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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2년 11월 13일 연중 제33주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2.11.13|조회수199 목록 댓글 4

▥ 제1독서

<말라키 예언서의 말씀 3,19-20ㄴ>


19 보라, 화덕처럼 불붙는 날이 온다.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모두 검불이 되리니 다가오는 그날이 그들을 불살라 버리리라.
─ 만군의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
그날은 그들에게 뿌리도 가지도 남겨 두지 않으리라.
20 그러나 나의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르리라.

 

 

▥ 제2독서

<사도 바오로의 테살로니카 2서 말씀 3,7-12>


형제 여러분,
7 우리를 어떻게 본받아야 하는지 여러분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 무질서하게 살지 않았고,
8 아무에게서도 양식을 거저 얻어먹지 않았으며, 오히려 여러분 가운데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수고와 고생을 하며 밤낮으로 일하였습니다.
9 우리에게 권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여러분에게 모범을 보여 여러분이 우리를 본받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10 사실 우리는 여러분 곁에 있을 때,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거듭 지시하였습니다.
11 그런데 듣자 하니, 여러분 가운데에 무질서하게 살아가면서 일은 하지 않고 남의 일에 참견만 하는 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12 그러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지시하고 권고합니다.
묵묵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벌어먹도록 하십시오.

 

 

✠ 복음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21,5-19>


그때에

5 몇몇 사람이 성전을 두고, 그것이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다고 이야기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6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7 그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스승님, 그러면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또 그 일이 벌어지려고 할 때에 어떤 표징이 나타나겠습니까?”
8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10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민족과 민족이 맞서 일어나고 나라와 나라가 맞서 일어나며,
11 큰 지진이 발생하고 곳곳에 기근과 전염병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무서운 일들과 큰 표징들이 일어날 것이다.
12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앞서, 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할 것이다.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기고, 내 이름 때문에 너희를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고 갈 것이다.
13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14 그러나 너희는 명심하여,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
15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
16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넘겨 더러는 죽이기까지 할 것이다.
17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18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19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한 해도 기울어 가고, 거부할 수 없는 시간의 손길이 계절의 등을 떠밀어, 가을도 끝자락에 떠밀려 왔습니다.

기울어져 가는 가을의 어깨 너머로, 흩날리는 낙엽들이 이리저리 달을 따라 흐르는 밀물과 썰물처럼 바람을 따라 밀려다닙니다.

넘어지고 부서진 날들의 잎사귀들이 바닥에 온몸을 부벼대고 바스러지며 침묵의 강물로 흘러듭니다.

그야말로 “침묵 속에서 일년 사계절은 변해간다. 봄은 겨울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침묵으로부터 온다.”고 한 스위스의 작가 막스 피카르트는 말을 떠올려줍니다.

 

이곳 사무장님께서 제게 말했습니다.

이곳은 ‘하지 않는 말을 듣는 곳’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곳 성지는 ‘숨어 사느라 표현하지 못한 말을 듣는 곳’입니다.

곧 ‘침묵의 언어’를 듣는 곳입니다.

안티오키아의 주교 이냐시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침묵 안에 완성되어 있는 하느님의 외침을 들으십시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곳 신앙인 교우촌의 ‘침묵 안에 완성되어 있는 사랑의 외침’을 들으러 왔습니다.

이제 이곳의 고요한 침묵 안에 팔딱거리며 살아있는 신앙의 숨결을 들어야 할 일입니다.

 

오늘은 연중 33 주일로 전례주년의 연중시기의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오늘 말씀전례의 주제도 세상의 끝자락에 대한 말씀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주님의 날’에 있을 의로운 이들의 승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보라, 화덕처럼 불붙는 날이 온다.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모두 검불이 되리니 다가오는 그날이 그들을 불살라 버리리라.
그러나 나의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르리라."

(말라 3,19-20)

 

‘불’이라는 상징은 정화시키는 동시에 구분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검불’은 불 속에서 타서 재가 되는 반면, ‘금’은 불 속에서 더욱 빛나게 단련됩니다.

