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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2년 10월 16일 연중 제29주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2.10.16|조회수390 목록 댓글 4

▥ 제1독서

<탈출기의 말씀 17,8-13>


그 무렵

8 아말렉족이 몰려와 르피딤에서 이스라엘과 싸움을 벌였다.
9 그러자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말하였다.
“너는 우리를 위하여 장정들을 뽑아 아말렉과 싸우러 나가거라.
내일 내가 하느님의 지팡이를 손에 잡고 언덕 꼭대기에 서 있겠다.”
10 여호수아는 모세가 말한 대로 아말렉과 싸우고, 모세와 아론과 후르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11 모세가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우세하고, 손을 내리면 아말렉이 우세하였다.
12 모세의 손이 무거워지자, 그들은 돌을 가져다 그의 발 아래 놓고 그를 그 위에 앉혔다.
그런 다음 아론과 후르가 한 사람은 이쪽에서, 다른 사람은 저쪽에서 모세의 두 손을 받쳐 주니, 그의 손이 해가 질 때까지 처지지 않았다.
13 그리하여 여호수아는 아말렉과 그의 백성을 칼로 무찔렀다.

 

 

▥ 제2독서

<사도 바오로의 티모테오 2서 말씀 3,14─4,2>


사랑하는 그대여,

14 그대는 그대가 배워서 확실히 믿는 것을 지키십시오.
그대는 누구에게서 배웠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15 또한 어려서부터 성경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성경은 그리스도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구원을 얻는 지혜를 그대에게 줄 수 있습니다.
16 성경은 전부 하느님의 영감으로 쓰인 것으로, 가르치고 꾸짖고 바로잡고 의롭게 살도록 교육하는 데에 유익합니다.
17 그리하여 하느님의 사람이 온갖 선행을 할 능력을 갖춘 유능한 사람이 되게 해 줍니다.
4,1 나는 하느님 앞에서, 또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실 그리스도 예수님 앞에서, 그리고 그분의 나타나심과 다스리심을 걸고 그대에게 엄숙히 지시합니다.
2 말씀을 선포하십시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계속하십시오.
끈기를 다하여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타이르고 꾸짖고 격려하십시오.

 

 

✠ 복음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18,1-8>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는 뜻으로 제자들에게 비유를 말씀하셨다.
“어떤 고을에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한 재판관이 있었다.
또 그 고을에는 과부가 한 사람 있었는데 그는 줄곧 그 재판관에게 가서, ‘저와 저의 적대자 사이에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십시오.’ 하고 졸랐다.
재판관은 한동안 들어주려고 하지 않다가 마침내 속으로 말하였다.
‘나는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저 과부가 나를 이토록 귀찮게 하니 그에게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어야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끝까지 찾아와서 나를 괴롭힐 것이다.’”
6 주님께서 다시 이르셨다.

“이 불의한 재판관이 하는 말을 새겨들어라.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거리시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가을이 익어갑니다.

가을이 익어가듯, 형제자매님들의 가슴에도 주님의 자비가 익어가고, 사랑이 익어가고, 신앙이 익어가고, 기도가 익어가길 빕니다.

 

오늘 말씀전례의 주제는 ‘기도’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모세의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복음에서는 기도에 관한 ‘과부의 청을 들어주는 불의한 재판관의 비유’ 들려줍니다.

복음의 이 비유는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루카 18,1)는 뜻으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들려주신 비유입니다.

그런데 '끊임없이 기도하라'(루카 18,1)는 이 말씀은 대체 어떤 기도를 말할까요?

 

흔히 기도의 황금률이라 불리는 이 기도를 우리는 '끊임없는 기도', ‘항구한 기도’, ‘지속적인 기도’, ‘중단 없는 기도’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 기도는 교회 전승 안에서, 서방교회에서는 주로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라는 형태로, 동방교회에서는 주로 '예수기도(εύχη Ιησοû)'라는 형태로 구체화되어 전승되어 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기도하라’는 말씀은 대체 무슨 뜻일까?

 

그것은 우선 ‘끊임없이 주 하느님을 향하라’는 말씀으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곧 기도는 하느님을 향하여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기도가 주님을 향하여 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하나의 넋두리요, 하소연이요, 자기 한탄이요, 독백일 뿐일 것입니다.

그러니 기도는 언제나 그분과 대면하고 있는 면전에서 벌어지며, 그분을 향하여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기도는 그 어떤 누군가가 아닌, 바로 우리 주님과 관계 안에 머무는 일이요, 현존하신 그분과 함께 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교 기도의 본질적 특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곧 그것은 주님을 믿고 주님께 희망을 두는 일입니다.

 

그러기에 항상 우리는 주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을 향하여 있지는 않는지, 또 주님 아닌 다른 것에 희망을 두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다시 말하면, 주 하느님이 아닌 자기 자신이나 세상의 재물이나 그 어떤 우상들에 희망을 두고 그것을 향하여 있지는 않는지 말입니다.

 

만약 우리가 하느님께 희망을 두지 않는다면 하느님이 아닌 다른 우상을 향하게 되기에, 예언자 사무엘은 “기도하지 않는 것은 죄”(1사무 12,23)라고까지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이 말한 대로, 인간은 ‘하느님을 향하여 방향 지워진 존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보다 앞서 먼저 하느님께서 우리를 향하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낙심하지 말고'(루가 18,1) 기도라고 말씀하십니다.

 

곧 우리를 바라보고 계시는 그분이 계시기에 기도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일입니다.

희망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일입니다.

 

마치 제1독서에서 모세가 강력한 아멜렉 군사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주님께 희망하기를 멈추지 않듯이 말입니다.

또 복음에서 과부가 판결해주지 않는 재판관 앞에서도 실망하지 않고 간청하기를 포기하지 않듯이 말입니다.

 

사실 이처럼 낙심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음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에서 온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의 마지막 구절에서 우리의 믿음을 찾으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

(루카 12,8)

 

다시 말하면, 이토록 '사람의 아들이 올 때'까지 믿음으로 우리 주님 하느님의 현존 안에 머물며 유대와 연대의 관계를 맺고 희망으로 그분을 향하여 있는 것, 이것이 곧 '끊임없는 기도'의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 '끊임없는 기도'는 “사람의 아들이 올 때”까지의 과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루카복음의 소묵시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기도하기를 결코 멈추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곧 하느님을 향하여 있기를 멈추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곧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 머물러 있기를 멈추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기도하는 한 사람이 기도하지 않는 한 민족보다 위대하다”는 말이 있듯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살아있는 증거자가 되어야 할 일입니다.

 

그러니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서 누군가가 끊임없이 하느님을 향하여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표징이 되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수도원은 이 세상에서 이렇게 하느님을 향하여 있고,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 머물러 있음을 드러내주는 곳이 되어야 할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 · 샘 기도>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루가 18,1)

 

주님!

기도의 응답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기도하기를 포기하지 않게 하소서.

의혹과 조바심에도 몰려오 때에는 더 간절한 마음으로 항구하게 하소서.

어둔 밤일지라도 그 밤마저 몰아가는 당신을 믿게 하시고, 희망에 대한 믿음으로 항구히 기도하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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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가을비 | 작성시간 22.10.16 아멘~감사합니다
  • 작성자stranger | 작성시간 22.10.16 신부님-감사합니다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2.10.16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2.10.16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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