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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2년 10월 30일 연중 제31주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2.10.30|조회수217 목록 댓글 11

▥ 제1독서

<지혜서의 말씀 11,22―12,2>


주님,

22 온 세상도 당신 앞에서는 천칭의 조그마한 추 같고 이른 아침 땅에 떨어지는 이슬방울 같습니다.
23 그러나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기에 모든 사람에게 자비하시고 사람들이 회개하도록 그들의 죄를 보아 넘겨 주십니다.
24 당신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시며 당신께서 만드신 것을 하나도 혐오하지 않으십니다.
당신께서 지어 내신 것을 싫어하실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25 당신께서 원하지 않으셨다면 무엇이 존속할 수 있었으며 당신께서 부르지 않으셨다면 무엇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겠습니까?
26 생명을 사랑하시는 주님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기에 당신께서는 모두 소중히 여기십니다.
12,1 당신 불멸의 영이 만물 안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2 그러므로 주님, 당신께서는 탈선하는 자들을 조금씩 꾸짖으시고 그들이 무엇으로 죄를 지었는지 상기시키며 훈계하시어 그들이 악에서 벗어나 당신을 믿게 하십니다.

 

 

 제2독서

<사도 바오로의 테살로니카 2서 말씀 1,11─2,2>


형제 여러분,

11우리는 늘 여러분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우리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당신의 부르심에 합당한 사람이 되게 하시고, 여러분의 모든 선의와 믿음의 행위를 당신 힘으로 완성해 주시기를 빕니다.
12 그리하여 우리 하느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에 따라,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이 여러분 가운데에서 영광을 받고, 여러분도 그분 안에서 영광을 받을 것입니다.
2,1 형제 여러분,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우리가 그분께 모이게 될 일로 여러분에게 당부합니다.
2 누가 예언이나 설교로 또 우리가 보냈다는 편지를 가지고 주님의 날이 이미 왔다고 말하더라도, 쉽사리 마음이 흔들리거나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 복음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19,1-10>


그때에

1 예수님께서 예리코에 들어가시어 거리를 지나가고 계셨다.
2 마침 거기에 자캐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세관장이고 또 부자였다.
3 그는 예수님께서 어떠한 분이신지 보려고 애썼지만 군중에 가려 볼 수가 없었다.
키가 작았기 때문이다.
4 그래서 앞질러 달려가 돌무화과나무로 올라갔다.
그곳을 지나시는 예수님을 보려는 것이었다.
5 예수님께서 거기에 이르러 위를 쳐다보시며 그에게 이르셨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6 자캐오는 얼른 내려와 예수님을 기쁘게 맞아들였다.
7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모두 “저이가 죄인의 집에 들어가 묵는군.” 하고 투덜거렸다.
8 그러나 자캐오는 일어서서 주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9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10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가을이 깊어갑니다.

회한과 감사로움으로 가을의 가슴이 물들어 갑니다.

 

지는 낙엽이 대수롭지만은 않습니다.

뒹구는 낙엽이 발길에 와 닿으면 달려온 시간을 절로 뒤돌아보게 됩니다.

자비가 익어가고 회개의 얼굴이 붉어집니다.

 

오늘 말씀의 전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야말로 자비와 회개를 가르쳐줍니다.

그런데 그것은 회개가 낳은 자비가 아니라 자비가 낳은 회개입니다.

곧 자비가 익어 회개가 터져나는 신비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는 말합니다.

“당신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자비하시고, 그 사람이 회개하도록 그들의 죄를 보아 넘겨주십니다.”

(지혜 11,23)

 

그렇습니다.

회개하였기에 자비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회개하도록 먼저 자비가 베풀어졌습니다.

자비를 먹고서야 진정한 회개가 터져 나오는 까닭입니다.

 

화답송에서 시편 작가는 노래합니다.

“주님은 너그럽고 자비하시며, 분노에 더디시고 자애에 넘치시네.”

(시 145,8)

 

이는 야훼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십계명을 내리시면서 당신 자신에 대해 계시하신 내용입니다.

곧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자비로우신 분이심을 드러내십니다.

 

오늘 복음의 자캐오는 그렇게 자비를 입은 사람입니다.