이와 같이 불꽃이 의인에게는 축복의 표지가 되고, 악인에게는 저주의 상징이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이 예수님께 묻습니다.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또 그 일이 벌어지려고 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루카 21,7)

 

예수님께서는 그때에 일어날 징표와 함께 3가지 지침을 주십니다.

 

첫째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루카 21,8)고 하십니다.

‘자신이 그리스도다’라고 말하거나 혹은 ‘때가 가까웠다’고 말하는 사이비 메시아에게 속지 말고, 그들의 뒤를 따르는 어리석음에 빠지지도 말라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사이비 메시아는 누구일까?

그것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물질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남에게도 속지 말아야 하겠지만, 재물에게도 속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곧 ‘재물’이나 ‘자기 자신’을 사이비 구세주로 섬기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사도 바오로도 티모테오 전서에서 말합니다.

“그대 자신을 조심하십시오.

그리고 그대의 가르침의 내용을 잘 살피시오.

이렇게 꾸준히 일을 해 나가면, 그대 자신을 구원할 뿐만 아니라, 그대의 말을 듣는 사람들을 모두 구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1티모 4,16)

 

그러니 순교자들이야말로 자기 자신과 물질로부터 벗어나 오로지 진리이신 주님을 섬긴 분들이었습니다.

 

둘째는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루카 21,14)고 하십니다.

 

이는 그때가 오면 예수님의 이름 때문에 박해 당하게 될 터인데, 그때에 그 어떤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주겠다는 말씀입니다.

당신께서는 증언하는 제자들과 함께 계시며 적대자들의 입을 막아주실 것이니 당신께 의탁하라는 말씀입니다.

바로 그때야말로 ‘복음’을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러니 박해를 당하게 되면 오히려 하느님의 능력과 현존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박해를 당하면 오히려 은혜를 입게 될 것입니다.

박해를 통하여 오히려 굳세어지고 새로워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가장 위기의 순간이 사실은 가장 좋은 기회의 순간이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순교자들에게 박해와 고문이 오히려 신앙의 증거의 순간이 되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셋째로는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루카 21,19)고 하십니다.

 

사실 박해받을 때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일은 아마 배신당할 때일 것입니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사람, 가장 믿는 사람,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미움 받고 거부되고 배신당하게 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넘겨 더러는 죽이기까지 할 것이다.”(루카 21,16)라고 예고하시면서,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루카 21,17)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보호해주고 지켜주시겠다는 말씀이요, 당신 이름 때문에 배척받고 배신당하고 죽게 된다 하더라도 그 죽음을 넘어서는 영생을 주시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당신께 희망을 두고,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고 하십니다.

 

이처럼 장차 오실 그리스도를 진정으로 기다리는 사람의 자세는 오시는 그분께 희망과 믿음을 두고, 지금 여기에서의 삶에 충실하는 일인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곳 선조 교우들의 신앙촌을 방문하면서 바로 그들의 믿음과 희망, 그리고 비록 세상이 미워한다 하더라도 꿋꿋하고 굳세게 지킨 그들의 인내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 · 샘 기도>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루카 21,17)

 

주님!

고난과 시련이 당신을 증언할 기회가 되게 하소서.

그 속에서 당신의 능력과 현존을 체험하게 하소서.

오히려 굳세어지고 새로워지게 하소서.

바로 그 순간이 위기의 순간이 아니라 기회의 순간이 되게 하소서.

그 어떤 미움도 배척도 당신과 함께 받고 당신의 영광도 함께 누리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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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돈보스코 | 작성시간 22.11.13 아멘
  • 작성자조나단 | 작성시간 22.11.13 아멘 신부님 푸른잎새님 고맙습니다.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2.11.13 아멘. 감사합니다.
  • 작성자stranger | 작성시간 22.11.13 아멘! 신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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