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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강론

2022년 11월 20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작성자푸른잎새|작성시간22.11.20|조회수219 목록 댓글 3

▥ 제1독서

<사무엘기 하권의 말씀 5,1-3>


그 무렵

1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가 헤브론에 있는 다윗에게 몰려가서 말하였다.
“우리는 임금님의 골육입니다.
2 전에 사울이 우리의 임금이었을 때에도, 이스라엘을 거느리고 출전하신 이는 임금님이셨습니다.
또한 주님께서는 ‘너는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고 이스라엘의 영도자가 될 것이다.’ 하고 임금님께 말씀하셨습니다.”
3 그리하여 이스라엘의 원로들이 모두 헤브론으로 임금을 찾아가자, 다윗 임금은 헤브론에서 주님 앞으로 나아가 그들과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웠다.

 

 

▥ 제2독서

<사도 바오로의 콜로새서 말씀 1,12-20>


형제 여러분,

12 성도들이 빛의 나라에서 받는 상속의 몫을 차지할 자격을 여러분에게 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리기를 빕니다.
13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어둠의 권세에서 구해 내시어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의 나라로 옮겨 주셨습니다.
14 이 아드님 안에서 우리는 속량을, 곧 죄의 용서를 받습니다.
15 그분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이시며 모든 피조물의 맏이이십니다.
16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늘에 있는 것이든 땅에 있는 것이든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왕권이든 주권이든 권세든 권력이든 만물이 그분을 통하여 또 그분을 향하여 창조되었습니다.
17 그분께서는 만물에 앞서 계시고 만물은 그분 안에서 존속합니다.
18 그분은 또한 당신 몸인 교회의 머리이십니다.
그분은 시작이시며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맏이이십니다.
그리하여 만물 가운데에서 으뜸이 되십니다.
19 과연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그분 안에 온갖 충만함이 머무르게 하셨습니다.
20 그분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어 땅에 있는 것이든 하늘에 있는 것이든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

 

 

✠ 복음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23,35ㄴ-43>


그때에 지도자들은 예수님께 

35 “이자가 다른 이들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 선택된 이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 하며 빈정거렸다.
36 군사들도 예수님을 조롱하였다.
그들은 예수님께 다가가 신 포도주를 들이대며 

37 말하였다.
“네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면 너 자신이나 구원해 보아라.”
38 예수님의 머리 위에는 ‘이자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다.’라는 죄명 패가 붙어 있었다.
39 예수님과 함께 매달린 죄수 하나도,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 하며 그분을 모독하였다.
40 그러나 다른 하나는 그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같이 처형을 받는 주제에 너는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41 우리야 당연히 우리가 저지른 짓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이분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으셨다.”

42 그러고 나서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하였다.
43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

 

오늘은 전례력으로는 마지막 주일입니다.

이제 한 해를 끝맺고, 다음 주간부터는 대림시기가 시작됩니다.

 

교회는 오늘을 모든 시간의 주인이신,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곧 그리스도께서 ‘왕’(임금)으로서 우리를 다스리심을 기리는 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이 주간을 언제나 우리 가운데 말씀으로 살아계신 주님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성서주간’으로 정하여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전례의 의미는 감사송이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전능하신 하느님,

사랑하는 성자를 온 누리의 임금으로 세우시어 만물을 새롭게 하셨으니,

모든 피조물이 종살이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섬기며 끝없이 하느님을 찬미하게 하소서.”

 

이 기도는 두 가지 내용을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첫째는 그리스도께서는 이 세상의 만물을 자신 안에 모아들여 ‘새롭게 하시는 분’으로서의 온 누리의 왕이심을 말해주며, 둘째는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죄의 노예 상태에서 해방’된 모든 만물이 그리스도의 ‘왕권’에 참여하게 되었음을 말해줍니다.

 

제1독서에서는 하느님께서 다윗을 단지 유다민족의 임금이 아니라(2사무 2,4 참조), 온 이스라엘 민족의 임금으로 인정하고 기름을 부어 왕으로 삼습니다.

 

제2독서는 흔히 '그리스도 찬가'로, 그리스도의 우주적 온 누리의 주권과 다스림을 찬양합니다.