비록 죄인이었지만 회개하기도 전에 먼저 주님께서 찾아 오셨습니다.

그는 회개하였기 때문에 주님을 만나게 된 것이 아니라 주님의 자비를 입고서 회개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자캐오는 그분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군중들이 가로막은 까닭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키가 작아서인 까닭만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군중을 파헤치고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죄인인 까닭이었을 것입니다.

죄인인 채 그분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 못내 송구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군중을 앞질러가서 길 앞에 있기만 하여도 오시는 그분을 볼 수 있으련만, 굳이 돌무화과나무 위로 올라가 숨어야만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질러 달려온 이는 자신이 아니라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분이 바로 그렇게 숨은 자캐오를 찾아오셨습니다.

 

“아담아, 너 어디 있느냐” 하고 찾으시던 그 사랑으로, 숨어 있는 그를 찾아오셨습니다.

가려져 있어도 훤히 보시고, 어찌 아셨는지 놀랍게도 그의 이름을 부르십니다.

기겁할 노릇입니다.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광야에서 모세를 부르시듯, 아무도 몰래 나무 위로 피해 숨어 있는 자캐오를 부르십니다.

어찌 아셨는지, 그의 이름을 부르십니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루카 19,5)

 

자캐오는 그분을 몰랐지만, 그분은 그를 훤히 알고 계셨습니다.

숨어 있어도 아시고, 키가 작아도 아시고, 훤히 꿰뚫어 아셨습니다.

그의 모든 행실을 다 아시고, 따돌림 당하고 배척받는 죄인의 아픔도 아시고, 죄인인 채로 당신을 보고싶어 하는 그 가련함도 훤히 아셨습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훤히 아시는 그분의 아심 앞에 부복하지 않고서는, 결코 내려올 수가 없나 봅니다.

그분의 그윽한 사랑 앞에 승복하지 않고서는, 결코 내려와 지지 않나 봅니다.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시는 분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서는, 주님이 나보다 낮은 곳에 계심을 보지 못하고서는, 결코 내려와 엎드려지지가 않나 봅니다.

당신의 자비를 입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허물이 보이는 까닭입니다.

 

주님께서는 부끄러운 곳을 가리고 있는 아담과 하와에게 가죽옷을 해 입히신 그 사랑으로 말씀하십니다.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루카 19,5)

 

당신께서는 모두가 손가락질하고 피해가는 자캐오의 집을 당신의 거처로 삼으십니다.

당신이 품으신 그 사랑은 그토록 가득하와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바로 그 사랑에 기대지 않고서는 우리가 있을 곳이 없음을 봅니다.

 

당신이 바로 우리의 거처, 우리의 집인 까닭입니다.

참으로 당신께서는 잃은 이를 찾아 구원하러 오신 주님이신 까닭입니다.

 

비로소 자캐오는 주님을 뵙고야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게 됩니다.

“보십시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루카 19,8)

 

이는 자신의 모든 것을 주님께 드리고, 주님의 사랑에 의탁하여 살겠다는 고백입니다.

저도 오늘 주님께 무엇을 드릴까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은 오늘 주님께 무엇을 드리겠는지요?

아멘.

 

<오늘의 말 · 샘 기도>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루카 19,5)

 

주님!

당신은 저를 훤히 아십니다.

교만과 탐욕의 나무 위에 올라 허영과 가식으로 몸을 가리고 죄 속에 웅크리고 있는 저를 훤히 아십니다.

그릇된 저의 모든 행실을 아시고, 손가락질 당하고 배척받는 아픔도 아시고, 죄인인 채로 당신을 보고싶어 하는 이 가련함도 훤히 아십니다.

바득바득 기어 올라간 교만과 허영에서 얼른 내려와 당신 발아래 엎드리게 하소서.

당신 사랑 앞에 부복하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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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동읍신방 | 작성시간 22.10.30 아 멘 !
    감사합니다 ^^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2.10.30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들꽃1 | 작성시간 22.10.30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감사하는 | 작성시간 22.10.30 아멘
  • 작성자평화의샘 | 작성시간 22.10.30 오늘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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