에서 말합니다만 거짓이 아닙니다.
21 그 뒤에 나는 시리아와 킬리키아 지방으로 갔습니다.
22 그래서 나는 유다에 있는 그리스도의 여러 교회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23 그들은 “한때 우리를 박해하던 그 사람이 지금은 자기가 한때 그렇게 없애 버리려고 하던 믿음을 전한다.”는
소문만 듣고 있었습니다.
24 그리고 그들은 나 때문에 하느님을 찬양하였습니다.

 

 

✠ 복음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10,38-42>


그때에

38 예수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셨다.
그러자 마르타라는 여자가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39 마르타에게는 마리아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40 그러나 마르타는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하였다.
그래서 예수님께 다가가,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41 주님께서 마르타에게 대답하셨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42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루카 10,39)

 

지금 마르타는 예수님의 몸을 섬기고 있다면, 마리아는 예수님의 말씀을 섬기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마르타가 ‘성찬의 전례’를 거행하고 있다면, 마리아는 ‘말씀의 전례’를 거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섬김이 진정한 ‘주님 섬기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할까?

그것은 주님을 섬기겠다고 나서기 전에, 먼저 주님께서 자신을 섬기시도록 승복하는 일입니다.

 

실상 주님을, 혹은 남을 섬긴다고 하면서, 막상은 자기 자기를 섬길 수가 있습니다.

마치 마르타처럼 말입니다.

 

사실은 자신의 부족함과 무능함을 받아들이는 자만이 진정으로 주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막상 주님 앞에 앉아서도 주님의 말씀이 아니라 자신의 말이나 생각을 듣고 있거나 타인의 말을 듣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그 어떤 섬김보다도 더 큰 섬김이 됩니다.

마치 마리아처럼 말입니다.

 

마리아는 지금 주님으로 하여금 자신을 섬기도록 허용해 드리고 있는 셈입니다.

곧 자신을 향한 주님의 섬김을 수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주님 되시게 해드리는 일에 해당합니다.

곧 ‘나는 섬김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하신 말씀대로 해드리는 것에 해당합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그분과 한 자리에 있게 합니다.

그리고 그분과 함께 그분의 일, 곧 섬기는 일을 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바로 그렇게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시고 우리를 섬기십니다.

그러니 하느님은 나의 종이 되십니다.

종의 모습으로 오시어 우리를 섬기십니다.

 

그러니 마리아는 지금 자신보다 더 작아진 예수님을 만나고 있는 셈입니다.

곧 ‘종’인 예수님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예수님의 섬김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진정 당신께서 나를 섬기시도록 허용하는 일, 당신께서 나를 사랑하실 수 있도록 자신을 승복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당신을 섬기는 일입니다.

곧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꼭 한 가지, 그것은 자신을 그분께 내어드리고 주님을 주님으로 모셔 들이는 일, 주님께서 나를 섬기시도록 수락하는 일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정작 하지 않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無爲而無不爲)의 단계, 곧 무위(無爲)의 도(道)일 것입니다.

이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음에도 사실은 전부를 하는 신령스런 도(道)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을 관상하는 일이 바로 이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진정한 섬김은 주님을 주님 되시게 해 드리는 일인 것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 · 샘 기도>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루카 10,42)

 

주님!

이 한 가지로 하여, 가난을 기쁨으로 살겠습니다.

당신께 속한 자만이 진정 가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한가지로 하여, 낮추어 섬기겠습니다.

속한 자만인 진정 낮아질 수 있고, 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음에도 전부를 하는 이 신령스런 일이 바로 당신의 소유가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실상 필요한 한 가지, 주님이신 당신을 주님 되게 하는 일, 바로 그 일만 하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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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2.10.04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조나단 | 작성시간 22.10.04 아멘 고맙습니다.
    이신부님과 푸른잎새님 감사합니다.
  • 작성자귀임 마리아 | 작성시간 22.10.04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돈보스코 | 작성시간 22.10.05 아멘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2.10.0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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