아버지께서 우리를 어둠의 권세에서 구해내시어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의 나라로 옮겨주셨고, 아드님 안에서 우리는 죄의 용서를 받게 되었음을 노래합니다.

또 그분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이시며 모든 피조물의 맏이로, 만물의 으뜸이시며 만물이 그분 안에서 그분을 향하여 창조되었음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분은 당신 몸인 교회의 머리이시며, 하느님께서는 그분 안에 온갖 충만함이 머무르시도록 하셨으며, 그분께서는 십자가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어 만물을 당신을 통하여 당신을 향하여 화해시키셨음을 밝히십니다.

 

오늘 복음은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 위에 새겨진 '유다인의 왕'이라는 명패를 전해줍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같이 매달린 두 강도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왕의 다스림의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알려줍니다.

곧 그리스도의 왕직의 참된 의미를 밝혀줍니다.

 

사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조롱받으신 이야기, 곧 당신이 ‘왕’이기에 조롱당하신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대체 왜 예수님은 조롱받고 모독당하시는가?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그가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왕이라면 십자가에서 최후를 마칠 수 없다는 것이요, 둘째는 그가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그리스도라면 하느님께서 십자가에서 구해주시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곧 메시아요 왕으로서의 모습이 너무도 비참하고 초라하여 도저히 왕으로서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생각하고 있던 왕으로서의 메시아의 모습, 곧 이스라엘 민족을 다스리고 통솔하는 왕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결국 그들이 ‘예수님의 다스림의 나라’를 알아보지 못한 까닭이었습니다.

 

어쩌면 오늘 우리도 그들처럼 예수님에게서 왕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분이 다스리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 나라는 어떤 나라이고, 어떤 왕이 다스리는 나라일까?

사실 오늘 복음은 죽음의 현장이지만, 동시에 새 생명의 탄생을 말해줍니다.

곧 십자가의 죽음과 함께 새 생명으로 태어남을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나라’를 믿는, 함께 십자가에 달린 죄수 하나에게 말합니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루카 23,43)

그렇습니다.

'오늘'은 하늘나라의 문을 열어 온 세상에 흘러들어오게 합니다.

곧 십자가의 사랑이 세상을 새롭게 합니다.

 

그리고 그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첫 번째 사람은 바로 이 회개한 강도입니다.

그러니 하늘나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변화시키는 능력을 함께 지니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다시 말하면, 그 강도가 하늘나라를 얻은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그의 마음속에 하늘나라를 피어나게 하신 것입니다.

 

이 하늘나라가 우리가 오늘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맞이하여 받게 되는 선물입니다.

곧 ‘그리스도의 왕직’의 진정한 의미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보여주신 이 용서와 화해를 위한 사랑의 봉사직무임을 말해줍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옷을 입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우리 역시 십자가를 통하여 화해와 용서와 섬김의 ‘그리스도의 왕직’을 수행하는 이들입니다.

그리스도처럼 용서하고 화해를 이루면서 이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하게 되고, 그리스도께서 다스리는 나라를 이루는 일을 수행하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이 직무에 충실할 것을 되새겨보며, 마틴 루터 킹이 살해당하기 전에 한 유명한 말을 되새겨봅니다.

“여러분이 우리에 대해서 세상의 온갖 폭력을 다 사용할지라도, 우리는 여러분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 · 샘 기도>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루카 23,43)

주님!

당신 십자가와 함께 있게 하소서

비참하고 초라하고 조롱받고 모욕당하고 죄를 뒤집어쓰고 죽을지라도 용서할 줄을 알게 하소서.

십자가를 지고서 나 자신을 내어주고 죽어야만 이루는 용서와 화해, 섬김과 사랑이 다스리는 당신의 나라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나의 뜻을 이루려는 나라가 아니라 당신의 정의와 진리, 생명과 평화가 이루어지는 당신 나라의 백성이 되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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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조나단 | 작성시간 22.11.20 아멘 신부님 푸른잎새님 고맙습니다.
  • 작성자가을비 | 작성시간 22.11.20 아멘~감사합니다
  • 작성자발아래 | 작성시간 22.11.20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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